관계개선 의지 없이 이혼 거부, 혼인계속의사 없다고 판단

출처-pixabay
출처-pixabay

상대가 이혼을 거부하면서 관계 회복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부부관계에 문제를 일으킨 책임이 있는 유책배우자여도 예외적으로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유책배우자인 A씨가 아내 B씨를 상대로 낸 이혼 등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인천가정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13일 밝혔다.

A씨는 2010B씨와 결혼한 뒤 딸을 낳은 후 갈등을 겪어오다가 2016년 집을 나간 뒤 B씨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청구했다. 그러나 법원은 “A씨에게 혼인관계 파탄의 책임이 더 있다는 이유로 청구를 기각했다.

이후에도 부부는 계속 별거했고, 딸은 B씨가 양육했다. A씨는 양육비를 지급하며 딸이 보고 싶을 때마다 B씨에게 연락을 시도했으나 아내는 아이를 보려면 집으로 들어오라며 거부했다.

A씨는 결국 3년 만에 다시 이혼소송을 청구했다.

1심과 2심은 A씨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가 가정으로 돌아가지 않는 등 혼인관계개선 노력이 하지 않았고, B씨는 이혼의사가 없다는 점 등이 근거로 제시됐다.

그러나 대법원은 B씨의 혼인계속 의사를 객관적으로 살펴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혼인계속의사를 인정하려면 혼인 유지에 협조할 의사가 있는지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B씨가 말로는 이혼을 원하지 않고 있지만 부부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은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판단했다. A씨의 과거 책임을 이유로 비난을 계속하고 전면적인 양보만 요구하고 이들의 혼인관계가 회복될 가능성이 없다고 했다.

또 첫 이혼소송 때와 달리 지금은 A씨의 책임이 사라졌다고 볼 수 있으므로 A씨의 이혼소송 청구를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A씨가 유책배우자였더라도 이혼소송을 받아들일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대법원은 이혼 거부가 자신과 미성년 자녀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판단할 여지가 있을 때는 혼인계속의사가 없다고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상대방 배우자가 경제·사회적으로 취약한 상황에 처해있으면 혼인관계가 유지돼야 연금 등 혜택을 누리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이 유책배우자의 이혼소송 청구를 예외적으로 허용할 수 있는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대법원이 유책주의 원칙을 확립된 1965년 판결 이후 우리 법원은 혼인관계 파탄에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잘못을 하고 부정을 저지는 쪽의 이혼 청구를 제한해 피해를 입은 쪽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반면 파탄주의는 혼인관계가 사실상 파탄에 이르렀다면 유책배우자라도 이혼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유책주의를 채택했던 과거와는 사회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고, 부부 어느 한쪽의 잘못으로 보기 힘든 이혼도 늘고 있기 때문에 파탄주의를 채택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실제로 법원은 혼인관계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파탄났다면 그 원인이 어느 한쪽에 있지 않거나 이혼청구자의 책임이 상대방의 책임보다 더 무겁지 않는 한 이혼을 인정하는 경우도 있다.

 

 

저작권자 © 웨딩TV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