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치사 적용, 이씨 측은 폭행치사 주장

서울고등법원청사 전경(출처-법원 홈페이지)
서울고등법원청사 전경(출처-법원 홈페이지)

여자친구 고() 황예진씨를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모씨(31)가 징역 7년을 확정받았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13일 항소심 선고 이후 이씨와 검찰이 모두 상고를 포기하며 형이 확정됐다. 앞서 서울고법 형사6-3(부장판사 강경표 원종찬 정총령)는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된 이씨의 항소심에서 원심이 선고한 징역 7년을 유지했다.

이씨는 지난해 725일 서울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여자친구인 황씨(당시 26)와 말다툼하던 중 머리 등을 수차례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이씨는 황씨와 오피스텔 내에서 말다툼하다 침대 위로 밀어 넘어뜨렸고, 자리를 뜨려는 자신을 황씨가 쫓아와 머리채를 잡자 벽으로 세게 밀었다. 이후 이씨는 정신을 잃은 황씨를 계속 폭행을 행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황씨는 이 과정에서 머리뼈와 뇌, 목이 손상됐고, 3주 간 의식불명 상태로 있다가 지주막하 출혈로 결국 숨졌다.

1심은 이씨가 피해자를 우발적으로 폭행하며 상해치사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며 살해 의도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씨는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씨가 상해의 고의를 가지고 있었으며 사망 등 결과를 예견할 수 있었다며, “미필적으로나마 살해 고의가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피해자 머리를 직접 가격했다고 볼만한 증거가 없어 범행 수법이 잔혹하다고까지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항소심 판결 직후 황씨의 유족은 살인죄 적용을 안한 경찰과 검찰의 미온적인 태도를 지적하며 사건의 진실을 밝혀달라고 호소했으나 결국 이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통계청의 '데이트 폭력의 현실, 새롭게 읽기'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경찰청 전국자료로 집계한 데이트 폭력 신고 건수는 19940건이었다. 하루 평균 54건의 데이트 폭력이 신고된 것이다. 유형별로는 폭행·상해 7003(71.0%) 경범 등 기타 1669(16.9%) 체포·감금·협박 1067(10.8%) 성폭력 84(0.8%) 순이었다. 살인으로 이어진 경우도 35(0.3%)이나 됐다.

고(故) 황예진씨의 친구들은 고인 사망 후 데이트폭력 근절을 위한 ‘#2021하늘챌린지’해시태그 캠페인을 진행했다.
고(故) 황예진씨의 친구들은 고인 사망 후 데이트폭력 근절을 위한 ‘#2021하늘챌린지’해시태그 캠페인을 진행했다.

피해자가 2만명 가까이 되고, 살인까지 일어나는데도 데이트폭력을 처벌하는 법은 아직 없다. 황예진 씨의 어머니는 국민청원에서 연인관계에서 사회적 약자를 폭행하는 범죄에 대해 엄벌하는 데이트폭력가중처벌법 신설을 촉구합니다라고 호소했다.

현재 데이트폭력은 폭력 과정에서 발생한 범죄 유형에 따라 관련법에 의해 처벌된다. 예를 들어 신고건수가 가장 많은 폭행상해는 폭행죄나 상해죄 등 일반 형법이 적용되고 있다.

문제는 폭행죄가 형법상반의사불법죄로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치 않으면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연인 관계에서 폭행이 이뤄지기 때문에 은폐되기 쉽고, 신고를 하더라도 보복이 두려워 합의하거나 처벌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2018년 서울 관악구에서는 데이트폭력으로 9마차례나 입건됐던 남성이 피해 여성을 찾아가 끝내 살해했다. 당시 여성은 가해자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해서 경찰이 남성을 풀어준 후였다.

데이트폭력의 이런 특수성 때문에 단일 법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20대 국회까지 발의됐던 데이트폭력 법안은 총 6건으로 19대 국회 때인 2016년 박남춘 전 의원(더불어민주당)데이트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시작으로 20대 국회에서 표창원, 함진규, 신보라 전 의원도 데이트폭력 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국회 임기 만료로 법안들은 폐기됐다.

21대 국회에 들어와서는 202010월 윤영석(국민의힘) 의원이 피해자 보호지원과 폭력 예방을 골자로 하는데이트폭력등 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20211월에는 권인숙 (민주당) 의원이 데이트폭력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하는 내용의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 18일 김미애 의원이 '데이트 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데이트폭력 범죄를 알게 된 의료인이나 구급대원의 신고 의무화, 접근 금치 조치 등이 주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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