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술방법이 동일한 유산과 낙태, 시술 거부당하는 유산 여성들
잠재적 소송의 불안에 직면한 의사들

유산을 하고도 반낙태법으로 인해 치료를 제 때 받지 못했던 말레나 스텔(CNN 방송화면 캡처)
유산을 하고도 반낙태법으로 인해 치료를 제 때 받지 못했던 말레나 스텔(CNN 방송화면 캡처)

가능성 없는 임신이 확실한데 치료받기가 왜 이렇게 복잡한가?”

미국에서는 지난 624일 미국 연방대법원의 낙태 불허 판결 이후 유산한 여성들이 태아 유해를 들어내는 수술을 받지 못해 위험에 처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그 이유는 사망한 태아유해를 제거하는 시술과 살아있는 태아를 제거하는 시술이 동일하기 때문이다.

CNN은 낙태권 폐지로 인해 사망한 태아유해를 몸 안에 지닌 채 유산의 슬픔과 감염 등의 위험에 처해있는 여성들을 통해 반낙태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말레나 스텔(Marlena Stell, 42)은 유산 당시 담당의사에게 도움을 청했으나 2주 넘게 태아유해를 가진 채 전전긍긍해야 했다. 엄격한 반낙태법안 때문이었다.

당시 임신 9주 반차였던 스텔은 태아가 더 이상 살아있지 않다는 초음파 영상을 확인했지만, 담당의사는 태아유해를 제거하는자궁경관확장소파술(D&C)’을 거부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스텔은 의사에게나, 본인에게나 더 이상 가능성 없는 임신이 확실한 상황에서 치료를 받기가 왜 이렇게 복잡한가?”라고 반문했다.

그에 대한 대답은 두려움이다. 유산과 낙태가 시술방법이 동일하게 때문에 엄격한 반낙태법이 시행되는 주의 의사들은 유산시술을 하고도 낙태시술한 것으로 소송을 당할까봐 우려하고 있다.

미국산부인과학회의 사라 프레이저(Sarah Prager) 박사는 의사들은 자신이 옳다는 사실만을 믿고 있을 수 없다면서 소송을 당해서 많은 금전적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텍사스대학 법학대학의 스티브 블라덱(Steve Vladeck) 교수는 법적인 틀 안에서 시술을 한다는 확신이 있어도 의사들이 유산시술을 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텔에게 일어난 일이 앞으로는 일반적인 현상이 될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아기를 원하는 내가 아기살인자라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미용회사 <메이크업 긱(Makeup Geek)>의 설립자이자 대표이사인 스텔(42)은 텍사스주에서 지난 해 9월에 유산을 했는데, 그 때는 엄격한 낙태금지법이 시행된 지 몇 주 안 되었을 때였다.

태아의 심박동이 없다는 초음파 검사 결과를 알려준 의사는 스텔에게 집에서 자연유산을 기다리라고 권했다. 스텔은 의사에게 D&C시술을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의사는 새로 시행되는 법 때문에 또 다른 초음파 검사로 확인이 돼야 뭔가를 해줄 수 있다고 했으나 검사를 받기 위해 어디로 가라는 설명도 없어 스텔이 직접 찾아야 했다.

두 번째 초음파에서 태아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또 다시 들었을 때, 스텔은 첫 번째만큼이나 가슴 찢어지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그녀는 두 번째 초음파 검사를 담당의사에게 보냈고, D&C 시술을 해줄 수 있는 지 확인하는 데 5일이 걸렸다. 그러나 의사는 그 시술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당시 스텔은 통증이 심해서 걷기도 어려웠다. 스텔은 또 다른 클리닉에서 3번째 초음파 검사 후 D&C 시술을 받았다. 그 클리닉에 갈 때 스텔은 다른 환자들처럼 안전에스코트 서비스를 받아야 했다. 클리닉 밖에 있는 시위자들 때문이었다.

스텔은 클리닉에 들어갈 때 피켓을 들고 있는 사람들이 나에게 아기살인자라고 소리쳤다면서 그 모습은 또 다른 감정적 충격을 주었다. 아기를 원하는 내가 아기살인자라는 말을 들어야 하다니, 그것도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상황으로 인해서 말이다. 모욕적이었고 화도 났다고 당시 상황을 털어놓았다.

몇 주 후 스텔은 유튜브에 비디오를 올렸다. 자신과 같은 상황에 처해있는 여성들을 돕기 위해서였다. 비디오에서 스텔은 임신을 해 본 적도 없고 앞으로도 없을 남성들이 통과시킨 법으로 인해 내가 이렇게 취급받아야 하는 사실에 화가 났다고 말했다.

미국 텍사스주는 반낙태법이 엄격하게 시행되고 있다. 텍사스주에서 가장 큰 도시인 휴스톤의 도심(출처-위키피디아)
미국 텍사스주는 반낙태법이 엄격하게 시행되고 있다. 텍사스주에서 가장 큰 도시인 휴스톤의 도심(출처-위키피디아)

다시는 임신할 수 없게 되는 감염이 생길 수도 있다

스텔처럼 몸 안에 태아 유해가 남아있으면 의학적으로 위험해진다.

애틀랜타에서 30년 넘게 진료를 하고 있는 산부인과 전문의 릴리안 샤피로(Lillian Schapiro) 박사는 모든 안 좋은 일이 생길 수 있다면서 다시는 임신을 할 수 없게 되는 감염이 생길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샤피로 박사는 자궁 내에 태아유해가 오래 남아있으면 파종성혈관내응고(disseminated intravascular coagulation)라는 장애가 생길 수 있다면서 태아유해의 일부가 엄마의 혈액 내로 들어가 다발성장기부전과 사망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산부인과 학회는 유산의 경우 세 가지 옵션 중에서 환자가 선호하는 것을 의사가 고려할 것을 강조한다. 세 가지 옵션은 자연유산, 약물 복용, D&C 시술이다. 그 중 D&C 시술은 자연유산이나 약물복용보다 더 빠르고 완벽하게 태아유해를 제거할 수 있다.

비영리 반낙태단체인 텍사스 라이트투라이프(Texas Right to Life)’는 의사들이 오해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률에는 유산으로 사망한, 태어나지 않은 아기를 제거할 의도로 행해진 행위는 낙태가 아니라고 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의사들은 법이 자신들을 충분해 보호해 주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텍사스주를 비롯한 일부 주에서는 낙태시술이 의심되는 경우 일반 시민이 소송을 제기할 수 있으며, 심지어 이를 통해 돈을 벌 수도 있다. 텍사스주의 경우, 소송한 시민이 재판에서 이기면 의사는 그 시민에게 최소 1만 달러(한화로 약 13백만원)를 지불해야 한다.

택사스 대학 법과대학의 브라덱 교수는 텍사스의 법은 시민이 서로에게 함정을 파게 하고 있다면서 심지어 시민들이 서로를 감시하도록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만약 소송한 시민이 지더라도 의사가 소송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텍사스의 주 법률은 의사들이 원고로부터 배상받지 못하게 되어 있다.

브라덱 교수는 적법하게 시술을 하고 있다고 확신하는 의사들도 잠재적인 소송의 불안에 직면하고 있다. 의사들이 이를 막을 수도, 방지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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