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문화 다시보기 3] 보험인가? 세금인가? 축의금의 두 얼굴
[결혼문화 다시보기 3] 보험인가? 세금인가? 축의금의 두 얼굴
  • 윤지수 기자
  • 승인 2019.03.12 18: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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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의금에 담긴 한국인의 정서와 사회상

제공 ⓒ웨딩TV(http://wedd.tv/)  - 저출산 문제를 고민하는 방송 ,건강한 결혼문화를 선도하는 언론
제공 ⓒ웨딩TV(http://wedd.tv/) - 저출산 문제를 고민하는 방송 ,건강한 결혼문화를 선도하는 언론

◆ 축의금의 복잡한 속사정

얼마 전 한 포털사이트에 “축의금 안내고 먹고 간 친구한테 복수했어요”라는 사연이 올라와서 눈길을 끌었다. 내용인즉, 자기 결혼식에 친구가 지인들까지 데려와서 식사를 하고 축의금도 안내고 간 후 계좌 송금 약속도 안지키자 본인도 그 친구 결혼식에 부부와 친구 부부까지 가서 식사만 하고 왔다는 것이다.

“내가 낸 만큼 돌려받지 못하는 것도 속상한데, 입을 싹 닦다니요..”

“10명은 데려가서 확실히 복수해줘야죠..”

“축의금 때문에 친구 사이에 복수라니..참 피곤한 사회다.”

“결혼식은 부모님이 그동안 냈던 돈 걷어야 하니까 어쩔 수 없이 하는 거지..”

등으로 이 사연에는 많은 댓글이 올라왔다.

사연과 댓글을 보면 축의금에 대한 우리 사회의 정서를 어느 정도 읽을 수 있다.

인간관계가 나빠질 수도 있다는 것 때문에 부담스러워도 축의금을 내야 하고, 일단 축의금을 내면 나도 그만큼은 받아야 한다는 본전심리, 내가 낸 것보다 적게 받았을 때 손해보는 느낌 등 복잡한 심리가 얽혀있다.

 

◆  보험이자 세금, 축의금의 두 얼굴

한편으로 푼푼이 낸 축의금이 언젠가는 자신에게도 도움이 되리라는 기대심리도 있다. 즉, 남의 경조사에 부조하는 것은 물론 축하와 애도의 표현이지만, 나의 경조사를 챙겨줄 사람들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의미도 있는 것이다.

한국재정학회 발간 재정학연구에 실린 논문 <재정패널을 이용한 우리나라 가구의 경조사비 지출과 경조사 수입 간의 관계 분석, 2018년 12월>은 축의금이 갖는 보험적인 성격을 입증하는 자료이다.

2007-2016년까지 약 10년에 걸쳐 경조사비 수입과 지출을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 가구의 누적 경조사 지출액과 수입액 사이의 상관관계가 매우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누적 경조사 지출액의 계수는 0.988인데, 이는 경조사 지출액이 1만원 늘어나면 경조사 수입은 9880원 늘어난다는 의미이다.

든든한 보험 같으면서도 부담스러운 세금 고지서 같기도 한 두 얼굴의 축의금. 하지만 현실적인 거리는 언제 탈지 모르는 보험보다 당장 내야 하는 세금이 더 가깝다. 청첩장을 받으면 일단은 부담된다는 것이다.

 

◆  물가가 1번 뛸 동안 축의금은 2번 뛰었다.

2018년 4월 취업포털 잡코리아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들은 한 달 평균 경조사비로 12만 9천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20대 평균 12만 1천원, 30대는 13만 6천원, 40대 이상은 15만 1천원으로 나이가 많아질수록 경조사비 액수도 늘어났다. 매달 12-15만원을 경조사비로 쓴다면 결코 적지 않은 비용이다.

사실 축의금 상승률은 물가보다 더 높다. 국가통계포털로 확인해보니 우리 생활과 밀접한 생활물가지수는 2007년에 82.235에서 2017년 기준 100.97로 10년 사이에 23% 상승했다.

축의금의 경우는 2000년 이전만 해도 웬만한 경우 1-2만원이면 충분했지만, 2000년 초반에는 최소 3만원은 내야 체면이 섰고, 최근에는 5만원도 적은 액수처럼 여겨지게 되었다. 기본 축의금이 10여년 사이에 3만원에서 5만원으로 67% 상승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축의금이 물가보다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상황이 이러니까 주변에 결혼 소식이 들리면 축하의 마음보다 돈 나갈 걱정이 먼저 들게 되고,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취준생 등 젊은이들이 축의금 알바까지 한다는 소리가 나올 만도 하다.

 

◆  작은 결혼식? 축의금 회수 때문에 안돼!

축하의 의미로 주고 받는 축의금이 그 액수에 따라 정성과 진심이 왜곡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또한 본인들은 작은 결혼식을 하고 싶어도 그동안 냈던 축의금을 회수하려고 하는 부모의 생각과 상충되기 때문에 결국 뜻을 접기도 한다.

한 웨딩 플랫폼 업체에서 국내 최초로 웨딩 레지스트리가 접목된 무료 모바일청첩장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있다. 웨딩 레지스트리는 신랑 신부가 신혼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적은 목록인데, 하객들은 축의금 대신 모바일청첩장에 적힌 물품을 골라 선물하는 방식이다.

출처 : https://pixabay.com/ ⓒ 웨딩TV(http://wedd.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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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의금의 실용적인 변신이고, 돈의 액수가 아닌 마음으로 기억될 수 있는 축하선물이 될 수 있다. 이런 작은 시도와 변화가 결혼문화를 바꾼다.

 

【서울-웨딩TV】 윤지수 기자 paula.y@wedd.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