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대유행한 지난 2년 간 커플들은 결혼식을 축소하거나 연기, 취소했다. 이제 일상을 회복하는 상황에서 결혼식에도 일종의 보복소비 같은 현상이 나타나리라는 예측도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였다.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하객수를 늘리고 더 높은 웨딩 케이크을 추가하는 대신 거의 비밀에 가까운 둘만의 예식을 올리는 커플들이 늘고 있다. 대형 결혼식이 관습이었던 유명인들의 세계에서도 비밀결혼이 유행처럼 일고 있다.
지난 7월, 미국 팝스타 제니퍼 로페즈(Jennifer Lopez)는 할리우드의 배우 겸 감독 벤 애플릭(Ben Affleck)과의 결혼사진을 공유하면서 팬들을 놀라게 했는데, 이 커플은 두 사람의 자녀들을 제외하고는 하객 없이 라스베가스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그리고 며칠 후에는 영화 <퀸즈갬빗(Queen’s Gambit)>의 주인공 아냐 테일러-조이(Anya Taylor-Joy)가 음악가 겸 배우 말콤 맥래(Malcolm McRae)와 비밀리에 ‘은밀한 법원 결혼식’을 올렸다는 보도가 나왔다.
결혼을 숨기는 장점이 무엇일까?
●압박감 완화
많은 커플들에게 ‘중요한 날’이라는 걱정과 압박감을 없애준다는 것이 비밀결혼의 장점이다. 신랑신부의 결혼스트레스 완화를 전문적으로 도와주는 부티끄 치료센터 ‘아일톡(AisleTalk)’의 설립자인 란디스 베자르(Landis Bejar)는 “비밀결혼이 더 일반화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면서 “사람들은 스포트라이트에서 벗어나고 성대한 결혼식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결혼한다는 그 자체만을 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2016년 20년 간 동거한 48세의 파트너와 결혼한 이안 워커(Ian Walker, 55)는 “비밀 결혼이 보다 진실되다고 느꼈다”면서 “우리는 현실적 이유로 결혼하게 됐는데, 사람들에게 멀리까지 결혼식에 오라고 하는 것이 속이는 것 같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은 또 다른 이유는, 사람들이 우리 둘 중에 하나가 아픈 것이 아닐까, 또는 우리가 선물을 낚아채는 사람들이 아닐까 라고 생각하도록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비용절약
유명인들에게 비용은 큰 문제가 아니겠지만, 결혼식에 들어가는 천문학적인 비용도 스트레스의 한 요인이다. 영국에서 평균 결혼식 비용은 1만7300파운드(한화로 약 2700만원)라고 한다.
케리 톰슨(Kerry Thompson, 43세)과 니키(Nicky, 38세)는 2014년에 비밀결혼을 했는데, 결혼계획을 세우는데 3개월이 안 걸렸고 비용은 600 파운드(한화로 약 100만원)가 안들었다. 니키는 “웨딩드레스는 테스코(Tesco)에서 샀는데, 마침 79파운드(약 13만원)짜리를 45파운드(약 7만원)에 팔고 있었다”면서 “우리는 보여주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결혼식은 편안했고, 우리에게 완벽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하객 초대 부담 완화
결혼계획을 스트레스 받게 하는 또 다른 요인은 하객명단이다.
‘아일톡’의 베자르는 “작은 결혼식을 할 때는 하객 명단을 고심한다. 또 복잡한 집안관계를 고려해야 할 때, 평지풍파를 일으키지 말고 비밀결혼을 하고 사후에 알려준다”고 귀띔했다.
비밀결혼을 했던 교사 머쉬 헤이크(Mursh Haque)는 “일부 사람들을 하객명단에서 제외하는 것 대신에 모든 사람을 초대하지 않는”해결책을 제시하기도 했다.
●색다른 느낌
베자르는 “비밀결혼은 작은 결혼식(small wedding)과 다르다. 둘 만의 관계를 비밀로 하면 흥분감을 느낄 수도 있다”면서 “색다름, 그리고 친밀함과 관련이 있다. 아무도 모르게 둘만이 어떤 일을 한다는 것에는 어떤 매력적인, 심지어 섹시한 느낌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물론 당사자들은 비밀로 하는 것을 즐겨도, 결혼식 초대를 기대하고 있었던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느낀다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가족과 친구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올 3월에 만난 지 10년 된 파트너와 비밀리에 결혼한 제스 루드윅(Jess Rudwick, 29)은 “결혼식 1시간 후에 엄마에게 전화로 알렸다. 모두가 행복해했고 우리를 지지해 주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