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모의 학습권 보장하는 미국, 임신고교생 지원 적은 일본, 미혼모 학업중단 많은 한국

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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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모의 학업 중단은 사회복귀 어렵게 만들어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5년 한 해 동안 19세 이하 청소년 출산이 약 2천건에 달하고 있는데, 이들 대부분은 학업 중단으로 사회 복귀가 어려워져 실업과 빈곤의 악순환에 빠져들고 있어 이들의 학습권을 보장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올해로 8년째 시행 중인 서울학생인권조례’는 차별 이유로 성정체성, 성적지향, 임신ㆍ출산 등을 언급하고 있다. 성인권은 동성애, 임신 등을 조장한다는 우려도 있지만, 그 취지는 사람은 어떠한 이유로도 차별 받아서는 안된다는 것이고, 뜻하지 않은 임신이나 출산을 한 학생이라도 교육에서 배제되는 등 규제와 차별을 받아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지난 2017년 6월 김삼화 바른미래당 의원은 십대 미혼모 청소년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한 ‘교육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임신·출산한 미혼 청소년에게 자퇴·전학·휴학 등을 강요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렇게 청소년 미혼모들의 학습권을 보장하는 제도와는 별도로 한국 사회에서 미혼모는 여전히 도덕적인 비난이나 주변의 외면 등 어려움을 겪는 게 현실이다. 

2017년 한국미혼모가족협회 조사에 따르면 임신한 미혼여성 93%가 낙태를 권유, 강요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 미혼모가 학교에 다닌다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것도 이런 인식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여 일부 지자체에서는 미혼모들을 위한 대안위탁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학력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경기도에서는 2010년 전국 최초의 청소년 미혼모를 위한 대안학교 ‘홀트고운학교’를 설립됐고, 서울나래대안학교에서도 교육 과정을 마치면 원적 학교에서도 이에 상응하는 학력을 인정받아 졸업장을 받을 수 있다. 

 

○임신・출산한 학생들의 학습권을 법으로 보장한 미국

10대 임신율이 높은 미국은 임신・출산한 학생들의 교육받을 기회를 빼앗아서는 안 된다고 법률에 명시되어 있다. 임신・출산으로 인해 고교를 중퇴하면 취직에 필요한 고교졸업장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직업 없이 빈곤에 빠지게 되고, 공적지원에 의지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조사에서 밝혀지기도 했다.

일본 NHK online은 임산부와 엄마들만 다닐 수 있는 ‘엄마고등학교’중 하나인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 소재 ‘플로렌스 크리텐톤 고등학교(florence grittenton high school)’를 소개했다.

35년 전에 설립된 이 학교는 공립고등학교로 재학생 200명 전부가 젊은 임산부 또는 출산한 엄마들이다. 교내 탁아소는 생후 6주부터 4세까지의 유아들을 돌본다. 또한 수학 등과 같은 기초 과목 외에 육아수업이 있는데, 아이의 성장과정을 공부해서 엄마로서의 기본을 몸에 익히기 위해서다.

이 학교 재학생 마야 로드리게스양(17)은 16세였던 작년 4월에 임신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 해 여름 이 학교에 입학했다. 원래는 거주지에 있는 고등학교에 계속 다닐까 생각했지만, 교장 선생님이 “다른 고등학교에 다니는 쪽이 좋지 않을까?”라며 넌지시 퇴학을 권유했다고 한다.

이에 로드리게스양은 큰 충격을 받았다. “고등학교에는 내가 있을 곳이 없다고 생각하니 깊은 상처를 받았고, 임신을 후회하고 임신중절도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후 그녀는 아들을 출산했고, 지금은 육아와 학업, 그리고 음식점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면서 사회복지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이 학교가 없었다면 로드리게스양과 같은 미혼모들은 사회에서 뒤쳐졌을 것이고, 임신중절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었을 수도 있다.

 

○ 졸업후 취업을 위한 진로상담까지 지원 이뤄져

‘엄마고등학교’는 학생들의 진로상담을 위한 전문 상담원을 두어 대학 진학 후 학업을 계속하면서 할 수 있는 일을 소개하거나 이력서 작성요령, 면접 방법 등에 대한 조언을 하고 있다. 

또한 재학 중에 간호나 의료사무 같은 자격취득을 위한 전문반을 운영해서 졸업 후 바로 취업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졸업 후 공백기를 두지 않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엄마고등학교의 수업 비용과 탁아소 비용은 전액 무료이다. 하지만 콜로라도주의 예산만으로는 운영이 어려워서 고등학교와 비영리조직이 연대하여 기부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콜로라도주에는 이런 엄마고등학교가 4개 더 있다. 

임신한 고교생이 빈곤에 빠지지 않도록 사회문제로 인식해서 지원하는 미국과는 달리 일본은 고교생의 임신・출산을 개인의 책임으로 간주하는 풍조가 있다. 

NHK online에 따르면 일본은 임신한 고교생 지원제도가 정비되어 있지 않은 상태이다. 탁아소가 있는 고등학교는 아주 적고, 지원하는 자치체도 물론 적다. 가족 등 주변 사람들의 지원이 없으면 어린 아기를 안고 학교에 다니고 졸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고교생 때 임신하는 경우 자신을 책망하거나  장래를 비관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임신・출산이 장려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인생의 선택지가 좁아지지 않도록, 그들도 어엿한 사회의 일원으로 당당하게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사회의 책임이라고 NHK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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