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신고의무자가 신고 망설이는 이유
장애가 있는 아들을 방치해 굶겨 숨지게 한 30대 친모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대전지법 천안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서전교)는 7일 아동학대살해 등 혐의로 기소된 A(30)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또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 200시간과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제한 10년도 함께 명령했다.
A씨는 지난 3월 18일부터 4월 8일까지 3주간 충남 아산의 거주지에서 지적 장애가 있는 아들 B군(당시 6세)을 혼자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집을 나온 A씨는 숙박업소를 옮겨 다니며 생활했고, 이 기간에 남자친구와 여행도 다닌 것으로 조사됐다. B군은 이웃 주민의 신고로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지난해에도 B군에게 식사를 주지 않거나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방임하고 때려 아동학대 사례 관리 대상으로 지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사람의 생명은 가장 존엄한 가치지만 피고인은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이 아니라 피해 아동이 사망할 것이라는 명확한 인식을 하고 홀로 방치해 죄질이 극도로 불량하다”며 “장애가 있어 보호가 필요한데도 보호하지 않고 사망에 이르게 해 비난 가능성이 매우 높다”라고 지적했다.
또 “피해 아동은 쓰레기장 같은 방에서 물도 없이 홀로 남겨져 언제인지 알 수 없는 날에 세상을 떠났다”며 “그 기간 남자친구와 여행을 다니는 등 연민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런 모든 점을 고려했을 때 이에 상응하는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한편 A씨의 방임 학대를 알고도 신고하지 않아 아동학대 혐의로 함께 기소된 집주인(55)에게는 벌금 2000만원과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 40시간이 선고됐다. 이 판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동학대를 목격하고도 신고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아동학대 혐의가 적용된다는 것이다. 아동학대는 대처가 매우 중요하다. 피해 아동을 발견한 즉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아동학대의 특성상 시간이 갈수록 학대의 영향과 피해는 더 커지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아동학대처벌법은 신고 의무자 25개 직군을 설정하고 신고하지 않을 경우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25개 직군은 사회복지시설과 아동복지시설 종사자, 초중고교와 보육교직원, 아동복지전담 공무원, 의료인, 119구급대원 등이다.
그러나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의 신고 비율은 저조한 상황이다. 국회입법조사처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2년 신고 의무자 신고 비율은 36.9%였는데, 2015년 이후 계속 줄어 2019년에는 23%까지 떨어졌다. 이후 2020년에는 28.2%로 다시 상승했다.
아이들을 가장 가까이서 보는 직군 중 하나인 교사의 경우 아동학대 의심사례를 접하고도 신고를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
실천교육교사모임이 지난 해 1월 유치원과 초·중·고교, 특수학교 교사 800명을 상대로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318명(39.8%)는 학대 의심사례를 본 적이 있고, 209명(26.1%)은 근무하는 학교에서 학대 사건이 있었다고 답했다. 아동학대를 접한 교사가 66%나 됐다.
그러나 19.3%만이 신고를 했고, 10.1%는 신고를 망설인 것으로 나타났다. 망설인 이유로는신고 후 아동의 상황이 더 나빠질 것(33.8%), 아동학대 유무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아서(32.5%) 등의 순이었다.
대다수 교사들은 아동보호를 위해 개선해야 할 점으로 아동을 가해한 주양육자와의 분리(76.5%)와 신고자의 신변보호(70.1%)를 꼽았다. 신고 후 아동 보호를 위한 조치가 즉각 이뤄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아동이 더 큰 학대를 받을 것을 우려해 신고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또 신고자가 누구인지 쉽게 추측할 수 있어 신고자 보호장치가 강화돼야 한다.
지난 해 아동학대건수는 전년보다 크게 증가했다. 보건복지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1 아동학대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아동학대로 최종 판단을 받은 건수는 3만 7605건으로 전년(2020년) 대비 21.7%p 증가했다. 또 같은 기간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5만 3932건으로 전년 대비 27.6%p 늘었다.
아동학대 신고 건수 증가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아동학대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의심 사례를 보면 적극적으로 신고하고, 신고의무자 교육 강화 등 정책 대응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