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기증희망자 157만명, 10년 새 2배↑…뇌사기증 500명 미만
국내에서 가장 오랜 기간 인공심장을 달고 병원에서 지냈던 3살 소아 환자가 2년 만에 집으로 돌아갔다. 무사히 심장이식 수술을 받은 덕분이다.
육수진(3)양은 2020년 생후 6주에 심정지가 발생했다. 심폐소생술 끝에 의식을 되찾았으나 ‘비후성 심근병’ 진단을 받았다. 비후성 심근병은 심장 근육이 딱딱하게 굳어 심장 혈액이 제대로 순환하지 못하는 질환으로 심각해지면 갑자기 심장이 멈춰 돌연사할 수 있다. 소아 10만 명당 1명꼴로 발생하는 희소 난치성 심장병이다.
세브란스병원 선천성심장병센터 심장혈관외과 신유림·소아심장과 정세용 교수팀은 수진양에게 약물 치료를 시행했지만, 호흡 곤란 등 심부전 증세는 계속됐다. 심장 기능을 정상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받은 에크모(인공심폐기·ECMO) 치료도 효과가 없자 의료진은 인공 심장인 ‘심실 보조 장치(ventricular assist device·VAD)’를 수진 양에게 달았다.
심장에 부착하는 VAD는 심장이 혈액을 온몸에 잘 보내도록 도와준다. 장치를 심장 안에 부착하는 성인과 달리 체구가 작은 소아 환자는 장치 도관을 심장에 삽입한 후 체외로 통과시켜 몸 밖 펌프에 연결한다.
성인 환자는 퇴원 후 일상생활이 가능하지만, 어린이의 경우 전담 의료진이 24시간 하루 10회 이상 관찰해야 할 정도로 세심한 관리가 요구된다. 체외로 연결한 펌프의 움직임과 혈전(피떡) 발생 여부를 확인하고, 피부 소독, 항생제 투여, 재활 등을 병행해야 하기 때문에 병원을 떠날 수가 없다.
말기 심부전 상태의 수진이는 VAD로 생명을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심장이식이 필요했다. 어린이 환자의 심장이식은 적합한 기증 심장을 구하기가 성인 환자보다 더 어렵다. 뇌사자의 심장 기증 사례가 적고 체구가 작아 공여자의 심장 크기 또한 중요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공여자가 나타날 때까지 어린이 환자의 심장 기능을 최적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렇게 지내던 수진 양에게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이식 가능한 심장 공여자를 찾아 무사히 심장이식 수술을 받았다. 수진 양에게는 집에서 보내는 첫 추석이다.
9월 9일은 사랑의 장기기증 운동본부가 1997년 정한 장기기증의 날(SAVE9)이다. 뇌사 시 장기기증으로 9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이 날로 정해졌다.
장기기증 인식이 개선되면서 장기기증 희망자가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 산하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의 2020 연보에 따르면 국내 장기 기증 희망자는 2011년 80만 명에서 2020년 157만 명으로 10년 새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기증 희망자는 늘고 있지만, 실제로 장기기증이 이뤄진 경우는 적다. 보건복지부의 ‘장기이식대기자 및 기증자 현황’에 따르면 뇌사 기증자는 2018년 449명, 2019년 450명, 2020년 478명, 2021년 442명이다. 참고로 우리나라에서는 1년에 약 3000명 정도의 뇌사자가 발생하고 있다.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하더라도 기증까지 이뤄지기는 어렵다. 기증 희망자 사후 유가족이 반대하면 기증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전에 가족들에게 기증 의사를 밝히고 이해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헌혈과 장기기증은 비교적 잘 알려져 있지만, 기증 가능한 인체 유래물은 이 외에도 조혈모세포와 인체조직 등 총 4가지다.
조혈모세포는 ‘혈액을 만드는 어머니 세포’라는 뜻으로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등 모든 혈액세포를 만들어내는 능력을 가진 세포로 정상인의 혈액 중 약 1% 정도다. 백혈병, 악성림프종 등 난치성 혈액종양은 조혈 기능 장애로 정상적인 혈액을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건강한 조혈모세포를 이식받으면 완치될 수 있다.
인체조직은 피부, 각막, 뼈, 인대, 혈관, 심장판막 등으로 이 부위에 가능적인 문제가 발생한 사람들에게 기증된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이식 대기자는 매년 꾸준히 증가해 4만여 명이며, 하루에 약 6.8명이 이식을 받지 못해 사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