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말 많은 농촌총각 국제결혼지원금

출처 : https://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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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촌총각 국제결혼에 많게는 1천만원 지원

올해초,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농촌총각국제결혼지원금(매매혼지원금) 세금지원’을 폐지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와서 3만6천여명이 동의했다. 청원의 요지는 동남아 여성들을 돈을 주고 사오는 매매혼을 지자체에서 지원금까지 주면서 장려하는 것은 세금 낭비이며, 도덕적, 법적으로도 맞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24 자료에는 2018년 12월 기준 전국의 30여개 지자체에서 농촌총각의 국제결혼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인천광역시 강화군을 비롯해서 강원도 고성군·동해시·삼척시·양구군·양양군·원주시·철원군·태백시·홍천군, 충청도 괴산군·증평군·보령시·부여군, 전라도 강진군·구례군, 경상도 청송군·거제시·거창군·고성군·김해시·남해군·밀양시·양산시·의령군·정선군·창녕군·창원시·하동군·함안군·함양군·합천군 등이다.

지원내용을 보면 만남과 결혼, 혹은 결혼 후, 결혼·출산시에 많게는 1천만원까지 지원하고 있다. 일예로 충북 괴산군은 지난 2008년부터 지금까지 국제결혼 부부 47쌍에게 5백만 원씩, 총 2억 3천여만 원을 지원했다. 괴산군은 인구 천명당 혼인건수를 나타내는 조혼인율이 2017년 기준 3.8건으로 충북 평균 5.0건을 훨씬 밑돌았다. 출생아수에서 사망자수를 뺀 인구자연증가율은 2017년 –10.5명으로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

 

● 중년 신랑과 어린 신부의 결혼에 매매혼 비난 쏟아져

대다수 농어촌 지역의 사정이 이렇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농가 및 농림어업조사 결과’를 보면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42.5%로 전년 대비 2.2% 증가한 반면 10세 미만은 11.2% 줄었다. 고령화·저출산 속도가 가파르다. 이런 상황에서 전국 228개 지자체 중 39%인 89개 시군구가 소멸위험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2013년 75개보다 14개가 증가했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도시에 비해 수입이 적고, 교육, 문화, 의료 등 사회서비스가 부족한 농촌 지역에 젊은 인구를 유입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많은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농촌총각 국제결혼지원이라는 자구책을 쓰는 것이다.

농촌총각 국제결혼은 남성들이 현지에 가서 맞선을 보고, 결혼해서 신혼여행까지 다녀오는 일정으로 진행되는데, 길어야 일주일이다.

통계청의 ‘2017년 다문화 인구동태 통계’ 자료에 따르면 다문화 혼인을 한 남편의 연령은 45세 이상이 26.4%로 가장 많았고, 연령차는 남편이 10세 이상 연상 부부가 39.5%로 가장 많았다. 반면 국제결혼 중개업체에 등록된 여성들은 대부분 20대 초반의 동남아 여성이다.

2017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혼인 중 다문화 혼인은 8.3%인데, 농어촌 지역은 그 비율이 훨씬 높다. 경북 영양군이 26.1%로 10건 중 2-3건이 다문화 혼인이었고, 전남 담양군 19.1%, 전북 임실군 18.8%, 충북 영동군은 18.6%, 경북 봉화군 18.2%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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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웨딩TV(http://wedd.tv/) - 저출산 문제를 고민하는 방송 ,건강한 결혼문화를 선도하는 언론

 

● 다문화가정의 부부갈등과 피해 급증

말도 안통하고, 연령차도 많은 남녀가 만난 지 일주일 만에 부부가 된다는 것은 말이 결혼이지, 짝짓기에 불과하며, 이런 국제결혼 방식은 농촌총각 결혼문제 해결이 아니라 오히려 가정해체 등 심각한 문제를 불러일으킨다는 우려가 제기되어 왔다.

다문화 가정 증가세 속에 다문화 가정 내 갈등도 늘고 있어 우려가 결국 현실이 되고 있다.

국회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재정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경찰청의 ‘2014년 이후 다문화가정 가정폭력 검거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2014년 123건에서 2015년 782건으로 6배 이상 폭증했으며, 2016년 976건, 2017년 840건, 2018년 6월 현재 481건이다.

결혼이민자 및 귀화자의 80%가 여성임을 감안하면 다문화가정 내 가정폭력의 피해자 대부분은 여성일 것이라고 추정된다. 실제로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의 ‘결혼이주민 실태조사’ 결과 조사 대상자 920명 중 387명(42.1%)이 가정폭력에 시달린 경험이 있었다.

물론 국제결혼으로 피해를 입은 남성들도 많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국제결혼 관련 피해 상담 건수는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총 1072건인데, 이중 입국 후 가출 , 허위정보 제공, 배우자가 입국을 늦추거나 거부하는 경우는 466건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 다문화가정 출생아수 감소 추세 뚜렷

농촌총각 국제결혼을 통해 인구 유입과 출산율을 늘리려는 것이 지자체의 청사진이다.

"안정되게 가정생활을 하면..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리고 그런 부분이 있잖아요." (지자체 국제결혼지원 관계자) 하지만 다문화가정의 출산율이 낮아지면서 정책의 실효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통계청의 ‘2017년 다문화 인구동태 통계’에 따르면 다문화가정의 출생아수는 전년도 대비 5.1% 줄었고, 5년째 감소하고 있다. 다문화 혼인비중이 높은 전북의 경우, 출생아수 감소율이 14.4%로 전국 평균의 3배 가까이나 되었다.

이는 농어촌 국제결혼 지원 정책이 결혼이 출산으로 이어진다는 도식적인 발상에서 벗어나 보다 현실적, 실용적 방향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해와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결혼의 본질, 그리고 농어촌의 지역적 특성, 결혼이주여성의 현실 적응 등이 고려되어야 하는 것이다.

인권위 실태조사를 보면 결혼이주여성들은 결혼이주민을 위한 주요 사회서비스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현재 다문화가족 종합정보서비스 전화센터(다누리콜센터 1577-1366)가 운영 중이며, 결혼이주여성의 한국 정착을 지원하거나 다문화가정 지원 서비스도 많다.

국가 소멸론까지 나올 정도로 저출산이 심각한 상황에서 인구 늘리기에 안간힘을 쓰는 지자체의 노력을 폄훼할 수만은 없다. 다만 국제결혼 지원이 결혼 성사에 그치지 않고, 다문화 혼인 가정이 안정적으로 뿌리내리고, 결혼이주여성들이 지역의 일원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정책의 세심한 집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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