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 채로 탑승가능' 규정에도 대중교통의 유모차를 불편해하는 시선들

일본 대중교통의 유모차 공간 표시(출처-NHK)
일본 대중교통의 유모차 공간 표시(출처-NHK)

승객의 폭언 유모차 접어라!”

일본에서는 지난 7월 말의 한 트윗 게시물이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그것은 버스에 유모차를 갖고 승차했다가 한 승객이 귀찮다! 접어라!’며 혼을 냈다는 내용이었다.

이 트윗에 대해 나도 비슷한 일로 힘들었다”, “유모차를 보고 싫어하는 얼굴을 한다등 양육하는 부모들로부터 공감의 댓글이 많았다.

NHK에 따르면 논란의 발단이 된 트윗을 올린 사람은 작가 오노미유키(小野美由紀, 36)씨로 생후 6개월 된 딸을 키우고 있다.

항상 주위에 폐를 끼치지나 않을까 부담감을 갖고 버스를 이용하고 있다. 승차할 때는 가슴이 두근두근하다”(오노미유키씨)

지난 728, 유아원에 가기 위해 날마다 이용하는 노선 버스에 탔을 때였다. 오노씨는 운전석 뒤에 있는 유모차 설치 전용석으로 갔다. 유모차를 편 채로 좌석에 있는 전용벨트로고정시키고 아기를 안고 좌석에 앉았다.

유모차 밑에 짐이 있어 한 손으로 접기가 어려웠다. 유모차에 태우면 울지 않을까, 아니면 안고 있으면 울지 않을까 판단하기 어려워 유모차를 편 채로 두었다”(오노미유키씨)

당시 버스에는 오노씨 외에 5명 정도의 승객이 있어 차 안은 거의 비어 있었다. 버스가 다음 정류소에 도착하자 통로 건너편에 앉아 있는 남성이 갑자기 일어나 유모차를 몇 번 치면서 이것 접어라, 귀찮다고 말했다.

갑자기 일어난 상황이라 놀라서 바로 대응할 수 없었다. 어쨌든 아기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다”(오노미유키씨)

유모차를 갖고 버스에 탑승한 승객(출처-NHK)
유모차를 갖고 버스에 탑승한 승객(출처-NHK)

규정은 유모차 접지 않고 승차 가능

오노씨의 승차 행동은 정해진 규정을 준수한 것이었다.

일본 국토교통부는 2013대중교통 등에 설치하는 유모차 이용에 관한 협의회를 구성해 대중교통 등에서 유모차를 접을지 여부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유모차를 접는 것을 일률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아기의 안전 측면에서 어렵다는 이유에서 유모차는 접지 않고 승차할 수 있다는 방침을 정했다. 2020년에는 일부 버스회사가 2인승 유모차는 접어줄 것을 요청했지만, 벨트로 2군데 고정하는 등의 조건으로 접지 않고 승차할 수 있도록 했다.

제도는 개선됐지만, 충분히 알려지지는 않았다. 국토교통부가 20217월에 시행한 조사에서 40% 정도가 전철과 버스에서 유모차를 접지 않고 승차할 수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오노씨도 이런 규정을 알아주었으면 하는 심정으로 트윗을 올렸다고 밝혔다.

코로나로 더 멀어지고 무관심한 사회

오노씨의 트윗에 달린 댓글에서 승객 수 감소로 비교적 공간적 여유가 있는 코로나19 기간의 대중교통에서도 문제가 빈발하는 실태가 부각됐다.

한 엄마는 “7월말 2인승 유모차를 갖고 전철에 탔을 때, 가능하면 내리는 사람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위치를 옮겼는데도 승객들로부터 귀찮다는 불평을 들었다고 했고, 또 한 엄마는 신칸센 기차 내에서 아기가 울자 한 남성이 이 차량에서 나가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양육문제 전문 비영리 법인 세타가야(世田谷) 양육네트워크의 마츠다타에코(松田妙子) 대표는 뿌리 깊은 사회적 불관용이 코로나 사태로 조장되는 일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아이를 소중하게 여기자고 한다거나 사회에서 아이를 양육하자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측면이 있다. 코로나로 마음에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 늘고 있고, 자신과 다른 사람을 배제시키고 멀리하는 경향이 심해지고 있어 서로 무관심한 사회가 되고 있다”(마츠다타에코)

주위의 목소리유모차 이용자도 배려를

한편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어려움을 이해하지만, 유모차 이용자도 주위를 배려했으면 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50대 여성은 혼잡한 버스에 승차할 때는 유모차가 방해가 되어 서 있을 수 없어 넘어질 것 같은 경험이 있다고 했고, 통근 전철을 이용하는 한 30대 남성은 아이의 안전을 위해서도 유모차를 둘 수 있는 별도의 장소를 생각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또 유모차를 갖고 승차하는 엄마에게 어떻게 접근해야 좋을지 잘 모르겠다고 하는 20대 여성도 있었다.

지하철 안의 양육응원공간(출처-NHK)
지하철 안의 양육응원공간(출처-NHK)

쾌적한 공간을 만들어가는 대중교통

유모차 이용자도, 주위 사람들도 모두 잘 지낼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작업을 시작한 대중교통이 있다. 그 중의 하나가 도쿄도 지하철 오에도선(大江戸線)이다.

이 노선에서는 3년 전부터 약 20%의 노선에 양육응원 공간을 도입하고 있다. 공간 전면에는 그림책과 애니메이션의 캐릭터 디자인이 되어 있고, 유모차 등을 둘 수 있도록 좌석이 없는 장소도 있는데, 양육하는 부모가 스스럼 없이 이용할 수 있는 분위기다.

아이를 동반한 승객 뿐 아니라 주위 사람들도 차내가 밝아 분위기가 좋다등 호평을 하고 있어 다른 노선에 도입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도쿄도 교통국 전철부 운영과 사토오마사키(佐藤将紀)씨는 아이와 함께 탄 승객에게 기쁨을 주고, 그 외의 승객들에게도 사회 전체적으로 양육을 응원하고 있다는 그런 환경을 만드는데 도움을 주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쿄지하철 전노선, JR동일본 야마데선(山手線), 도쿄급행 전철 이케가미선(池上線)과 다마가와선(多摩川線) 등에서 유모차 이용자들이 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각자의 입장에서 가능한 것은?
양육문제 전문가인 마츠다타에코(松田妙子)씨는 이런 차량들의 정비와 함께 유모차 이용부모와 주위 사람들이 서로 생각을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모두가 기분 좋은 대중교통이 되도록 각자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을 제안했다.

주위 사람들은 마스크를 넘어 미소를 보낸다

아이를 동반한 사람에게 자신이 싫은 기분이 아니라는 것을 전달하기만 해도 분위기가 온화해진다.

유모차 이용자는 주위 사람들의 호의를 받아들인다

긴장감을 갖고 승차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상황에 따라 함께 있는 사람들의 도움을 빌리는 것도 원활한 소통과 연계된다.

대중교통 측에서도 차내 방송으로 승객에게 이해를 구한다는 것을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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