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키베라의 위험한 낙태의 비극, “너무나 많은 여성들을 잃고 있다!”
【케냐】 키베라의 위험한 낙태의 비극, “너무나 많은 여성들을 잃고 있다!”
  • 서정환 기자
  • 승인 2019.08.10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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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약품에 의존한 무리한 낙태로

생명 위협받는 키베라의 어린 임산부들

출처 : 픽사베이
출처 : 픽사베이

○ 낙태 금지된 케냐, 가장 큰 희생자는 빈민가의 임산부들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 외곽의 키베라는 아프리카 최대 빈민가로 남아프리카 공화국 요하네스버그의 소웨토,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파벨라와 함께 세계 3대 빈민가로 꼽힌다.

세계적으로 10억 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는 빈민가의 공통점은 여성과 어린이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힘든 현실을 잊기 위해 마약과 술에 의지하고, 이는 여성에 대한 폭력, 성폭력, 그리고 아동학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키베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쓰레기가 널린 오염된 환경에서 생활은 고달프고, 건강 상태는 안 좋아서 기대수명이 겨우 30년이다. 어린이 4명 중 1명만이 겨우 학교에 간다. 화장실 1개를 50가구가 공동 사용하고, 1가구의 평균 인원은 8명이나 된다.

낙태가 불법인 케냐에서 이런 빈민가의 임신한 여성과 소녀들은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는 불법 약품에 의존하게 되고, 그 결과는 치명적인 신체 손상, 심지어 죽음에까지 이르게 된다.

영국 가디언지는 축복받지 못하는 임신, 이후 무리한 낙태 시도로 인해 죽음의 위험에 노출되고 있는 키베라의 어린 임산부들의 실상을 자세히 보도했다.

키베라에서 ‘돌팔이’ 화학자들이 제조한 무허가 낙태약을 구입하는 일은 전혀 어렵지 않다. 이 약들은 약초와 여러 화합물로 제조되는데, 가판대의 넷 중 셋은 포장되지 않는 이런 낙태약을 불법적으로 제공한다. 

소녀들은 임신이 중지되기를 바라며 이 약을 먹거나 몸속에 집어넣는다. 보통 약효는 없으며, 고통에 빠지기도 하고, 가끔 사망하기도 한다.

가디언지가 인용한 한 보고서에 따르면 케냐에서는 위험한 낙태 시도의 결과 하루에 7명의 여성이 죽어가고 있고, 불법적 낙태 이후의 상황을 돌보기 위한 보건지출이 2012년 이후 2배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지난 6월 <여성법조인들의 케냐 연맹>은 보건종사자들에게 안전한 법적 낙태를 제공하라고 권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 위험한 낙태시도로 하루 7명의 여성 죽어가

키베라에서 신체적 또는 성적 폭력에 처한 여성과 어린이들을 구조하는 조직인 <평화, 권리 그리고 정의를 위한 여성운동가>를 이끄는 에디타 오치엥(Edita Ochieng)은 가디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나는 6살에 성폭행을 당했는데, 가해자는 아직도 저 쪽에 살고 있다”면서 자신의 집에서 몇 미터 떨어진 판잣집을 가리켰다. 

이어서 오치엥은 “이곳 사람들에게 성폭행은 일상적인 일이다. 사람들은 결혼하지 않은 소녀가 임신을 하면, 그 소녀를 나쁜 애라고 부른다. 피임할 방법이 없는 데도 말이다. 그렇지만 아무도 낙태에 관해서는 얘기하지 않는다. 창피한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낙태에 관해 얘기하는 나를 살인자라고 부르기도 한다”고 털어놓았다.

마리 스톱프((Marie Stopes)는 피임과 낙태 후 치료를 제공하는 국제가족계획 자선단체인데, 키베라 내에 2개의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 단체는 낙태를 부추긴다는 이유로 작년 케냐 당국에 의해 잠시 폐쇄되기도 했다.

낙태가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임산부들은 이곳에 와서 진료를 받거나 보살핌을 받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래서 많은 산모들이 돌팔이에게 갔다가 낙태는 실패하고, 큰 후유증에 시달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특히 패혈증이 많이 발생해서 10대의 어린 나이에 자궁을 적출해야 하는 안타까운 일도 있다.

키베라 지역의 자선단체인 <지역의 빛나는 희망(Shining Hope for Communities (Shofco)>는 여성 및 아동학대의 피해자들에게 임시거처를 제공한다. 이곳의 성담당관 캐롤라인 사쿠아(Caroline Sakwa)는 “이렇게 많은 청소년 임신의 근본적 원인은 키베라의 소녀들이 도움 받을 곳이 없다는 데 있다. 성폭행을 당하기도 하고 성매매가 이루어지기도 하고, 마약과 알콜 때문에 집단 성폭행도 많다.”고 말했다. 

키베라에 만연한 불법 낙태는 낙태 불법화가 결코 낙태를 없애지 못하며, 오히려 여성들에게 치명적인 위험을 가져오고, 국가적인 재정 손실도 클 수 있음을 보여 주는 한 예라 하겠다.
 

【서울-웨딩TV】 서정환 글로벌 전문기자 jhseo1222@wedd.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