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내 여성 할례 피해자

12만명 넘어

출처 : GAMS 인스타그램
출처 : GAMS 인스타그램

○ 할례 피해여성 지난 10년 새 2배나 늘어

지네딘 지단, 티에리 앙리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프랑스의 축구 선수들이다. 두 사람의 또 하나 공통점은 지단의 부모는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알제리 출신이고, 앙리의 부모는 프랑스의 해외 영토(레지옹) 출신으로 순수 프랑스인이 아니라는 점이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 출전했던 프랑스 축구 대표팀의 경우 총 23명의 엔트리 중 15명이 이민자 가정 출신이었는데, 이는 프랑스의 인종‧문화적 다양성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프랑스는 과거 아프리카 대륙의 약 40%에 가까운 식민지를 보유했고, 이후 1960년대에 아프리카 국가들이 대거 독립하면서 이들 국가에서 많은 사람들이 프랑스로 건너왔다. 

그 중에서 프랑스와 지리적으로 가까운 알제리와 모로코에서 온 이민자가 특히 많은데, 현재 프랑스에 사는 알제리 계만도 170여 만 명으로 추산된다.

또한 프랑스는 유럽에서 이슬람 이민자들이 가장 많은 나라이기도 하다. 미국의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에 따르면 2016년 기준 프랑스의 이슬람 인구는 572만명이다. 

이렇게 아프리카와 이슬람권 이민자들이 많다 보니 프랑스에서는 이와 관련된 현상이나 활동들이 자주 목격된다.

프랑스 르몽드지는 최근 프랑스 내의 여성 할례 피해자들의 실태와 이들을 돕는 보호단체들을 소개했다.

<주간 역학 회보(Bulletin épidémiologique hebdomadaire)>에 발표된 추정치에 따르면 프랑스에 사는 12만 3,355명의 성인 여성들이 할례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 15개 보호단체에서 여성 정체성 되찾게 돕고 있어

이 조사는 프랑스에서 태어난 이민 2세들도 포함한 것이다. 지난 15년 간 할례 관습은 거의 사라졌는데도 할례를 겪은 성인 여성의 수는 10년 새 2배가 되었다. 

연구자들은 “이 수치는 할례가 만연한 지역에서 새로 이민 온 여성들과 지난 연구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미성년들이 이제 성년이 된 것에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프랑스에는 할례 피해 여성들을 위한 단체가 15개 정도 있다. 

최근 파리 20구역의 중심 지역에 디아콩네세 크루와 생시몽(Diaconesses Croix Saint-Simon) 병원 그룹의 새로운 단체가 할례 피해 여성들을 돕기 위해 문을 열었다. 

이 단체는 두 명의 산파와 심리학자, 성(性)의학자 그리고 외과의사, 산부인과 의사 각각 한명으로 구성된 팀으로 운영된다. 이 팀의 산부인과 의사인 시히 해포흐(Cyril Raifort) 박사는 여성 할례 피해자들의 “여성 정체성을 되찾고자”하는 바람을 도운 지 8년째다.

여성할례의 복원술은 비뇨기과 의사인 피에르 폴데(Pierre Foldès)가 1980년에 개발했고, 그는 아프리카 인권사절단 시절에 할례 피해 여성들에게 시술을 하기도 했다. 

 

○ 외과적 수술 외에 트라우마 극복 위한 심리적 치료도 병행

해포흐 박사는 “약 10여년 전만 해도 외과적 수술만이 해결책이라고 말했지만, 이제는 전혀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환자들은 각각 독특한 방식으로 할례를 경험하므로, 치료도 개인별로 맞춤화된다. 어떤 이들은 자신의 성생활을 개선하고 싶어하고, 또 어떤 이들은 “여성성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한다. 이들 모두 자신들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도움을 얻기 위해 전문가들을 찾는다고 한다.

이들은 병원에서 전문 심리학자와 함께 자신의 경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어떤 이들은 악몽 속에서 반복되는 할례의 이미지와 소리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 어릴 때의 고통스런 순간을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자신의 일부가 소실됐다는 것과 관련된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이들도 있다. 

할례 피해자들은 종종 박탈감을 느낀다. 현재 할례반대 운동가로 활동하는 라마타 카포(Ramata Kapo)의 경우 말리에서 태어나 어린 나이에 프랑스에 왔다. 할례가 널리 퍼져있는 말리에서 라마타의 할머니는 1살 반 밖에 안된 마라타에게 할례를 했다. 

그녀는 처음으로 산부인과 의사와 상담을 한 16살 무렵 자신이 할례 받은 것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 당시에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부모님에게 이와 관련된 질문을 감히 묻지 못했다. 그녀는 “많은 가족들과 마찬가지로, 성(性)은 금기의 주제였다”고 회상한다. 

 

○ 어린 소녀들을 할례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 모색하기도

여성할례에 반대하는 단체들은 관심을 높이기 위해 캠페인, 컨퍼런스 등을 개최하고 있다.  사회학자이며 여성할례 폐지를 위한 그룹 GAMS(Groupe pour l’abolition des mutilations sexuelles féminines)의 감독관인 이사벨 지에-파이에(Isabelle Gillette-Faye)는“프랑스에는 소말리아, 코트디브아르, 말리, 기니, 모리타니 등에서 온 할례피해 여성들이 있다. 그런데, 그들의 언어가 다르기 때문에 이민여성들 사이에 보호단체에 대한 정보가 퍼지는 데 어려움이 있다”라고 말한다. 

GAMS에 따르면 엄마나 부모가 자신의 아이들을 할례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알아보기 위해 찾아오기도 하며, 행정적으로 복잡한 상황에 있는 경우에는 망명 가능성을 문의하기도 한다. 

또한 체류허가를 받거나 프랑스 국적을 취득한 경우에는 출신국가에 있는, 할례를 하고자 하는 다른 가족들에게 반대하는 방법을 찾기도 한다.
 
산부인과 전문의 해포흐 박사는 “할례가 관습화된 나라 출신 부모를 둔 소녀 10명 중 3명은 방학 동안 부모님의 나라에 여행을 간 기간에 할례를 당할 위험이 있다”고 증언했다. 이런 자녀들을 보호하기 위해 부모는 검찰에 출국금지 신청을 하기도 한다. 그러면 아이들은 프랑스 영토를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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