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에 따르면 월간 내부 소식지 ‘한은소식’ 2월호에는 “아이를 낳은 부모에게 정년을 연장해주자”는 제안을 담은 기고문이 실렸다.
이 제안을 한 사람은 이재화 인사경영국 부국장이다. 이 부국장은 ‘출산과 정년 연장 : 부모의 은퇴는 이르고 자녀들의 갈 길은 멀다’는 제하의 칼럼에서 취업과 출산 연령이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에서 “출산·양육 부담과 미래 걱정으로 아이를 더 낳을지 말지 고민하는 분들을 위한 제안”이라고 소개했다.
이 부국장은 불임으로 30⦁40대에 결혼했지만 불임으로 40대 중후반에 부모가 된 부부, 그리고 늦둥이 둘째가 태어난 부부, 이 두 가지 사례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이들이 출산을 계획하면서 했던 가장 큰 고민이 퇴직 이후의 양육 부담”이라고 강조했다.
자녀 양육과 교육에 돈이 많이 들어갈 때 부모는 정년을 맞게 되고, 퇴직으로 부부의 노후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시점에서 자녀 미래까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부국장은 “기업들은 인력의 최종 수요자인 데 반해 출산율을 어떻게 높일지에 관한 논쟁에는 늘 비켜서 있던 측면이 있다”면서 “부영그룹이 최근 파격적인 출산 지원을 발표한 것처럼 국가·개인만 아니라 기업도 (저출산 관련 논의에) 나서야 하지 않겠느냐는 차원”이라고 밝혔다.
통계청에 따르면 첫 아이를 출산한 부모의 평균 연령은 2022년 기준 남성 35.1살, 여성 32.8살로 10년 전에 비해 각각 1.9년, 4.5년 높아졌다. 또 평균 취업 연령은 남성 30.0세, 여성 27.3세(잡코리아 조사)로 보통 취업하고 3~5년 내 자녀를 낳는다.
남성 기준으로 60세 정년을 다 채운다고 해도 첫째는 겨우 25살로 이제 대학을 갓 졸업한 시기이고, 둘째나 셋째가 있다면 양육과 교육비를 충당하기 위해 재취업 등을 강구해야 한다.
저출산 현상이 심화되면서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또다시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2022년 합계출산율이 1.12명으로 전국 17개 시도 중 유일하게 1명대를 기록했던 세종시마저 지난해 0.97명으로 떨어졌다. 이로써 전국에서 합계출산율이 1명을 넘은 지역은 한 곳도 없었다. 17개 시도 모두 합계출산율이 0명대를 기록한 건 지난해가 처음이다.
또 지난해 4분기 합계출산율은 사상 처음으로 0.6명대인 0.65명을 기록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연간 합계출산율은 0.6명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출산율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경제적 부담이 꼽힌다.
중국의 위와인구연구소에 따르면 한국은 출생 후 18세까지 평균 육아비용은 1인당 GDP의 7.79배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이 6.3배로 두 번째였고, 그 외 일본 4.26배, 미국 4.11배, 싱가포르 2.1배, 호주 2.08배, 프랑스 2.24배의 한국의 육아비용이 압도적으로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