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제가 처음 서울에 왔을 때 누군가가 ‘한국 여성들은 출산 파업 중’이라고 얘기해줬다. 그 이후에 각종 정책이 나왔지만, 출산율은 계속 떨어졌다.”
진 맥킨지 BBC 서울 특파원은 8일 유엔여성기구 주최의 ‘세계 여성의 날’ 기념행사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정부, 외교계, 기업계, 학계 관계자 200여명이 참석했다.
맥킨지 특파원은 “한국의 작년 4분기 합계 출산율이 사상 처음으로 0.6명대로 떨어졌다”며 “특히 서울에선 거의 모든 여성이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선택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그는 각종 지원책에도 불구하고 출산율이 계속 떨어지는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전국을 돌며 많은 여성들을 만났다며 그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오후 8시에 퇴근하고 월요일 출근을 위해 주말에 링거를 맞는 한 여성은 아이를 키울 시간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특히 자녀를 가지면 직장을 떠나야 한다고 많이 걱정했다”고 했다.
또 “한 워킹맘은 과거 ‘남녀는 평등하다’고 배웠던 사실과 달리 남편은 아이 돌봄과 집안일을 도와주지 않아 ‘독박 육아’를 해야 했다고 털어놨다”고 말했다.
맥킨지 특파원은 “결국 긴 노동시간, 불공평한 육아 분담 등이 출산을 꺼리게 만든 것”이라며 “한국 여성들은 가정과 일 중에서 하나만 택하길 바라지 않는다. 그들이 원하는 건 사회적인 인식 변화와 유연한 근무 시간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막대한 재정을 쏟아붓는 것이 저출산 해결에 효과가 없다는 사실을 한국 사회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연사로 참석한 타마라 모휘니 주한 캐나다 대사는 “성평등은 ‘제로섬 게임’이 아닌 ‘윈윈게임’”이라며 “성평등이란 여성의 권한을 강화하면서 남성의 권한을 박탈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남성을 희생하거나 배제한다는 뜻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매년 3월 8일은 UN이 정한 ‘세계 여성의 날’이다.
1908년 3월 뉴욕에서 트라이앵글 셔츠웨이스트 공장 화재로 140여명의 여성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 해 3월 8일, 1만 5천명이 넘는 여성 섬유 노동자들이 뉴욕의 루트커스 광장에 모여 “우리에게 빵과 장미를 달라”고 외쳤다.
빵은 생존권, 장미는 남성과 동등한 참정권을 의미한다.
이날의 시위는 1910년 ‘의류노동자연합’ 조직을 탄생시켰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세계 여성의 날’이 제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