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동일성씨 규정한 일본 민법 조항에 세번째 헌법소원 제기돼

전통의상을 입은 일본 여성들(출처-pixabay)
전통의상을 입은 일본 여성들(출처-pixabay)

부부가 각자 다른 성씨를 사용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일본의 민법 규정이 헌법에 위배된다며 12명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고 NHK가 보도했다.

일본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혼인 시 부부 중 한 쪽의 성씨를 따르도록 법률로 의무화한 국가다. 그 시작은 메이지 유신 시대인 1868년이다.

민법에는 남편 혹은 부인의 성을 따른다고 명시했지만, 대부분의 부부들이 남편 성씨로 일치시키기 때문에 여성들이 사회적 불편함과 불공정함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38일 제기된 소송은 도쿄와 나가노, 홋카이도 등에 살고 있는 사실혼 커플 5쌍과 부부 1쌍 등 12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부부별개성씨를 인정하지 않는 민법과 호적법 규정에 대해 혼인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에 위반하므로 무효다라며 국가에 배상을 요구했다.

원고 중 한 명으로 남편과 사실혼 관계인 닛타구미(58, 가명)씨는 이 규정으로 인해 일과 출산, 주택취득 등 여러 상황으로 불편을 느껴 같은 남편과 5번이나 결혼과 이혼을 반복했다고 밝혔다.

닛타씨는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의 기술직 직원으로 여러 편의 논문을 발표하고 특허도 갖고 있으며 미항공우주국(NASA)과의 회의에도 참석한다. 닛타씨는 NHK와의 인터뷰에서 “NASA와 같은 시설은 안전절차가 엄격해 호적상의 이름 외에는 통행증이 발급되지 않기 때문에 결혼해서 성씨가 바뀌면 지장이 생긴다면서 여권에 옛 성씨를 병기해도 성씨가 2개인 이유를 설명해야 하고 본인확인에 시간이 걸리게 된다고 말했다.

닛타씨는 30년 전에 현재의 남편과 결혼했는데, 작성한 논문과 연구성과로 취득한 특허의 이름을 통일하려는 생각에 이혼하고 사실혼 관계가 됐다. 그러나 아이가 태어나자 다시 혼인신고를 했다가 여권을 변경할 시기에 이혼을 했고, 집을 구입할 때 남편과 공동대출을 받기 위해 결혼을 하는 등 인생의 고비마다 결혼과 이혼을 반복했고, 지금은 다시 사실혼 관계에 있다고 한다.

시부모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남편의 성씨를 바꾸는 것도 어렵고, 결국 특허등록자명으로 자신과 남편의 성씨를 함께 붙이는 등 여전히 업무상 불편함이 있는 상황이다.

원고로 참여하고 있는 남편 우치야마토오루(56)씨도 부부가 같은 성씨이면 안된다는 것이 아니라 같은 성씨로 할지 다른 성씨로 할지 선택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왜 인정이 안되는지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사실혼 커플인 37세의 사토오마나씨와 니시키요타카(西清孝)씨도 소송에 참여했다.

두 사람은 의료기관 동료로 근무하던 5년 전에 결혼했는데, 사토오씨가 성씨를 바꾸는데 위화감을 갖고 있고 직장도 옛날 성씨를 사용하는데 이해를 해주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한다.

사토오씨는 당시 상사로부터 왜 옛날 성씨를 고집하느냐는 말을 들었다. 모두 (남편 성씨) ‘니시로 부르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후 부부는 합의해서 결혼 1년 만에 이혼신고를 한 후 사실혼 관계로 지내고 있다.

사토오씨는 기자회견에서 직장에서 옛 성씨를 사용하는 것이 인정되지 않고 내 이름이 바뀐 것을 보니 정체성 상실을 느꼈다고 밝혔다.

일본 최고재판소(출처-위키피디아)
일본 최고재판소(출처-위키피디아)

이들은 결혼해서 성씨를 바꾸면 옛날 성에 딸려있는 신용과 평가를 유지하기가 어렵고, 정체성 상실을 느끼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주장한다. 또 결혼을 포기하고 사실혼을 선택한 경우 상속에서 불리해지는 등 결혼한 부부와는 다른 어려운 상황들이 있다고 한다.

이 규정에 대해 일본 최고재판소(우리의 대법원 겸 헌법재판소)2015년과 2021년에 합헌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번이 세 번째 헌법소원이다.

2015년 최고재판소는 부부가 동일한 성씨가 되는 제도는 우리 사회에 정착된 것이고, 사회집단의 단위인 가족의 호칭을 하나로 하는 것은 합리성이 있다고 했다. 한편 현재의 제도는 사회가 받아들이는 방식에 의한 것이 적지 않은 만큼 제도의 존재 여부는 국회에서 논의되어 판단되어야 할 것이다라며 국회의 논의를 촉구했.

당시 대법관 15명 중 5명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는데, 그 중 3명의 여성재판관은 공동 의견을 제출했다. 이에 따르면 “96%의 부부가 남편의 성씨를 따르는 현상은 여성이 사회적, 경제적으로 약한 상황에 의해 발생한 것이다. 많은 경우 여성만이 자기 상실감의 부담을 짊어지게 되어 성평등에 입각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2021년의 판결에서도 최고재판소는 “2015년의 판결 이후 사회변화와 국민의식 변화를 고려해도 헌법에 위반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변경해야 한다는 것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합헌 결정을 했다.

어떤 제도를 채택하는 것이 타당한가의 문제와 헌법위반인가 아닌가의 재판에서의 심리문제는 차원이 다르다. 제도의 존재방식은 국회에서 논의되어 판단되어야 할 것이다라고 했다. 당시 재판관 15명 중 4명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판단으로 혼인의 자유와 부부평등을 보장하는 헌법의 취지에 반하며, 부당한 국가개입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2년 전 조사에서 결혼 당시 남편의 성씨를 선택하는 부부의 비율은 94.7%40년 이상 94%를 상회하고 있다.

UN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부부 별개성씨를 인정하지 않는 일본 민법규정에 대해 여성에 대한 차별적 법규제다라며 조속한 개정을 계속 권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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