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만 과정에서 검사, 절차에 대한

임산부들의 의견이나 선택이 종종 무시돼

출처 : 언스플래쉬
출처 : 언스플래쉬

○ 임산부의 선택과 비동의가 무시되는 분만실의 실태

출산 시의 진통은 흔히 신체 일부가 잘려져 나갈 때 느끼는 통증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한다. 그만큼 극도의 통증이 엄습한다. 그래서 임산부들은 출산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그런데 일반적인 병원 분만에서는 산모의 선택은 없고, 의료진이 모든 진료행위를 결정한다. 그래서 분만실에서 산모는 고통은 물론, 불편함과 수치심 등을 홀로 견뎌야 한다. 그로 인해 산모는 안전한 출산에도 불구하고 내면의 상처를 입기도 한다.

최근 영국의 인디펜던트지에 게재된 칼럼을 통해 <긍정적 출산운동(Positive Birth Movement)>의 설립자인 밀리 힐(Milli Hill)은 분만시 산모들에게 행해지는 부당한 대우를 지적하고, 이런 문제적 상황을 공개하는 미투운동을 통해 산모들이 존중받는 시스템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긍정적 출산운동(www.positivebirthmovement.org)>은 출산에 대한 경험을 공유하고, 산모들에게 지원과 정보를 제공하는 글로벌 네트워크로 영국에 200개의 그룹, 그 외 30여개국에 100개의 그룹 등 300여개의 그룹이 연결돼있다.

힐이 소개한 조지(Georgie)라는 여성의 경험담은 임산부의 선택과 비동의가 무시되는 분만실의 실태를 그대로 보여준다. 

조지는 진통이 왔을 때 분만이 임박했다고 느꼈는데, 조지를 돌보던 전문 간호사(영국의 병원에서는 산부인과 전문 간호사, 미드와이프가 산모의 임신 및 출산과정을 진행)는 검사를 받으라고 했다. 

조지는 검사를 거부했고, 간호사는 조지의 남편에게 검사를 받도록 설득하라고 요청했다. 남편과 간호사가 검사를 재촉하는 바람에 조지는 결국 진통 중에 검사를 받다가 양수가 터지고 말았다. 조지는 고통을 호소하며 간호사에게 검사를 중지하라고 했지만, 검사는 계속 진행됐다. 

서류상으로 조지의 분만에는 문제가 없었다. 검사 직후 조지는 출산했고, 산모와 아기는 모두 건강했다. 하지만 그것은 신체에 한해서다. 

조지는 출산 후 몇 주 동안 정서적⦁심리적으로 풀어야 할 부분이 남아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몸이 폭력을 당했을 뿐 아니라 사랑하는 남편이 엉겁결에 그 폭력의 공범이 되어 버렸다고 느꼈다. 

 

○ 1년에 약 3만명의 여성이 출산 트라우마를 겪고 있어

조지가 겪은 이상한 이야기는 사실 이상한 것이 아니다. 임산부 보살핌에 있어서 임산부의 ‘동의’라는 개념은 의료진들에게 잘 이해되고 있지 않다.

자선단체인 <출산권(Birthrights)>이 <Mumsnet>과 함께 진행한 2013년의 조사 ‘출산에 있어서의 존중(Dignity in Childbirth)’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12%가 검사와 절차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했는데, 초산의 경우에는 16%로 더 높았고, 병원에서 분만한 경우 그 비율은 23%였다.
도구를 사용한 분만(집게와 흡반의 도움을 받은 분만)의 경우 비동의 비율은 24%로 가장 높았다. 

또한 <긍정적 출산운동>이 부모들의 온라인 커뮤니티 <Channel Mum>과 함께 진행한 2016년 조사에서는 2,186명의 응답자 중 22%가 진통 중의 모든 절차에 다 동의하지는 않았고, 어떤 절차는“해야만 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답했다.

힐은 <긍정적 출산운동>을 운영해온 지난 7년 동안 자신들에게 일어난 일들에 대해 선택권을 무시당하거나 동의하지 않은 것을 강요당하는 등 산모들이 겪는 ‘일상적인’ 위반에 관한 이야기를 수 없이 들었다. 

여성들은 그런 일들이 여성성에 대한 부당한 대우의 일부라는 것을 알면서도 결국 불평 한마디 못한다. 현재 영국에서는 1년에 약 3만명의 여성이 출산 트라우마를 겪고 있으며, 이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로 발전될 수 있다고 한다.  

<BMC Pregnancy and Childbirth>의 학술지에 실린 2013년의 한 연구에 의하면 전문가들은 분만시 여성의 선택에 대해 상충되는 믿음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여성이 궁극적 결정자”라고 하면서도 “태아의 안전을 위해 여성의 필요는 무시될 수 있다”는 생각에 동의한다는 것이다.

힐은 2019년 아일랜드의 RTE라디오 방송국에 여성들이 트라우마 같은 출산경험을 말하는 전화가 빗발쳤고, 이후 보건안전청(the Health and Safety Executive)은 사과문을 냈던 사례를 언급하면서 #MeToo 운동처럼 여성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나눌 때에 집단의 목소리는 큰 힘을 가지며, 수많은 ‘작은’ 이야기를 모아 커다란 물결을 만들 때 엄청난 힘을 가진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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