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련님을 서방님으로 부르라고? “납득이 안가요, 납득이~”
도련님을 서방님으로 부르라고? “납득이 안가요, 납득이~”
  • 이성미 기자
  • 승인 2019.09.09 08: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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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기도, 듣기도 불편한 가족호칭

출처 : 여성가족부 홈페이지
출처 : 여성가족부 홈페이지

● 시댁식구 호칭문제로 차별 느끼는 여성들

30대 초반의 이모씨는 올 추석에 시댁 가기가 약간 불편하다. 흔히 얘기하는 명절증후군이 아니라 시동생에 대한 호칭 때문이다. 

남편과 연애할 때는 동갑인 시동생을 “00씨”로 불렀는데, 결혼 후 “도련님”이란 호칭이 어색해서 이름을 부르다가 시어머니에게 꾸중을 들었다. 그렇게 겨우 “도련님”이라는 호칭이 익숙해졌는데, 몇 달 전 시동생이 결혼을 하면서 “서방님”으로 부르라는 시어머니의 말에 “남편도 아닌데, 왜 서방님이라고 부르느냐?”고 했다가 크게 혼이 난 것이다. 

“사극에서 부인이 남편을 부를 때 서방님이라고 하잖아요. 왜 시동생을 남편처럼 그렇게 부르는지..부르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다 어색하고, 그래서 시동생한테 말을 아끼게 되더라고요.”

결혼한 대다수의 여성들은 시댁 식구 호칭 문제로 불편함과 차별을 느낀다. 

앞의 사례처럼 미혼 시동생과 기혼 시동생의 호칭이 다르고, 시누이도 미혼과 기혼일 때 아가씨와 형님으로 각각 호칭이 다르다. 또한 시댁 호칭은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부르는 것 같아 여성 입장에서 차별을 느끼기까지 한다.

반면 남성은 아내의 형제자매에 대해 처형, 처남, 처제라고 부르면 된다.

그 뿐 아니라 호칭의 어원을 살펴보면 호칭이 얼마나 시대착오적인지를 알 수 있다. 

여성이 손아래 시남동생과 시누이를 부르는 도련님과 아가씨는 조선 시대에 하인이 양반집 아들과 딸을 부르던 말이다. 또한 올케는 오빠나 남동생의 아내를 부르는 말인데,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그 뜻이 ‘오라비의 계집’이라고 한다. 

가족간 비대칭적인 호칭을 문제시했던 <나는 당신들의 아랫사람이 아닙니다>의 저자 배윤민정씨는 “도련님과 형수님의 경우 끝에 ‘님’이 붙는다고 대등하게 볼 수는 없다. 형수님은 형의 아내를 높여 부른다는 것 말고는 어떤 의미도 없는 반면 도련님에는 과거 신분이 낮은 사람이 높은 사람을 부를 때 사용했던 호칭이라는 역사적 맥락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한다.

 

● 자금의 가족호칭이 양성평등에 어긋난다는 의견 많아

여성가족부가 지난 2월 성별‧연령‧지역 등 대표성을 반영한 1,200명을 대상으로 ‘성별 비대칭 가족호칭 개선’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지금 우리가 쓰는 가족호칭이 양성평등에 어긋난다고 답변한 사람이 52.3%로 절반을 넘었다.

출처 : 여성가족부 홈페이지
출처 : 여성가족부 홈페이지

호칭은 상대를 부를 때 사용하기 때문에 대화 상대를 어떻게 대우하는지가 잘 나타난다.
여성들이 시댁 식구들에게 사용하는 호칭에 존칭이 많은 것은 가부장제의 흔적이 남아있다는 것이고, 이는 여성에 대한 인식에도 영향을 준다.

배윤민정씨는 “결혼 전만 해도 누나, 동생처럼 자연스러웠던 시동생과의 관계는 결혼과 동시에 수직적인 구도로 바뀌고 마치 조선시대의 신분제 문화로 돌아간 듯한 분위기가 된다”고 말하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도련님, 아가씨 등 기존 가족 호칭이 구시대적이라는 문제가 계속 제기되면서 설문조사, 사례 공모, 토론회 등을 통해 가족 호칭에 대한 국민 여론을 수렴했다. 이를 바탕으로 기존 가족 호칭이 불편한 사람들이 추가로 사용할만한 호칭을 제안했다.

예를 들어 배우자의 부모를 모두 ‘아버님·아버지’ 또는 ‘어머님·어머니’로 부르거나 배우자의 여동생, 남동생은 이름이나 이름에 ‘씨’를 붙여 부르는 것이다. 

여가부는 이런 가족 호칭 개선과 함께 성별 구분 없이 가사노동을 함께 하는 성평등 명절 문화를 만들자는 취지의 추석 명절 캠페인을 오늘부터 진행한다.

 

【서울-웨딩TV】 이성미 사회 담당기자 paula.y@wedd.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