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후 불공정한 취급 받았다며 

회사 고소한 남성 근로자

출처 : 픽사베이
출처 : 픽사베이

 

○ 육아휴가가 후한 일본에서 육아휴직을 한 아빠가 당한 불이익

지난 6월 일본의 집권당인 자민당 소속 일부 의원들이 모든 남성 직장인의 육아휴직 의무 사용 법제화 추진을 위해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을 촉진하는 의원 모임’을 발족한 바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일본은 육아휴가가 세계에서 가장 후한 국가 중 하나이다. 남성과 여성 모두 1년의 육아휴직을 사용할 권리가 있는데, 공공보육제공(public childcare provision)이 없는 경우에는 1년 넘게도 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스포츠웨어 기업 아식스(Asics)에 근무하는 38세의 한 남성 근로자가 2015년과 2018년에 두 번의 육아휴직을 다녀온 후 회사로부터 불공정한 취급을 받았다며 도쿄법원에 고소장을 접수한 일이 발생했다.

자신의 고용기업을 법정에 세운 몇 안되는 사람들 중의 하나인 이 남성은 첫 번째 육아휴직 후에 자회사가 운영하는 창고로 전출됐다고 한다. 연봉이 깎이거나 좌천되지는 않았지만, 창고 업무는 이전에 그가 맡았던 인사 업무와는 성격이 판이하게 달랐다고 한다. 

회사는 그가 어깨부상을 입은 후에 다시 사무직으로 발령을 냈지만, 그가 맡게 된 업무는  회사의 가이드라인을 영어로 번역하는 것 등 ‘의미 없는’ 일들이었다고 한다. 

남성 육아휴직을 보장한 법은 이 남성을 보호할 수 없었을까?

일본은 성역할에 대해 보수적인 경향이 있다. 이 남성은 “경영진은 남성은 밖에서 일하고 여성은 집에서 살림하는 상태를 가치있게 생각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가디언은 육아휴직을 사용한 남성에 대한 불공정한 취급으로 인해 ‘파타하라(patahara)'라는 말까지 생겼다고 전했다. 

이 말은 영어의 'paternity harassment' (아버지란 이유로 받는 ‘직장 내 괴롭힘’을 총칭하는 말)의 일본식 줄임말인데, 임신 또는 출산한 여성이 겪는 학대를 설명하기 위해 사용되는 ‘마타하라(matahara: maternal harassement)'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이번 고소건의 경우, 처음에 고소인은 아기가 태어날 때마다 1년씩 휴직했다면서“이기적”이라고 트위터에서 비난받았었다. 

 

○ 육아휴직 허용해도 경력에 문제 생길까 거의 사용 안해 

일본에서는 남성들이 자신의 경력에 문제가 생길 것을 두려워해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이 고소인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많다. 자신들의 권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로 분위기가 이를 어렵게 한다. 이제는 누군가가 말해야 한다. 앞으로 나는 40여 년을 샐러리맨 생활을 할텐데, 그 중 1~2년 정도 휴직한다고 해서 큰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일본 정부통계에 의하면 특히 남성이 오랜 기간 회사에 충성하는 것을 중요시하는 기업문화로 인해 자격 있는 남성 근로자 중 6%만이 육아휴직을 사용한다고 하는데, 이는 2020년까지의 목표인 13%를 훨씬 밑도는 비율이다. 

또한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남성의 70% 이상은 그 기간이 2주 미만이다. 이는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여성의 80% 이상이 법으로 정해진 의무기간인 출산 후 8주보다 길게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렇듯 남성 근로자들이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없는 현 상황은 일하는 여성, 특히 고위직 여성을 늘리고 출산율을 높이려는 아베신조 총리가 직면한 장애물이기도 하다. 

일본 정치계의 떠오르는 별인 신지로 고이즈미 환경부 장관이 내년에 자신의 부인이 출산을 하면 아빠 육아휴직 사용을 고려하겠다고 했을 때 사회규범에 대한 도전이라고 격려를 받기도 했다.

한편 이 고소인은 440만엔의 배상과 함께 원래 업무로 복귀되는 것을 원하고 있다.

아식스는 그의 주장을 부인하면서 고소인이 속한 노조대표와 협상을 해왔으며, “우리는 다양성을 조성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앞으로도 임신, 출산 및 양육을 하면서도 정상적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근무환경과 규정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고소인측 변호인인 나오토 사사야마씨는 “전후 일본에서 형성된 문화는 한 가정에서 남성이 유일하게 돈벌이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집에 있는 남성을 매우 이상하게 여긴다. 우리는 육아휴직을 하고 싶은 모든 아빠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고 이번 소송의 취지를 강조했다. 

 

저작권자 © 웨딩TV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