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 육아는 혼자서 할 것’이라는 생각이 대를 이어와

○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작용해 죄책감 들게 해

지난 8월 일본 NHK에서 방송된 <클로즈업 현대의 은둔형 외톨이> 특집에서 “~ 할 것”이라는 세간의 ‘분위기’와 ‘상식’이 강박관념으로 작용해 은둔형 외톨이들을 괴롭히고 있다고 소개했다.

취재진은 이런 강박관념을 ‘할 것 도깨비’라고 명명하고, 트위터에 “당신을 괴롭히는 ~할 것 도깨비는 무엇인가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자녀 양육 중인 엄마들로부터 많은 목소리가 밀려들었다.

“3살까지는 엄마가 자녀양육을 할 것”, “현모양처일 것”, “피곤해도 요리는 열심히 만들 것”, “아이들 앞에서는 웃는 모습을 보일 것”, “아이를 우선하는 좋은 엄마일 것”, “보육원에는 엄마가 마중갈 것” 등이다. 

엄마들을 괴롭히는 이런‘할 것 도깨비’들은 자녀 양육이나 가사노동과 관련된 것들이 많은데, 대부분 사회적 관습에 의해 여성들에게 짐 지워졌고, 이런 일들을 해내지 못했을 경우 당사자를 죄책감이나 자괴감에 시달리게 할 수도 있다.

엄마들이 어떻게 ‘할 것 도깨비’에 붙들리게 됐고, 어떻게 하면 이 문제에 잘 대처할 수 있을지 일본 NHK가 분석했다.

 

 

“현모양처가 될 것” 도깨비

“현모양처가 될 것”이라는 트위터을 보낸 여성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수영강사를 하면서 4살 및 2살 여아를 양육하고 있는 나나씨(35)인데, “일하고 피곤한 남편을 위로하면서도 집안일과 육아를 완벽하게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부담감 때문에 의견을 보냈다고 한다.

나나씨의 경우 남편이 야근하는 직장에 다니기 때문에 평일에는 보육원 마중부터 잠재우는 것 까지 혼자 다 해야 한다. 최근의 고민은 아이들 성장을 위해 저녁 8시까지는 재우고 싶은데, 10시를 넘기고 마는 것이다. 

나나씨 자신도 어머니로부터 “저녁 8시까지 안자면 안돼요”라고 들으면서 자랐다. 그래서 아이들의 생활리듬을 조절하지 않는 나쁜 엄마라고 자신을 책망하고, 초초한 마음에서 아이들에게 큰소리치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토로했다.

 

“육아서에 쓰인 대로 양육할 것” 도깨비

육아의 정답을 바라는 엄마들도 적지 않다. 

야에나씨(30)는 1살 8개월된 남아를 키우고 있다. 첫 아이이고, 의지할 가족도, 아는 사람도 없어서 도움을 청하기 위해 육아서를 구했다고 한다.

“육아서를 열심히 읽었다. ‘이 시기에는 이것을 먹는다’, ‘식사도 손수 만들라’고 책에 쓰여 있어서 이대로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에 점점 궁지에 몰리게 되었다. 그래도 (아이가) 먹지 않으면 나는 틀려먹은 엄마가 된다. 어떤 것도 즐겁지 않게 되고, 우울하게 된다”고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출산 후 몇 개월은 아기의 발육이 육아서대로 되지 않아 초조한 나머지 하루 종일 눈물이 멈추지 않는 “산후우울증 상태”였다고 한다.

 

“집안일과 육아는 혼자서 할 것” 도깨비

많은 엄마들이 “혼자서 열심히 할 것”에 얽매여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3명의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나나오씨(39)는 가까이 사는 친정 부모님에게 아이들 식사와 보육원 등하교를 맡기면서 풀타임으로 일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동료들에게는 자신이 요리를 직접 하는 것처럼 보여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부모의 지원에 대해 직장 선배가 “부모에게 무슨 어리광을? 스스로 하지 않으면 안돼. 우리는 자신이 직접해 왔는데..”라는 말을 들었다는 것이다.

나나오씨는 “부모님에게 애들 등하교와 식사를 맡기면 그것을 어리광을 부리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솔직하게 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어리광은 안돼”라는 패기는 특히 전업주부 엄마들을 괴롭히고 있다

1살 여아를 양육하는 에리씨(35)씨는 “남편으로부터 여러가지를 받고 있어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느낀다. 풀타임으로 열심히 일하는 사람도 있는데, 나는 전업주부이니 안될 것이 무엇이 있을까?”라면서 남편은 전혀 괜찮다고 말해도 스스로 “어리광부리지 말아야지, 가사, 육아 전부 전업주부인 내가 해야 한다”는 생각에 붙잡혀 있다고 고백했다.

심지어 자신의 시간이 있다는 것에 죄악감을 갖는 전업주부 엄마도 적지 않다.

한 엄마는 “시간제보육을 예약한 3개월 전부터 그 날을 학수고대 하고 있었다. 그래도 남편에게 게으름 피우고 있다는 인상을 줄까봐 재충전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그녀는“자신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도 즐거움과 죄악감이 한꺼번에 몰려와 엄마라는 것이 매우 괴롭다”고 했다. 

○ 정부의 모성론에 익숙한 엄마, 할머니로부터 지금의 엄마들로 이어져

이렇게 엄마들을 괴롭히는 “가사육아는 혼자서 할 것”은 어디서 유래됐을까.

게이센 조가쿠엔 대학(恵泉女学園大学)학장인 오히나타 마사미(大日向雅美) 교수는 “이런 개념은 일본경제가 성립하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될 모델이었다”고 지적한다. 

즉, 1910년대까지는 엄마도 농업어업부분의 노동력이었기 때문에 엄마 혼자서 육아를 한다는 발상이 없었다. 그러다가 다이쇼천황시대(1912-1926) 중간에 자본주의가 도입돼 도시의 일부에 샐러리맨 가정이 출현, 일본 사회에도 비로소 전업주부가 탄생했다.

동시에 엄마들을 대상으로 발간된 <아동협회시보(児童協会時報)>와 같은 육아서에 ‘육아는 엄마가 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혼자서 할 것’이라는 내용이 쓰여졌다. 이후 고도경제성장기를 맞이해 압도적 다수의 여성이 전업주부가 되면서 이런 ‘~할 것’론이 강화됐다는 것이 오히나타 마사미 교수의 주장이다.

오히나타 마사미 교수는 “지금은 여성의 힘이 없으면 사회가 성립되지 않는 시대다. ‘아이는 함께 양육하도록’ 이라는 생각이 필요한 시대가 된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런데도 엄마들이 50년도 넘는 ‘~할 것’에 붙잡혀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오히나타 마사미 교수는 “지금 엄마들의 엄마와 할머니들은 혼자서 부담할 수 없는 육아를 혼자서 짊어지고, 고군분투하며 전업주부를 한 세대이다. 당시 정부는 엄마의 사랑, 여성의 아름다운 모습 등 아름다운 모성론을 앞세워 정서에 호소했다. 거기에 익숙한 엄마의 엄마와 할머니들은 딸들에게 이런 정서를 강요하는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덧붙여서 오히나타마사미 교수는 부모세대로부터의 이런 정서적 압박에 더해 요즘의 여성활동의 풍조가 전업주부들에게 70년대의 전업주부보다 완벽함을 강하게 요구하게 됐다고 지적한다. 

 

○ ‘~할 것’에 시달리는 엄마들을 위한 강좌도 있어

일부 자치단치에서는  이런 ‘~할 것’에 괴로워하는 엄마들을 위한 강좌를 운영하고 있다. 강좌명은“완벽한 부모는 없어요!”이다. 

그 중 한 곳인 마치다市는 ‘완벽한 부모는 없어요!’라는 강좌를 개설 중이다.

강좌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잘 안되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인식을 갖는 것이다.
강사는 손수 만들지 못하는 자신을 책망하지 말고, 어느 부분이 무리일까를 생각해보고 다른 방법을 찾아보라고 조언한다. ‘내가 생각하는 해결책이 전부가 아니야’라고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마치다市가 이 강좌를 시작한 것은 5년 전. ‘~할 것’으로 고민하는 엄마들로부터 상담이 잇따른 것이 계기였다. 
시 육아추진과 담당자는 “이 사업은 궁극적으로 학대 예방에 목적이 있다. 작은 ‘~할 것’이 축적돼 불안감, 부담감이 점점 쌓이게 되고, 이는 학대로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엄마 자신이 ‘~할 것’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을 고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할 것”에 괴로워하는 엄마가 즐거워지는 방법을 생각해보았다. 그것은 “할 것 버리기”이다.

오히나타 마사미 교수는 “시대에 맞지 않는 ‘~할 것’은 버리라. 다른 사람의 눈이 아니라 당신이 어떻게 하고 싶은 것인가를 기준으로 하라. 그러면 다른 사람으로부터 칭찬받지 않아도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또한 육아의 고달픔을 사회문제로 생각하는 분석력을 몸에 익히는 것도 좋다고 말한다.
“왜 지금 육아가 고달픈 것인지, 왜 남편은 육아가 불가능한 것인지, 이런 것들을 정확히 사회문제로 분석하고 생각해보는 것이다”고 오히나타 마사미 교수는 덧붙였다.

같은 상황에 처해 있는 사람들은 많다. ‘나의 문제가 사회적 문제’라는 인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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