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의 결혼장려사업 “하느냐, 마느냐 문제로다!”

● 결혼 안하는 젊은이들, 혼인건수 7년째 하락

지난 9월 21일 경남 진주시청이 중매한 결혼식이 열렸다. 진주시가 지난 해 개최한 ‘미혼남녀 유등축제 초대행사’에 참가한 남녀가 인연의 결실을 맺은 것이다.

진주시는 매년 10월에 열리는 진주남강유등축제 행사기간 중에 이전공공기관과 유관기관 청미혼남녀를 초대해 만남의 자리를 마련해왔는데, 올해로 4회째 행사가 지난 8일에 진행됐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세계 유일의 1명대 미만인 0.98명을 기록했고, 초저출산이라는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각 지자체는 묘책을 내느라 고심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6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올해 2분기인 지난 4~6월 합계출산율은 0.91명으로 지난해보다 더 떨어졌고, 출산과 관련 깊은 혼인 건수 역시 2분기 6만 1,000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5,200건 줄었다. 

특히 혼인건수는 2011년 32만9천건에서 2018년 25만 8천건으로 7년째 계속 감소하고 있다.

이렇게 출산과 혼인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는 상황에서 혼인건수를 늘리기 위해 진주시처럼 미혼남녀 만남행사를 열고 있는 지자체가 여럿이다.

● 결혼특구, 결혼친화도시 표방 지자체도 있어

미혼 남녀 만남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온 곳은 대구 달서구다.
   
달서구청은 2016년부터 ‘결혼장려팀’을 신설해 배우자를 찾아주는 업무를 한다. ‘썸남썸녀 매칭’라는 행사를 2016년부터 시작, 지금까지 25회를 진행해 65명의 남녀 만남을 주선했고, 그 가운데 여덟 쌍이 결혼했다. 구청 직원들은 맺어진 커플들이 잘 지내는지 틈틈이 연락해 확인도 한다. 

또한 지난해 9월에는 결혼장려정책을 통해 새 희망을 제시하고 결혼을 지역 콘텐츠로 개발한다는 내용의 '결혼특구 선포식'을 개최한 바 있다.

'달서 결혼특구 선포식(96데이)' 사전 홍보에서 웨딩드레스를 입은 구청 미혼 직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달서구 제공)
'달서 결혼특구 선포식(96데이)' 사전 홍보에서 웨딩드레스를 입은 구청 미혼 직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달서구 제공)

경남 김해시는 지난 6월에 이어 오는 26일 제2회 ‘미혼남녀 만남&인연 만들기’ 행사를 개최한다. 첫 회에는 20쌍이 참여해 5쌍의 커플이 탄생하는 성과를 거뒀다. 시는 1회 참가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더욱 짜임새 있게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서울 성북구의 미혼남녀 만남행사인 ‘성북에서 만나’는 지난 2017년부터 올해까지 3회 진행됐다. 젊은 세대들이 혼인을 하지 않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결혼친화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지자체의 역할이라는 것이 구의 입장이다.

평균연령이 전국 최저 수준이라는 경기도 오산시도 올해 5월 미혼남녀 38명(남 20, 여 18명)을 대상으로 ‘아이드림오산 청춘을 위한 큐피드’ 만남 행사를 진행했다. 이 행사에서는 7쌍의 커플이 탄생해 참가자들의 축하를 받았다.

아예 결혼친화도시를 표방해 지역 젊은이들의 결혼성사에 발벗고 나선 지자체도 있다. 

인천광역시는 지난 해 발표한 ‘결혼친화도시 인천’ 조성사업은 총 예산 76억원을 들여 결혼인식개선-만남준비-결혼장려 등 3단계 8개 시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인천상공회의소 등 관계기관 및 기업과 결혼장려사업 업무협약을 맺어 인연맺어주기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또한 미혼남녀 만남행사 진행, 결혼커플에게는 예식비용 지원, 무료 예식장 개방, 신혼부부들에게는 전월세 융자이자 차등 지원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경북 울진군은 결혼정보회사와 손잡고 울진에 직장을 둔 미혼남녀들에게 1년간 성혼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했다.

● 안일하고 획일화된 발상이라는 지적도 많아

‘결혼이 늘면 출산도 는다’는 인식에서 지자체들이 결혼장려사업을 추진하면서 이제 지자체가 직접 미팅을 주선하는 것도 흔한 풍경이 됐다. 

하지만 지자체의 결혼장려사업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도 많다.

결혼장려사업의 특성상 그 효과가 바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또한 젊은이들이 결혼을 안하는 이유는 다양한데도 단지 만남을 주선하는 것으로 혼인율을 높이려는 지자체들의 안일하고 획일화된 발상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지난 10일 정의당 남부3군지역위원회는 옥천군이 진행할 예정인 미혼남녀 만남행사 철회를 요구했다.

위원회는 “먹고 살기 바쁜 청년의 현실을 외면한 근시안적인 일회성 행사”라면서 근본적인 청년문제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4월 전북도 주관으로 열릴 예정이었던 ‘미혼남녀 프로젝트’는 여성단체의 반발로 중단되기도 했다.

● 결혼포기는 자발적 선택 아니라 사회구조적인 문제

지자체의 미혼 남녀 만남 행사가 축소되거나 폐지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충북 청주시는 지난해 상·하반기 두 차례 진행했던 커플매칭 행사를 올해는 11월에 한 번만 열기로 했다. 여성들의 관심이 저조해서다. 시 관계자는 “여성들의 결혼 기피 현상이 심해 매번 여성 참가자를 찾느라 어려움을 겪는다”고 축소이유를 밝혔다.

2014년부터 해마다 한 차례씩 만남을 주선했던 충북도는 비슷한 이유로 올해부터 아예 행사를 열지 않는다. 지난해 11월 커플 매칭행사를 가진 인천 부평구도 참가자를 찾기 힘들고,  참여 독려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제기돼 올해 계획은 없다.

대한민국의 20~30대는 인생에서 책임지는 것보다 포기하는 것이 많아지고 있다고 해서 N포 세대, 혹은 달관 세대라고 불린다. N포세대가 가장 먼저 포기하는 것은 결혼이다.

젊은이들이 결혼을 포기하는 것은 취업란, 집값상승, 높은 사교육비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복합된 결과이지, 이들이 결혼 자체에 회의적이어서가 아니다.

20대 대학생과 직장인을 연구하는 전문 연구기관인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지난 4월 전국의 만 15~34세 미혼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연애와 결혼에 대한 실태 및 인식 조사를 한 결과, 연애 및 결혼을 노력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에 각 31.0%, 32.8%만이 동의했다. 이들 역시 연애와 결혼을 인생에서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혼인율 감소, 저출산 현상은 이들의 자발적인 선택이라기보다는 사회구조적인 문제의 결과라고 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한 심도있는 분석과 해결책을 찾는 정책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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