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진국 부럽지 않은 대한민국 여성정책, 그러나…

초저출산 시대에 접어들면서 인구절벽에 대한 심각성이 커지고 있다. 그러면서 여성의 복지에 힘을 써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임신과 출산, 그리고 대부분 양육을 담당하는 여성이 살기 좋은 세상이 돼야 저출산도 해결된다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우리나라의 여성정책은 다양하게 마련돼 있다. 

먼저 취업에 있어서는 여성일자리 지원, 여성고용할당제, 여성임원할당제, 또 성평등을 위한 직장 내 성차별과 성폭력에 대응하는 성평등 전담부서 설치, 지역 성평등 격차 해소를 위한 지역양성평등센터 설치 등이 있다.

임산부 정책으로는 먼저 지난 15일 부터 시행하는 임산부 무료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이 있다. 예방접종은 임신 주수 상관 없이 가까운 보건소 지정의료기관에서 맞을 수 있다. 또한 모든 출산 가정을 대상으로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지원(산후도우미 서비스)도 시행하고 있다. 올 10월부터는 배우자 유급출산 휴가가 10일로 늘었고,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사용기간도 최대 2년까지 확대됐다. 

대표적인 보육정책으로는 맞벌이가정 또는 24시간 아이를 돌보기 힘든 엄마와 아빠들을 위한 ‘아이돌봄 서비스’도 있다. 돌봄이 필요한 가정을 찾아가 야간 공휴일 상관없이 원하는 시간에 필요한만큼 이용가능한 시간제 서비스와 아이돌보미가 1:1로 종합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일제 서비스, 기관 내에 설치된 보육시설을 이용해 아동 돌봄을 보조하는 기관연계 돌봄 등 각 가정의 보육환경에 따라 다양하게 운영한다. 

● 저출산 해결의 실마리는 ‘배려문화’에 있다

이렇듯 다양한 여성정책과 저출산 정책들이 있음에도 우리의 출산율은 계속 하락세다.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을 힘들게 하는 사회구조적인 문제들이 쉽게 풀리지 않기 때문이다. 여성에게 육아와 가사가 편중된 결혼문화, 임신과 출산에 대해 보수적인 사회인식, 저출산 정책이 적용되기 힘든 기업문화 등이 그 예다.

지난 10일, 임산부의 날을 맞아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임산부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임산부의 54%가 “배려받지 못한다”고 답했다. 또한 임산부에게 필요한 배려로는 ‘가정에서‘청소, 빨래 등 가사지원’(46.8%)가 가장 많았고, ‘대중교통 좌석 양보’, ‘직장에서 출퇴근 시간 조정’이 뒤를 이었다.

즉, 정책과 함께 가정, 사회, 직장에서 임산부 배려문화가 조성돼야, 말 그대로 출산친화적인 사회가 돼야 비로소 저출산 해결의 실마리가 풀릴 것으로 보인다.

● 2주동안 ‘임산부 배지’ 들고 다닌 결과, 자리 양보는 고작 1명?

임산부를 배려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확산하고자 지난 2013년, 서울시의 여성정책 일환으로 시작한 '임산부 배려석'. 당초 기획과 달리 모두에게 불편한 정책으로 인식되고 있다. 주위 시선 때문에 아예 앉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초기 임산부는 용기를 내 자리 양보받으려고 해도 '유난 떤다'며 눈총을 받거나, '배 좀 만져 보자'며 성희롱까지 받았던 경우도 있다. 

YTN에 따르면 임신중인 한 기자가 직접 2주 동안 임산부 배지를 들고 대중교통을 이용한 결과 임산부 배려석에서 자리를 앙보한 사람은 고작 1명에 불과했으며, 임산부 배려석에 남성이 앉아있어 민원을 통해 자리를 비켜달라는 안내방송이 나왔으나 결국 비키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 11일 보건복지부 의뢰로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진행한 '임산부배려 인식 및 실천수준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임산부 500명 중 25.8%는 임산부 배려석을 '전혀 이용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구체적인 이유를 살펴보면 1순위는 '앉아있는 사람들에게 부담을 주는 것 같아서'라고 답했다. '배려'라는 도의적 개념이기에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임산부는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변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임산부를 배려하고자 만든 정책은 도리어 임산부를 더욱 불편하게 만드는 결과로 이어졌다. 

● 공공장소에서 모유수유가 당연한 시대

 “어떠세요? 가장 아름다운 사진입니다.” – 출처 : 하시시박 인스타그램

작년 배우 봉태규가 아내 하시시박의 모유수유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SNS에 공개해 화제가 되었다. 봉태규는 사진과 함께 ‘브렐피(Brelfie)란 문구도 게재했는데, 브렐피란 지난 2016년 영국에서 시작된 운동으로 모유수유(Breastfeeding)과 셀카(Selfie)를 합친 합성어로 유명인사들이 모유수유하는 모습을 자신의 SNS에 올린 것을 말한다. 

지난 2017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모유수유 실천 관련 사회환경적 요인과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산모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30.1%가 모유수유를 위해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 ‘직장 등 공공장소의 수유실 설치’를 꼽았다. 산모들은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유롭게 모유수유할 공간을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다.

지난 5월 10일 더불어민주당 권미혁 의원이 모유수유하는 여성을 '수유부'로 정의내리며, 이런 '수유부'에 대한 보호와 지원 내용을 담은 모유수유 권리보장 3법(모자보건법·근로기준법·의료법)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 담겨진 내용 가운데 눈에 띄는 내용은 '자유롭게 모유수유할 수 있는 권리'가 명시된 점이다. 해당 법은 국회에 상정되었으나 아직 계류중이며, 많은 이들이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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