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임신하면 “사절당하고”, 유산하면 “벌받았다”는 말 듣고
【일본】 임신하면 “사절당하고”, 유산하면 “벌받았다”는 말 듣고
  • 서정환 기자
  • 승인 2019.11.23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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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출산 이유로 직장내 괴롭힘 받는 마타하라 실태 밝혀져

마타하라넷 홈페이지
<마타하라Net> 홈페이지

 

○ 해고 등의 불이익, 심리적 괴롭힘 많이 당해

저출산의 원인으로 우리 사회의 임산부 배려 부족을 지적하기도 한다. 

임산부 배려석에 대한 끊이지 않는 갈등. 임산부 배려정책을 특혜라고 보는 일각의 시선 등 임산부들을 힘들고 불편하게 하는 요소들이 곳곳에 존재한다. 광주 남구의 간부급 공무원이 임신한 직원에게 막말을 해서 모욕감을 준 일이 벌어진 것도 바로 엊그제다.

일본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최근 일본의 한 시민단체는 임신이나 출산을 이유로 직장에서 부당한 대우나 괴롭힘을 받는 일명 ‘마타하라’(maternity harassment)에 대한 상담내용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비영리단체인 <마타니티하라스멘토 대책네트워크(마타하라Net)>에 지난 2014년 7월부터 올 10월까지 약 5년간 접수된 상담건수는 총 530건이고, 올해에만도 74건이 접수됐다. 

<마타하라Net>는 마타하라 문제에 정통한 사이타마가쿠엔(埼玉学園)대학 대학원의 스리우라히로미준(杉浦浩美准)교수에게 2017년 12월까지의 238건의 상담에 대한 분석을 의뢰했다. 그 결과 임신이나 출산으로 인해 여성들이 받은 피해는 해고 등의 ‘불이익’이 전체의 54%로 가장 많았고, ‘심리적 괴롭힘’(37%)이 뒤를 이었다.

그리고 피해를 받은 시기는 임신기간이 60%을 넘었고, 업무복귀후가 16%, 출산⦁육아휴가기간이 13%였다.

 

○ “임신해서 민페가 되니 모두에게 미안해해야”

<마타하라Net>가 익명으로 발표한 상담내용의 일부는 아래와 같다:

 

(사례1)
임신사실을 사장에게 알리자 “함께 일하는 간호사와 직원들에게 민폐가 되니 모두에게 미안해 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산 후 직장에 돌아와 좁은 방에 3시간 정도 갇혀있었는데, 회사 측에서 “어떡하지? 돌아갈 자리가 없네”라고 계속 말했다. 
(사례2)
임신 당시 절박유산(*자궁출혈‧진통형 하복통 등 유산의 전조증상)으로 의사가 출산할 때까지 안정을 취하라고 해서 직장을 쉬었다. 회사로부터 “휴직기간이 만료되어 퇴직됩니다”라는 1통의 편지가 도착해 퇴직하게 됐다. 
(사례3)
출산입원 중 해고를 권고 받았는데, 회사 측에서 집 근처로 몇 번이나 찾아와 퇴직을 강요했다. 직장을 옮길 때 불리할 수 있다고 암시하는 협박 등을 받았다. 혈압이 높은 임신 중기에도 괴롭힘을 받아 고혈압증이 발생해 긴급 입원을 했다.
(사례4)
정사원에서 파트타임으로 반강제적으로 변경됐다. 게다가 그룹 내 다른 회사로 복귀했는데, 현재 회사를 퇴직했다는 사실을 복귀 직전에 알려줘 선택의 여지도 없었고, 회사와 논의할 기회도 없었다. 
(사례5)
임신 초기 출혈이 계속돼도 휴직 허가를 못받아 결국 유산했다. 수술이 결정됐다고 보고하고 상사에게 들은 말은 “벌 받았네”였다. 너무나 상처받았다. 

 

○ 공적 지원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스리우라히로미준 교수는 다른 기관에 상담해도 해결이 안돼 <마타하라Net>에 상담이 몰리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에 주목하면서 “공적 상담기관이나 소속조직 내의 상담기관이 모두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지원체계가 제 기능을 하는 것이 큰 과제이다”라고 지적한다.

<마타하라Net>의 미야시타히로코(宮下浩子) 대표이사는 지난 15일 후생노동성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마타하라라는 말은 잘 알려져 있지만, 상담이 아직도 많다. 비통한 절규가 밀려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 마타하라는 남녀고용기회균등법 등을 근거로 기업에 예방조치를 의무화하고 있는데도 근절되지 않고 있다.

 

 

【서울-웨딩TV】 서정환 글로벌 전문기자 jhseo1222@wedd.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