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금지를 강요받아온 수많은 여학생들에게

‘기념비적인 순간’

한나 얌바수(Hannah Yambasu) 대표
한나 얌바수(Hannah Yambasu) 대표 - 출처 : 한나 얌바수 페이스북

 

○ “등교금지 강요하지 말고, 복학 프로그램 마련하라”

서아프리카 국가 시에라리온이 임신한 여학생들의 등교를 금지했다가 법원으로부터 차별정책을 즉시 철회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 6월 27일 ‘지금 평등을(Equality Now)’과 ‘사회의 폭력과 착취에 반대하는 여성연대(Waves:Women Against Violence and Exploitation Society)’등이 임신 여학생들에게 등교 금지를 강요한 시에라리온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 대해 지방법원이 여학생들의 손을 들어줬다.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 Economic Community of West African States) 법원은 지난 12월 12일 내려진 판결에서 임신한 여학생에게 등교금지를 하는 지침은 차별 및 인권침해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로써 시에라리온의 임신 여학생들은 이제 더이상 등교금지를 강요받지 않게 됐다.

또한 법원은 시에라리온 정부에 임신 여학생들이 복학하도록 국가적인 프로그램을 마련하라고 명령했다. 

소송을 제기했던 <Waves>의 한나 얌바수(Hannah Yambasu) 대표는 “지난 2014년부터 멸시당하고 비인간적으로 대우 국제받아온 시에라리온의 소녀들이 이겼다. 이제 시에라리온 정부는 법원의 판결에 따를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시에라리온에서 청소년 임신은 큰 문제인데, 19세가 되기 전에 여성 청소년의 30%가 임신하고, 40%가 결혼한다. 

2014년 서아프리카에 발생한 에볼라 바이러스로 인해 수많은 소녀들이 가족을 잃었고 스스로를 돌봐야 했다. 그 결과 성폭력으로 인한 임신이 급증했다. 에볼라 바이러스가 퇴치된 후 학교가 개학했을 때 정부는 ‘순진한 소녀들’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임신한 여학생들의 등교를 금지했다.

 

○ 소녀들은 새로운 삶의 기회 얻게 돼

임신 여학생들만을 위한 학교가 개설됐지만, 법원은 그 학교는 또 다른 차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일주일에 3일, 그것도 4과목만 가르치기 때문이다. 

법원은 이 학교를 즉시 폐지할 것을 명령했다. 

시에라리온을 법원에 고발한 또 다른 단체인 <Equality Now>의 아프리카지역 코디네이터인 쥬디 기타우(Judy Gitau)씨는 “이 학교는 차선책이며, 해당 소녀들에게 매우 제한적인 것을 제공할 뿐이다. 임신 여학생들은 (등교금지 조치로) 자신들이 쓸모없는 존재라고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에게 기본적인 인권을 제공하라는 이번 판결로 인해 그들의 가치가 다시 세워졌고, 소녀들은 새로운 삶의 기회를 얻게 됐다”라고 강조했다. 

17세에 임신한 페이션스(Patience) 학생은 이번 판결을 반기면서 “학교에 다닐 방법이 없었는데, 다행이다. 교육을 계속 받았다면 나는 작년에 대학에 갔을 것이다. 간호학을 공부하고 싶었는데, 내 이름이 학적부에서 사라지고 직업교육을 받으라고 했다. 아기의 아빠는 학교에 계속 다녔고, 자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었는데 말이다”라고 말했다. 

시에라리온에는 성폭력이 만연해 있다. 

2018년 경찰에 보고된 강간건수는 8505건이고, 그 중 2579건은 미성년이 대상이었다. 그러나 시민 운동가들은 낙인과 수치로 인해 피해자들이 신고하기를 꺼리기 때문에 실제 건수는 훨씬 많을 것이라고 말한다. 

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청소년 임신을 막고 피임정보 확산을 위해 정부가 성교육을 국가교육과정에 포함시킬 것을 명령했다.

 

○ 힘없는 소녀들이 당하고 있는 근본적인 현실을 바꿔야 

임신 여학생 등교금지에 대한 2015년 국제사면위원회(Amnesty International) 보고서를 작성한 인권변호사 사브리나 마타니(Sabrina Mahtani)씨는 이번 판결로 시에라리온 정부가 (정부의 의지를) 증명해야 한다면서 “줄리어스 마다 비오(Julius Maada Bio) 대통령은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며 당선됐다. 비오 대통령과 데이비드 센게(David Sengeh) 교육부 장관은 지난 정부가 실시한 등교금지령을 폐지하고, 국가의 미래인 모든 소녀들에 대한 차별철폐와 교육권을 존중함으로써 시에라리온의 용감한 소녀들을 인정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여성운동단체 <Purposeful>의 시민운동가인 쉐르노 바(Chernor Bah)씨는 “남성지배적인 문화속에서 소녀들을 ‘동등하게’ 키워내는 기초작업이 필요하다”고 경고하면서 “이제 소녀들은 학교에 갈 권리를 가지게 됐고, 학교는 이들을 거부할 수 없다. 그러나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근본적인 문제들이 아직 언급되지는 않았다. 소녀들의 몸은 생존에 필요한 기본적인 것들(음식, 물, 교통, 교육)의 댓가로 짓밟히고 능욕당하고 있다. 우리는 힘없는 소녀들이 당하고 있는 근본적인 현실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제사면위원회>의 마르타 콜로머(Marta Colomer) 서부・중앙아프리카 캠페인부감독관은 이번 판결은 시에라리온 소녀들에게 ‘반짝이는 희망’을 주었다면서“이번 판결은 본질적으로 차별적인 금지령으로 인해 학교에서 배제됐던, 그리고 교육에 대한 차별없는 권리에서 배제됐던 소녀들에게 기념비적인 순간이다. 이번 판결은 탄자니아, 적도 기니 등 이와 비슷한 금지령을 갖고 있는 나라와 그런 금지령을 고려하고 있는 나라에게 명백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이들 나라들도 임신 여학생들에게 인권보장에 맞는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이번의 획기적인 판결을 존중해야 한다 ”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웨딩TV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