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자동결 거부한 병원 고소한 중국 독신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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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사 수 - 출처 :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 캡처

 

난자동결을 거부하는 것은 개인권리를 침해하는 것

“빨리 결혼해서 아이를 가지라!”

난자 동결을 상담한 싱글 여성에게 의사가 한 말이다.

영국 가디언지에 따르면 지난 해 중국의 싱글여성 테레사 수(Teresa Xu)씨는 베이징의 한 병원에서 난자동결에 관해 상담했는데, 담당 의사는 규정에 어긋나기 때문에 도와줄 수 없다면서 마치 언니처럼 조언했다고 한다. 

수씨는 충격적이고 실망스러웠다고 하면서 “화나는 것을 어떻게 표현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녀는 “고집 센 아이 취급을 받는 느낌이었다. 내 요구가 지나치다고 느끼는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그 몇 달 후인 지난 12월 23일 수씨는 난자동결을 거부하는 것은 개인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이유로 베이징 산부인과병원을 상대로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중국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중국에서는 독신여성의 생식권(the reproductive rights)에 대한 범국가적 논의가 촉발됐다. 중국에서는 현재 점점 더 많은 여성들이 결혼을 늦추거나 하지 않고 있다.

수십 년 동안 한 자녀 낳기 규제가 있었던 중국은 이제는 두 자녀를 허용하고 있으나, 독신여성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임신보조의료기술에 관한 규제에 의해 정자은행 이용이나 난자동결 등의 서비스는 오직 결혼한 부부에게만 허용된다. 

중국에서는 독신 여성이 임신보조의료를 이용하려면 외국으로 나가는 것이 보통인데, 그 비용은 10000불~18000불에 달한다. 또한 불법 에이전트를 이용하기도 한다. 중국의 여행사 웹사이트인 Ctrip은 작년에 일부 직원들에게 난자동결을 위한 해외여행을 재정적으로 보조하기도 했다. 

 

독신 남성은 정자 동결 가능한데, 독신 여성은 왜 안되나?

그러나 수씨는 기본권이라고 생각하는 권리를 누리기 위해 해외로 나가고 싶지 않았다. 베이징산부인과병원에 가기 전 이미 3개의 병원에서 거절당했고, 그녀의 고소는 3번 기각됐다.

수씨는“아이를 가질 것인지 아닌지에 관한 권리는 나한테 있다...임신해야 하는 스트레스와 커리어 스트레스가 겹칠 때, 해결책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여성이 많다. 대부분의 경우,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임신을 한다. (임신하지 않고) 커리어를 선택하면 가족과 사회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는다”라고 토로했다. 

수씨의 뉴스는 중국 미디어에 빠르게 퍼져서 그녀는 첫 번째 공판 때에 기자들에게 둘러싸였다. 다음 날에는 수씨 관련 해시태그와 거의 9백만에 가까운 뷰 횟수, 그리고 수천개의 댓글이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Weibo)에 올라왔다. 

많은 사람들이 왜 독신남성은 아무런 문제 없이 정자를 동결시킬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결혼한 여성은 결혼증명서와 가족계획규정에 따른 출산가능 증명서를 제시해야 한다. 한 지역방송에 따르면, 남편의 동의서를 요구하는 병원도 있다. 

웨이보에는 “이것은 성 불평등이다”,  “출산의 자유는 여성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이다” 등의 댓글이 올라왔다. 유명한 컬럼니스트인 홍황씨는 “독신여성의 난자동결을 지지하자!”라고 주장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수씨가 재판에서 이기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이런 사실이 공론화되고, 그녀의 고소가 법원에서 접수되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승리한 것이라고 말한다.

동샤오잉씨는 독신 여성에 대한 임신보조 의료기술 제약을 없애기 위해 광저우에서  활동하는 시민운동가이다. 그녀는 “이 문제가 이렇게 많은 주목을 받은 적이 없었다. 큰 진전을 이룬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수씨의 소송에 대한 비판도 있다. 

첫 번째 공판에서 병원측 변호사는 독신여성에게 난자동결을 허용하면 임신을 더 늦출 것이며, 이는 이미 낮은 중국의 출생율을 악화시키고, 부모와 자녀간의 나이차를 증가시킬 것이라면서 이 정책을 변호했다.

 

아이를 갖고자 하는 독신여성에 대한 이미지 새롭게 만들 수 있기를

수씨는 중국 여성들은 수십 년에 걸친 제한적인 가족계획 정책 이후 힘겨운 투쟁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녀는 여전히 자신들의 상황을 명확히 밝히기 위해 그녀와 연락하는 여성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다. 

“너무 많은 것들이 억압받고 있다. 사람들은 여성들이 어떤 개인적인 자유를 가지고 있는지 느끼지도, 상상하지도, 실감하지도 못하고 있다...아이를 갖고자 하는 독신여성에 대한 이미지나 모델을 새롭게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난자 동결은 여성에게서 난자를 채취해 액체 질소 등으로 얼려 보존하다가 나중에 해동시켜 체외수정에 사용하는 것이다. 여성의 난자 수는 대략 35세 이후 급격하게 감소하고, 질도 저하된다. 

차병원그룹에 따르면 분당차병원, 강남차병원, 차병원 서울역센터에서 난자 동결 시술을 받은 여성이 2013년 23명에서 2017년 288명으로 4년 새 12배 이상 증가했다. 또한 난자 동결보관 시술을 받은 여성 648명 중 30대가 310명(48%)으로 가장 많고, 40대가 243명(38%), 20대 90명(14%) 이었다.

과거에는 주로 항암 치료를 앞둔 암 환자들이 난소 기능 상실에 대비해 난자를 동결했지만, 최근 결혼 시기가 늦춰지면서 난임을 우려한 여성들이 가임력을 보존하기 위해 난자 동결 시술을 받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에서도 주로 30대 여성을 중심으로 난자 동결 보관이 늘고 있다.

일부 기업은 난자 동결 보관 보조금을 지원하기도 한다. 2014년 페이스북, 애플 등이 시작해 현재 수십개 기업에서 지원제도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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