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낳으면 돈 준다는 현금성 정책의 한계

자녀가 1명인 경우 평생 딱 1번 받는 출산장려금이 절대 출산의 동기가 될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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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96-0.97명

저출산ㆍ고령화위원회가 추정한 2018년 합계 출산율이다. 합계 출산율은 한 여성이 가임기간(15~49세)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말한다. 그러니까 대한민국의 부부 한쌍이 아이를 한 명도 낳지 않는 초저출산 시대가 결국 오고 만 것이다.

합계출산율이 1명 미만으로 떨어진 것은 통계청 집계가 시작된 1970년 이후 2018년이 처음이다. 1970년 합계출산율은 4.53명이었다. 그러다가 1977년 2.99명, 1984년 1.74명으로 각각 3명대와 2명대가 깨졌고, 34년 만에 1명대마저 무너진 것이다.

 

● 세계적으로도 이런 예는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1960-2016년 회원국들의 합계출산율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그 어떤 나라도 1명대 미만으로 떨어진 적은 없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조사한 2017년 기준 224개국의 합계출산율 통계를 보면 1명대 미만은 싱가포르(0.83명)와 마카오(0.95명)뿐이다. 싱가포르는 인구 586만여명(113위), 마카오는 인구 64만여명(165위)의 작은 도시 국가로 인구 5181만여명(28위)인 한국과는 비교대상이 아니다.

정부는 지난 2006년부터 12년 간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126조원을 쏟아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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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웨딩TV(http://wedd.tv/) - 저출산 문제를 고민하는 방송 ,건강한 결혼문화를 선도하는 언론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였음에도 그 성적표는 초라하기만 하다. 부모나 예비 부모를 설득하지 못했고, 도움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2016년 저출산 예산 21조여 원을 분석한 결과, 예산의 30%(6조5290억원)가 저출산과 직접 관련이 없었다는 보고도 있다.

특히 예산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보육 중심의 정책이 한계점을 드러내면서 방향 전환이 요구되었지만, 매번 덧대기식으로 보완해왔다. 이는 각 정권별로 되풀이되는 육아정책만 봐도 알 수 있다. 양육수당 지급, 보육비 지원, 유연근로제 확산, 보육시설 확충 등은 정책의 성과가 좋지 않음에도 단골 메뉴처럼 저출산 정책의 밥상에 올려져왔다.

급기야 정부는 출산을 장려하고 출산율 목표를 세웠던 기존의 출산 장려 정책에서 벗어나 모든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성평등을 확립하는 방향으로 저출산 정책 패러다임을 바꿨다. 기존 저출산 정책의 실패가 공식화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2018년 11월 2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2019년 10월부터 3개월간 모든 산모에게 1인당 출산장려금 250만원을 한 번에 지급하기로 합의했다가 비판 여론에 밀려 불과 열흘 만에 백지화했다. 또한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아이를 낳으면 출산장려금 2000만원을 주고 이 아이가 성년이 될 때까지 총 1억원을 국가가 지원해 아이를 낳도록 하자”고 말했다가 ‘돈만 주면 여성이 출산하는 줄 아는 단순한 정책’이라며 여론의 뭇매를 받기도 했다.

 

“요즘 젊은이들은 내가 행복하고 내가 잘사는 것이 중요해서 애를 낳는 것을 꺼리는 것 같다.”

 

자유한국당 김학용 의원이 2018년 12월에 열린 한 포럼에서 한 발언이다. 저출산에 대한 국민적인 합의와 공론화는 꼭 필요하지만,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상황까지 내몰린 청년 세대의 고민을 이해해야만이 실효를 거둘 수 있는 저출산 정책이 나올 수 있다.

2018년 12월 5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만 19-69세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저출산·고령사회 관련 국민인식조사’ 발표에 따르면, 응답자의 80.3%는 ‘자녀 출산 양육을 위한 여건이 제대로 조성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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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출산만 장려하는 정책보다는 출산-육아가 가능한 사회적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장려금, 축하금 등의 이름으로 돈 몇푼 쥐어주는 정책은 정부나 지자체의 생색내기에 불과할 뿐 본질적인 문제 해결과는 거리가 있는 것이다.

현재 각 도, 지자체별로 출산 후 부모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고자 최소 10만원부터 최대 몇백만원까지 출산장려금을 지원하고 있다. 첫째아보다 둘째아, 셋째아 출산시 더 많은 장려금을 지원한다. 다섯째아 이상 출산시 장려금이 수천만원대인 경우도 있다.

육아정책연구소의 ‘2017년 영유아 가구의 양육비 지출 현황과 육아물가 체감 추이’를 보면 80개월 미만 자녀가 1명인 가정의 월평균 양육비는 87만8000원이었다. 물론 자녀 연령이 높아질수록 양육비 외에 교육비가 더 들기 때문에 자녀 1명당 부양비용은 훨씬 더 많아진다.

 

자녀가 1명인 경우

평생 딱 1번 받는

출산장려금이

절대 출산의 동기가

될 수 없는 이유이다.

앞으로 정부는 아이를 키우는 비용을 줄이고, 아이를 더 쉽게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출산 장려 명목으로 돈을 주는 것보다 실질적으로 아이들을 키울 때 들어가는 의료비나 교육비 부담을 줄여주는 방향으로 예산을 쓰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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