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17%의 여성들만이 유급 육아휴가를 누려

출처 : f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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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명을 걸고 일한 셈이다.”

출산율 감소는 일부 국가를 제외한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많은 국가들이 출산 장려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북유럽의 높은 출산율도 출산과 육아에 대한 지속적이고, 전폭적인 지원의 결과다.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가 지난 해 31개국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스웨덴과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에스토니아, 포르투갈이 가족 친화적인 정책을 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미국은 조사 대상 국가들 중 유일하게 정부 차원의 유급 육아휴가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가디언이 국제노동기구의 분석을 인용한 바에 따르면 미국은 법적인 유급육아휴가를 제공하지 않는 선진국 세 나라 중의 하나이며,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오직 17%의 여성들만이 유급육아휴가를 누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시카 레베슈니(Jessica Rebeschini)씨는 응급제왕절개 수술을 통해 아기를 낳았다. 의사는 그녀에게 6주간 쉬면서 아기와 함께 지내라고 권유했다. 

그러나 유급 육아휴가가 없고, 고지서들이 날아들 때가 되어 26살의 이 아기 엄마는 곧바로 직장을 구해야 했다. 2주가 채 안돼 레베슈니씨는 일주일에 45시간, 야간근무를 하는 식당 서빙자리를 구했다. 

시급은 4.35불(한화로 약 5천6백원)이었다. 식당 화장실에서 모유를 짜내고, 제왕절개 수술자리가 다시 벌어지지 않을까 걱정하며 지냈다. 

현재 세 아이의 엄마가 된 레베슈니씨는 당시의 경험을 담담하게 말했다. 
“제왕절개 수술을 받은 후 몸이 가혹할 정도로 무리를 했기 때문에 겁이 났다...말하자면 내 생명을 걸고 일한 셈이다.” 

 

“버스 운전사가 모유 펌핑을 위해 버스를 멈출 수 있겠는가?”

미국 엄마들에게 레베슈니씨의 이런 경험은 드문 일이 아니다. 변호단체인 <Paid Leave US (PL+US)>는 미국 여성 4명 중 1명은 출산 후 2주가 채 안 돼 직장에 복귀한다고 보고했다.

미국산부인과 학회(American College of Obstetricians and Gynecologists)는 출산 후 최소한 6주의 휴식을 권장한다. 그러나 연방정부 차원의 유급 육아휴가가 법으로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많은 여성들에게 육아휴가는 감당할 수 없는 사치이다. 

유아동 발달을 지원하는 비영리단체 <Zero to Three>의 마이라 존스-테일러(Myra Jones-Taylor)씨는 “백인 가정과 유색인 가족의 유급휴가 비율 차이를 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일하지 않으면서 아기를 키우는 것을 감당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의 캘리포니아 대학 산부인과 교수인 레베카 잭슨(Rebecca Jackson) 박사는 출산 후 업무에 복귀한 여성들에게, 특히 저임금 여성근로자들에게 가장 힘든 일은 모유수유라고 말했다. “버스 운전사인 엄마가 모유 펌핑을 위해 버스를 멈출 수 있겠는가?” 

잭슨 박사는 제왕절개 수술 후 합병증 예방을 위해 8주의 휴식과 무리한 활동을 피할 것을 권장하면서 “많은 여성들이 출산 2주 후에도 심한 통증을 느낀다”라고 설명했다.

서빙일을 하는 36세의 커스틴 무디(Kirstin Moody)씨는 응급 제왕절개 수술로 출산한 후 1주밖에는 쉴 수 없었다. 

결국 수술 자국은 6번이나 다시 찢어졌고, 지금 그녀는 아랫배의 감각을 느낄 수 없는 상태다. “누군가가 뜨거운 포크로 아랫배를 긁고 지나가는 느낌이었다. 얼마간 통증 치료를 받았지만, 별 도움이 안됐다. 몸을 편하게 쉴 여가가 없었으니까.” 

 

“아직 수백만의 여성들이 출산 후 준비가 되기 전에 일을 해야 한다.”

유급 가족휴가는 전반적으로 지지를 얻고 있고, 올해 대선의 정책 이슈 중의 하나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재정지원 방법에 대해서는 아직도 정치권에서 합의를 보지 못하고 있다. 

지난 해 12월 백악관은 이 문제를 주제로 회의를 열었고, 210만명의 연방공무원들에게 12주간의 유급육아휴가를 주는 법을 통과시켰다. 지금까지 8개주와 컬럼비아 특별구가 가족육아휴가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러한 변화에도, 아직 수백만의 여성들이 출산 후 준비가 되기 전에 일을 해야 한다. <Zero to Three>의 존스-테일러씨는 “피를 흘리며 업무에 복귀하는 엄마가 있다면, 이는 엄마뿐 아니라 아기에게도, 그리고 노동력 전체에도 좋지 않다”라고 강조한다. 

<미국 국립 여성가족 파트너십(National Partnership for Women & Families)>에 따르면 유급 가족휴가를 도입한 주들은 근로의욕 증가, 아이와 함께 지내는 시간 증가, 모유수유 증가, 예방접종 받는 아이 수 증가, 어린이의 병원 입원율 감소, 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장애(ADHD) 가능성 감소, 청력장애 감소 등의 효과가 있고, 엄마들도 산후우울증의 가능성이 줄어든다고 한다. 

현재 국가적 차원의 출산 및 육아휴가 제공은 <1993 가족 및 의료 휴가법(1993 Family and Medical Leave Act (FMLA))>의 규제 하에 있는데, 이에 따르면 최대 12주간의 무급휴가를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미국 노동력의 60%에게만 적용이 되며, 그것도 무급을 감당해야 한다. 

일부 민간 기업들이 유급 가족휴가를 제공하고 있지만, 제도가 탄력적이지 못해 많은 여성들이 자신만의 사업을 시작해 나름대로 탄력적인 휴가를 갖고자 하지만, 다시 일에 복귀해야 한다는 압력은 여전하다. 

 

“쉴 시간도, 그럴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시카고에 본사를 둔 화장품회사 <Ari Rose Body Care>의 소유주인 제시카 만(Jessica Mann, 35세)씨는 현재 1살인 딸을 낳았을 때, 출산 후 5일 만에 업무에 복귀했다. 

그녀의 파트너인 브라이안트 우슬리(Bryant Ousley, 33세)씨는 새로운 직장을 다녀서 육아휴가를 얻을 상황이 아니었고, 만씨가 세 아기의 육아를 대부분 담당했었다. “작은 업체를 운영하기 때문에 내가 없으면 회사가 돌아가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세 명의 아이가 있는데, 회사가 돌아가지 않으면 소득이 줄어들고 가정도 꾸려나갈 수 없다.” 

버지니아주의 제니퍼 캐롤 포이(Jennifer Carroll Foy, 38세) 주의원은 현재 2살인 쌍둥이를 제왕절개 수술을 통해 낳았고, 이후 2주 만에 선거운동에 복귀했다. 쌍둥이는 4달 동안 신생아 집중 치료실에 입원했었다. 

“허리와 어깨에 통증이 심했다. 배를 째고 애를 낳는 큰 수술을 했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몸에 무리가 갔을 것이다. 그렇지만 쉴 시간도, 그럴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포이 의원이 버지니아주에 유급가족휴가 법안을 제출한 것은 경종을 울리는 일이었다. 

“아기를 낳아 가족이 늘어나면 소득이 상대적으로 감소한다. 나는 다른 여성들과 가족들이 출산하면서 가정을 꾸리기 위해 그렇게 고통스러운 결정을 하지 않아도 되기를 바란다”라고 포이 의원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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