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분만하라, 유도분만을 피하라 등의 지침으로 비난 받아

출처 : f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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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분만 지향으로 무리하고 위험한 분만가이드 제시

영국 국민의료보험(NHS)의 한 병원이 자연분만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산모들에게 “진통 중 가능한 오랫동안 집에 머물고 있으라”고 권고했다가 비난을 받고 있다고 영국 인디펜던트가 보도했다.

이런 권고를 내린 곳은 브리스톨 대학병원인데, 이 병원은 경막외마취나 유도분만을 피하고 집에서 분만하라고 권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가이드는 근거에 반대될 뿐 아니라 산모와 아기에게 ‘위험할 수’ 있는 ‘충격적’인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일부 전문가들은 (이 병원이) 의료적 지원을 필요로 하는 산모를 ‘비정상적’인 경우라고 표현한 것을 비판하기도 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브리스톨 병원의 ‘자연분만을 위한 자가조치법’에 대한 가이드는 ▲진통 중) 가능하면 오랫동안 집에 머물라 ▲병원에 가서 분만을 촉진하거나 분만을 보조하기 위한 의학적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을 가능성은 적다 ▲산모들은 경막외 마취를 가능하면 피하고, 집에서 분만하라 ▲적절한 이유 없이는 유도분만을 피하라, 등을 권고하고 있다. 

인디펜던트지와의 접촉 이후에 브리스톨 대학병원은 이런 분만가이드가 “시대에 뒤떨어진 것”을 인정하고 웹사이트에서 삭제했다. 

자연분만의 지향은 논란의 여지가 있는 주제인데, 현재 신생아 관리미비로 조사에 직면하고 있는 NHS의 모어캄브 베이(Morecambe Bay) 병원과 슈르즈버리(Shrewsbury) 병원, 텔포드(Telford) 병원의 스캔들과도 연관이 있다. 

 

조산사협회마저 자연분만 캠페인 중단해

왕립조산사협회(Royal College of Midwives)는 산모를 위험에 처하게 할 수 있다는 우려로 2017년에 자연분만 캠페인을 그만두었다. 

자선단체인 <출산외상협회(Birth Trauma Association)>의 설립자 중 한 사람인 모린 트레드웰(Maureen Treadwell)씨는 “집에서 분만하라는 권고는 충격적이다. 산모들이 다양한 분만장소의 좋은 점과 위험성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한다는 지침과 정반대되는 내용이다. 특히 초산산모들에게 이런 권고는 아기에 대한 위험을 높일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트레드웰씨는 또한 심한 분만통이 산후우울증 및 외상후스트레스 장애와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경막외마취를 피하라는 경고도 “현명하지 못한”내용이며, 가능하면 오랫동안 집에 머물러 있으라는 권고 역시도 “초산인 산모들은 ‘초기진통’의 징후들에 대한 지식이 다르며, 심한 진통은 많지 않기 때문에 집에 너무 오래 머물러 있으면 위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안전한 모성서비스 캠페인을 하는 자선단체인 베이비 라이프라인(Baby Lifeline)은 “일부 권고사항은 국가적 권고사항에 반하는 내용이라 위험성을 안고 있으며, 여성들에게 출산에 대해 비현실적이고 불가능한 기대를 하게 만든다”고 덧붙였다. 

산과마취에 대해 자문을 하는 데이비드 보고드(David Bogod)박사는 “나를 속상하게 하는 것은 자연분만을 ‘정상적’이라는 단어로 표현한 것이다. 자연분만 이외는 비정상적이라는 것이다. 분만 중 안전을 위해 취해지는 통상적인 의료적 개입이 비정상적이 되는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모든 형태의 분만을 지원할 필요가 있어

모성안전 캠페인활동을 하고 있는 제임스 티트콤(James Titcombe)씨는 “모든 NHS의 병원들이 자연분만이라는 용어를 삭제해야 한다. 산모와 가족들은 편견 없는, 그리고 근거 있는 정보를 얻을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티트콤씨는 신생아 관리 미비로 조사를 받고 있는 모어캄브 베이 병원에서 2008년에 아들을 잃었다.

왕립산부인과 협회(Royal College of Obstetricians and Gynaecologists)의 팻 오브라이언(Pat O’Brien) 회장은 “영국에서 10명 중 4명만이 의학적 개입 없이 태어난다”고 하면서 “최대한 안전한 출산을 보장하기 위해 의료적 개입이 필요한 경우가 있고, 그 결과 목숨을 구하기도 한다. 자연분만을 지지하기는 하지만, 안전한 분만을 위해 의학적 개입을 받은 어떤 여성도 자신의 분만과정이 ‘비정상적’이라고 느끼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한편 논란에 휩싸인 브리스톨 대학 병원의 캐롤라인 밀즈(Carolyn Mills) 수간호사는 분만 가이드에 대해 “‘자연분만이라는 ’용어의 사용은 시대에 뒤떨어진다”고 인정하면서 “우리 병원의 조산사들은 모든 분만을 안전하고 특별하게 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모든 형태의 분만을 지원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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