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이민자는 필요없다!” 순혈주의로 가는 동유럽
유럽에 저출산 비상이 걸렸다.
복지의 상징인 북유럽은 물론 유럽내 출산율 1위인 프랑스도 아기 울음소리가 점점 줄고 있다. 동유럽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2017년 유엔의 인구예측에 따르면 2100년까지 서아프리카 인구는 3억7200만명에서 16억명으로 증가하는 반면, 동유럽 10개 국가의 인구는 2억9200만명에서 2억1800만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인구 급감은 노동력 부족, 경제불황으로 이어진다. 국제 신용평가기관 무디스(Moody's)는 노동인력 부족으로 인해 중동부 유럽 국가들의 성장 동력이 꺼질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인구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동유럽 국가들은 강력한 출산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이민을 적극 받아들여 인구 공백을 메우고 있는 북유럽과는 달리 동유럽은 극우･포퓰리즘 세력이 득세하는 분위기에서 반이민 정서를 기반으로 한 순혈적인 출산정책이 대부분이다.
영국 가디언은 인구 감소에 대응하는 동유럽 포퓰리즘 정부의 정책을 자세하게 보도했다. 3편에 걸쳐 소개한다.
<1>“이민자는 필요없다!” 순혈주의로 가는 동유럽
<2> “돈으로밖에는 해결 못해” 앞 다툰 포퓰리즘 출산정책들
<3> 국민을 ‘출산 기계(Baby-Machines)’로 전락시킨 현금지원정책
유럽의 인구를 교체하려는 정치세력이 있다는 음모론 강조
헝가리 알소모솔라드(Alsómocsolád)시의 라즐로 딕소(László Dicső) 시장은 “매년 크리스마스에 시에서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는데, 아이들의 수가 90년대에 비해 눈에 띄게 줄었다”라고 말했다.
농촌지역은 도시나 외국으로 이민을 나간 여파로 아이들 수의 감소가 더욱 심각하다.
서유럽의 경우, 여성들이 노동에 참여하고 임신시기를 늦추면서 출산율이 수십년에 걸쳐 서서히 감소했다. 반면, 동유럽의 국가들은 공산주의 붕괴 이후 갑작스럽게 출산율이 하락했다.
그 배경에는 사회적 변화보다는 경제적 빈곤과 사회 붕괴가 있다. 미래가 불확실했으므로 임신을 늦췄고, 그 결과 출산율이 갑자기 하락했다. 이후 동유럽의 경제가 회복되고 성장하면서 서유럽 국가들이 겪은 점진적인 출산율 하락이 겹치게 되면서 동유럽의 출산율은 회복되지 못했다.
유치원 원장 시모닉씨는 “아마도 서유럽의 영향이겠지만, 사고방식이 변했다. 지금 30대인 젊은 세대들은 대학교육을 받았고, 임신 시기를 늦추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동유럽의 출산율 하락은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아 서유럽으로 이주함으로써 더욱 악화됐다.
동유럽 국가들에서 인구감소는 국가의 생존이라는 종말론적 용어로 표현된다.
헝가리의 카탈린 노박(Katalin Novák) 가족외무부 장관은 지난 해 헝가리 정부가 개최한 인구컨퍼런스에서 “아시아 및 아프리카와는 반대로, 유럽은 비어가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 컨퍼런스의 개회식에서는 샌드 애니메이션이 상영됐는데, 이 애니메이션은 유럽으로 밀려오는 이민자들을 보여주면서 ‘거대한 교체(great replacement)’ 음모론을 언급했다.
이 음모론은 “알 수 없는 세력이 유럽 ‘원주민(natives)’을 이방인으로 교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오르반 빅토리 헝가리 총리는 이 행사에서 “이데올로기, 또는 다른 이유로 유럽의 인구를 교체하려는 정치세력이 있다”라고 말했다.
남편과 아내로 구성된 가족이 제일 중요해
부다페스트에서 정부 싱크탱크의 책임자인 아고스톤 므라즈(Ágoston Mráz)씨는 출산지향정책은 보수파들이 오랫동안 두려워해온 국가적 소멸(national extinction)이라는 공포에 대한 대응책이라고 하면서 “(이런 정책들은) 헝가리가 다양한 인종들의 나라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누구나 원하는 것을 할 자유가 있지만, 거기에도 체계가 있다. 남편과 아내로 구성된 가족이 제일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오르반 빅토르(Viktor Orbán) 총리는 지난 2019년 초 국정연설에서 “우리는 숫자가 필요한 게 아니라 헝가리 아이가 필요하다”며 순혈주의를 강조했다. ‘전통가족’개념은 오르반 정부가 내놓는 저출산 정책의 기초가 됐다.
세계 각국의 보수파들이 헝가리의 가족정책을 논의하고 칭찬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자문관이었던 팀 몽고메리(Tim Montgomerie)씨는 지난해 12월 자신의 트위터에 “헝가리의 가족정책을 면밀히 살펴볼 가치가 있다.”라고 적었다.
폴란드의 마테우스 모라비에스키(Mateusz Morawiecki) 총리는 “독일은 수십억 유로를 이민자 지원에 사용하지만, 폴란드는 수십억 즐로티(폴란드의 화폐단위)를 폴란드 가정의 지원에 사용한다. 이것은 획기적인 사회인구정책이며, 자랑스러운 정책이다”라고 말했다.
헝가리 오르반 정부가 개최한 컨퍼런스에 참석한 안드레이 바비시(Andrej Babiš) 체코 총리는 “좋은 나라에서는 국민이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고, 외국으로부터의 이민자 없이도 인구가 증가한다. 공포를 불러일으킬 생각은 없지만, 우리는 국가소멸에 직면하고 있다는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2>“돈으로밖에는 해결 못해” 앞 다툰 포퓰리즘 출산정책들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