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국민을 ‘출산 기계(Baby-Machines)’로 전락시킨 현금지원정책

출처 : 언스플래쉬
출처 : 언스플래쉬

 

---<2>에 이어 계속됩니다.


유럽에 저출산 비상이 걸렸다.

복지의 상징인 북유럽은 물론 유럽내 출산율 1위인 프랑스도 아기 울음소리가 점점 줄고 있다. 동유럽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2017년 유엔의 인구예측에 따르면 2100년까지 서아프리카 인구는 3억7200만명에서 16억명으로 증가하는 반면, 동유럽 10개 국가의 인구는 2억9200만명에서 2억1800만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인구 급감은 노동력 부족, 경제불황으로 이어진다. 국제 신용평가기관 무디스(Moody's)는 노동인력 부족으로 인해 중동부 유럽 국가들의 성장 동력이 꺼질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인구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동유럽 국가들은 강력한 출산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이민을 적극 받아들여 인구 공백을 메우고 있는 북유럽과는 달리 동유럽은 극우・포퓰리즘 세력이 득세하는 분위기에서 반이민 정서를 기반으로 한 순혈적인 출산정책이 대부분이다. 

영국 가디언은 인구 감소에 대응하는 동유럽 포퓰리즘 정부의 정책을 자세하게 보도했다. 3편에 걸쳐 소개한다.


<1>“이민자는 필요없다!” 순혈주의로 가는 동유럽
<2> “돈으로밖에는 해결 못해” 앞 다툰 포퓰리즘 출산정책들
<3> 국민을 ‘출산 기계(Baby-Machines)’로 전락시킨 현금지원정책

 

출처 : 픽사베이
출처 : 픽사베이

 

돈만 낭비하고, 아무 것도 변화시키지 못한다는 지적 있어

동유럽의 이런 출산정책이 효과가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헝가리의 경우, 출산율은 1.23에서 1.48로 증가했지만, 정책 효과의 비중이 얼마인지를 측정하기는 어렵다. 폴란드는 <500+ 정책> 도입 이후 잠시 출산율이 증가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헝가리 오르반 정부의 졸탄 코박크(Zoltán Kovács) 대변인은 “2~3년 안에 해결되기를 바랄 수는 없다. 적어도 10년은 걸릴 것이다”라고 말했다. 

출산율 증가정책은 학문적, 통계적으로 논란이 많은 분야이다. 

연구에 따르면 가난한 가정이 잘사는 가정보다 자녀를 많이 갖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출산율 증가는 재정적 안정 이상의 것이 관련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마케도니아의 조란 자에브(Zoran Zaev) 전 총리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출생율이 낮은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출산율 증가는 경제생활을 향상시킬 때 가능하다”라고 강조했다. 그의 사회민주주의 정부는 이전 보수민족주의 정부가 도입했던 대가족 지원정책을 중단시킨 바 있다.

자에브 전 총리는 “사회적 보살핌제도가 잘 되어 있고, 경제적으로 선진화된 국가들의 출산율이 높다. 이전의 정책들은 돈만 낭비하고, 시민들로 하여금 일하지 않고 지원금만 바라게 할 뿐, 아무 것도 변화시키지 못한다”라고 지적했다. 

네델란드의 흐로닝언 대학(University of Groningen) 안네 고티에(Anne Gauthier) 비교가족학 교수는 정부지출을 통한 출산율 증가는 “매우 특별한 상황에서만 효과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고티에 교수는 지원정책이 항상 있다는 믿음을 주도록 정책이 오랫동안 지속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EU국가 중 가장 높은 출산율을 유지하고 있는 프랑스가 관대하고 지속적인 정책 모델을 가진 국가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현금을 주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정책수단 패키지를 제공하는 헝가리 모델을 칭찬한다. 

바르샤바에 있는 구조연구소(Institute for Structural Research)의 이가 마그다(Iga Magda) 부소장은 “폴란드 젊은 여성의 절반 이상이 대학을 다녔고, 일을 하고 싶어한다. 출산율을 높이는 방법은 일과 가족을 쉽게 결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개인적 고통과 충격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작은 희생일 뿐

가디언은 출산율 변화의 원인들을 하나씩 분리하기는 쉽지 않으며, 연구자들도 특정 가족정책이 출산율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고티에 교수는 “스칸디나비아에서는 양성평등에 중점을 둔 포괄적인 정책 패키지를 실행했고, 또 연구자들도 올바른 방향으로 정책을 수행했다고 생각했지만, 출산율은 떨어지고 있다. 그 원인이 무엇인지 밝히려고 애쓰고 있다”라고 말했다. 

사회적 보수주의에 기반을 둔 동유럽 가족정책의 혜택은 결혼한 커플에게만 적용된다. 

결혼 안한 커플과 독신 여성도 동성애가 아니라는 전제 하에 무료체외수정은 받을 수 있다. 따라서 레즈비언 커플이 무료 체외수정을 받으려면 둘 중 한 사람이 독신이거나 양성애자인 척해야만 한다. 

폴란드의 <500+ 정책>이나 헝가리 정부의 대부분의 혜택들은 소득 규모에 따라 지급액이 달라지는 구조가 아니라 고용 여부와 최저소득 수준만 증명하면 된다. 그 결과 일부 대규모 대출은 잘 사는 사람들에게 더 혜택을 주게 된다. 

또한 이들 출산혜택이 출산아의 숫자를 중요시한 나머지 정책이 감성보다는 통계지향적이라는 문제도 있다. 

예를 들어, 혜택이 선불로 지급되는 헝가리 시스템은 아이를 원치 않는 여성에게 부담감을 줄 수 있다. 대출을 받은 후 이혼한 경우 대출금은 120일 이내에 상환해야 한다. 대출 받은 후 불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경우에는 상환이 면제되지만, 대출 이전에 그 사실을 몰랐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부다페스트에 사는 다니엘 잘레이(Daniel Szalay)씨 부부는 임신 7개월이 지나 ‘미래아기대출’을 받았고, 그 후 유산했다. 은행은 아기가 태어나지 않았으니 혜택을 받을 수 없다고 했다.

잘레이씨는 “매우 충격적이었다. 유산이라는 충격에 겹쳐서  우리는 규정을 충실히 지켰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기나긴 절차를 거쳐야 했다”라고 토로했다. 

국가 존망이 걸렸다고 주장하는 정부의 입장에서는 이런 개인적 고통과 충격이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작은 희생일 뿐이다. 

포퓰리즘 정부는 출산 프로그램을 지원함으로써 많은 것을 챙길 수 있다. 정부가 재정적으로 가정을 지원한다는 것, ‘전통가치’를 중시한다고 강조한다는 것, 그리고 ‘원주민’ 인구가 계속 감소하면 이민자들로 채울 것이라는 두려움을 강조할 수 있다는 것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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