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엄마가 되고 싶다”는 그녀는 왜 엄마를 그만두고 싶어할까?

출처 : 픽사베이


혼자 하는 육아는 정신없이 바쁜 1인 점포

미국의 동화작가 앤서니 브라운의 <돼지책>은 집안일만 하면서 가족들에게 비인격적인 존재로 취급받던 엄마가 “너희는 돼지야”라는 편지 한 장 남긴 채 집을 나가는 내용으로 시작된다. 

실제로도 엄마 사표를 내고 싶어하는 엄마들이 많다. 

일본에서 개봉 예정인 다큐멘터리 영화 <엄마를 그만둬도 될까!?> 제작진이 아기 엄마 4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인터넷 설문조사 결과 77%가 “엄마를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NHK는 <엄마를 그만둬도 될까!?>에 출연한 한 아기 부모와 제작진과의 인터뷰를 통해 육아맘, 육아가정의 현실을 들여다봤다.

<엄마를 그만둬도 될까!?> 영화 시사회에서는 육아에 공감하는 엄마들의 “맞아, 맞아” 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아기가 밤에 울어 몇 번이나 깨는 엄마, 아기가 울어도 일어나지 않는 아빠, 제대로 잠도 못 잔 채 아침을 맞은 엄마는 아기 옷 갈아입히랴, 밥 먹이랴, 아기가 흘린 밥과 음식을 치우랴 바쁜데, 잠시 한눈 판 사이 아기는 변기에 손을 집어넣기도 한다. 

이렇게 하루를 어수선하게 지내고 나면 밤이 된다. 출연자 중 한 엄마는 이런 상황을 1인 점포로 운영되는 편의점에 비유한다.

“손님들이 몰려와서는 ‘도시락 좀 데워주세요’, ‘이것 밖에 없나요?’, ‘젓가락이 들어있지 않아요’라고 말하고, 쉬지 않으면 안되는데도 카운터에서 계속 계산을 해야만 한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손님들이 불평한다. 왜 아무도 도와주지 않을까. 아기와 함께 있어도 외롭다.” 

 

엄마가 쉴 수 있는 시간을 만들고 부부가 대화 나눠야

이 영화에는 혼자 하는 육아에 외로움을 느끼고, 산후우울증을 겪은 엄마들이 다수 출연한다. 

출연자 중에 한 사람인 사토미씨(가명)는 “엄마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남편과 함께 두 자녀를 키우고 있다.

남편 케이씨(가명)는 집안일과 육아에 협력적이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아이를 무사히 출산했지만, 아기와의 생활은 예상 외로 가혹했다.

“밤이고 낮이고 잠을 못자며 쉬지 못한다는 것이 힘들다. 아기가 깨어 있을 때는 밥도 못 먹고 집안일도 하지 못합니다. 집안은 저와 아기의 세계인데, 문밖은 아득히 멀게 느껴지고, 몸도 마음도 괴로워진다..”

더 좋은 엄마가 되고 싶고, 아기가 건강하기를 바라고, 남편이 안심하고 출근하면 좋겠다고 생각할수록, 그래서 열심히 할수록 사토미씨의 몸과 마음은 지쳐갔다고 한다. 사람을 만나기도 어려워 외로움이 더욱 깊어졌다. 

남들보다 몇 배나 성실한 사토미 씨는 (모든 것이) 자신 탓이라고 자책해 버린다. 이것이 스트레스가 되어 결국 그녀는 숨이 막히고, 가슴이 답답한 증상으로 병원에 실려갔고, ‘불안발작’ 진단을 받았다.

남편은 도대체 무엇을 했을까, 라는 의문이 드는데, 남편 케이씨도 집안일과 육아에 열심히 였다. 케이씨는 아내가 초조해하고 심신에 변화를 느껴도 어떻게 해줄 수 없어 초조했다고 한다. 

“‘집안일과 육아를 이렇게나 했는데’라는 생각도 했다. 그래도 가족을 위해 하는 일이니 그런 기분을 아내에게 말하는 것은 아니다 싶어 속으로 삼켰다. 지금 생각하니 옆에 있는 중요한 사람을 버려두고 있었구나, 하고 느끼고 있다.” 

부부는 영화 출연을 계기로 서로를 깊이 이해하게 됐다고 한다.

사토미씨는 남편과 주위 사람에게 잘 기대지 않고 참고 있는 것이 괴로웠다고 말하고, 케이씨는 아내를 편안하게 해 주기 위해 집안일과 육아를 열심히 했지만, 정작 그녀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정확히 들어보는 시간을 가진 적이 없었다고 깨달았다. 

두 사람은 양육을 고민하는 부부에게, 엄마가 쉴 수 있는 시간을 만들고, 정형화된 엄마像과 아빠像에서 벗어나 파트너로서 느긋하게 몇 번이고 대화를 나누라고 조언한다,

 

엄마의 상황이 변하지 않으면 아이들도 행복하게 자라지 못해

육아정보 사이트를 운영하는 <코즈레(コズレ)>가 재작년 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터넷 설문조사에서도 “엄마를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는 답변이 72%를 넘었다. 

응답자의 대다수는 수면과 휴식시간이 없는 때 또는 남편의 도움 없이 혼자서 양육을 하는 때면 “그만두고 싶다”라고 느낀다고 답했다. 

출처 : 픽사베이
출처 : 픽사베이

 

엄마의 상황이 변하지 않으면 아이들도 행복하지 못해

<코즈레>의 편집부 야마우치 아야코(山内彩子)씨는 “일하면서 양육과 집안일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  엄마 혼자서 무엇이든 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있다. 한편으로 ‘육아맨’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져서 파트너의 육아 참여 기대가 높지만, 기대가 높은 만큼 지원을 받지 못하는 엄마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이 영화를 감독한 고다토모(豪田トモ)씨는 이런 일본의 양육실태에 무언가를 하고 싶어서 영화를 제작했다고 한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밝은 톤이지만, 외로운 육아의 결과, 산후우울증으로 자살을 택한 엄마의 유족, 엄마가 실종돼 자살한 경험을 포함, 종종 괴로움 속에서 육아를 대하는 여성들이 등장한다.

이런 사람들을 다룬 것은 고다 감독 자신이 엄마로부터 애정을 받지 못했다고 느껴, 우울한 삶의 괴로움을 오랜 기간 느껴온 경험이 있어서다. 그는 아내와 함께 딸 한명을 키우고 있다.

고다 감독은 엄마를 둘러싼 상황이 변하지 않으면 아이들도 행복하게 자라지 못하고 사회 전체적으로 영향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엄마를 그만두고 싶어요’라는 생각까지 할 정도로 엄마를 궁지로 몰아간, 지원과 이해가 부족한 파트너와 가족, 그리고 국가와 지자체 등 사회 전체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고다 감독은 그러면서 “한 생명을 20년 동안 키우는 것은 장대한 스토리인데, 엄마 혼자서 맡는 것은 옳지 않다. 둘이서 하면 꼭 맞는 일이다. 양육만큼 배우는 것도, 깨닫는 것도, 자극이 많아 힐링이 되는 창조적인 작업도 없다고 느낀다. 말이 통하지 않는 아기를 돌보는 경험은 상대를 어떻게 만족시켜줄까 하는 감성을 키워줘, 고객이나 동료가 나에게 무엇을 원하는지를 이해하도록 해주고, 업무능력을 향상시켜 성공하게 해준다고도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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