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객 초청 힘드니 이참에 “저지른다, 작은 결혼식!”

시리즈를 시작하며

코로나19가 우리 사회를 바꾸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사람 간 대면이 줄어들고, 외부활동이 위축되면서 평범했던 일상이 특별한 일이 됐다. 그런 가운데 코로나19 이후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들린다.

한편으로 이런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가족관계, 부부관계가 재정립되고, 사회적 소통의 단절 속에 독특한 방법으로 이성을 소개받는 젊은이들도 있다. 또한 결혼식을 미루기 힘든 예비부부들은 기발한 결혼식을 치루기도 한다.

웨딩TV는 코로나19를 계기로 달라지고 있는 결혼문화의 양상을 살펴보고, 새로운 인식과 질서가 형성되고 있는 지금 결혼문화 대전환의 기회를 만들고자 우리 결혼문화의 현주소와 전망을 점검하는 시리즈를 마련한다.

코로나19가 결혼식 풍경을 바꾸고 있다.

예정된 결혼식을 미루거나 취소하는 경우가 많아 예식장을 비롯해서 웨딩업계 전반이 때 아닌 봄 춘궁기를 맞았지만, 일부 커플들은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결혼식을 진행하고 있다.

KT는 지난 4일 한 커플의 유튜브 라이브 결혼식을 진행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이 커플은 예식장에서 하객들을 초청해 결혼식을 치를 예정이었으나, 일가 친척 대부분이 대구 지역에 거주하고 있어 부득이 결혼식을 취소했다.

이 커플은 예약했던 예식장에서 생방송으로 유튜브 결혼식을 진행했고, KT는 신랑과 신부가 양가 친척∙지인들과 축하 메시지를 실시간 영상으로 주고받을 수 있도록 양방향 다원 생중계 시스템 등을 지원했다.

A씨(32세)는 처음부터 온라인 결혼식을 계획했던 케이스다. 부모님 반대로 일반 예식으로 변경할까 고민 중 이번에 밀어붙이기로 했다고 한다.

양가 부모님과 직계 가족을 뺀 하객은 신랑신부의 친구 4-5명이 전부다. 작은 레스토랑을 빌려 짧은 예식을 진행하고, 결혼식 영상을 촬영해 유튜브에 올릴 예정이다.

가까운 지인들에게 모바일 청첩장으로 결혼 소식을 알렸고, 결혼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축의금을 대신한 선물로 받고 있다. 일종의 서양식 ‘웨딩 레지스트리’다.

제공 ⓒ웨딩TV(http://wedd.tv/) - 저출산 문제를 고민하는 방송 ,건강한 결혼문화를 선도하는 언론
제공 ⓒ웨딩TV(http://wedd.tv/) - 저출산 문제를 고민하는 방송 ,건강한 결혼문화를 선도하는 언론

A씨는“부모님은 그동안 내신 축의금을 회수하지 못하셔서(하하) 아쉬워 하시지만, 저희는 결혼식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어서 그것만으로도 만족해요”라고 말했다.

스포츠 전문 아나운서로 활동하는 연상은(31)씨는 어제 결혼식을 올렸다.

연씨의 결혼식은 가족과 친지만 참여하는 스몰 웨딩으로 치러졌다. 코로나19 확산 예방 차원에서 하객수를 최소화한 것이다.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작은 결혼식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합리적이고 개성 있는 젊은이들은 종전의 판박이 같은 결혼식, 형식 위주의 전통적인 결혼관습에서 벗어나 결혼의 가치와 의미를 추구하는 결혼식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한국의 결혼문화에서는 부모의 역할이 크고, 결혼식 하객수는 부모님의 사회적 지위와도 관련이 있어 결혼식 규모를 줄이기는 쉽지 않다.

2016년 육아정책연구소에서 기혼여성 1173명을 대상으로 ‘작은 결혼에 대한 인식조사’를 한 결과, 67%가 “가능하면 작은 결혼을 하고 싶었다”고 답했지만, 실제로 작은 결혼을 한 경우는 50.8%였다.

작은 결혼을 하지 못한 나머지 49.2%의 경우, 그 이유로는 가족의 반대(22.9%)가 가장 많았고, 남들 하는 대로 해야 할 것 같아서(19.1%), 축의금 회수(16.6%) 등이었다.

제공 ⓒ웨딩TV(http://wedd.tv/) - 저출산 문제를 고민하는 방송 ,건강한 결혼문화를 선도하는 언론
제공 ⓒ웨딩TV(http://wedd.tv/) - 저출산 문제를 고민하는 방송 ,건강한 결혼문화를 선도하는 언론

이런 이유에서 작은 결혼식을 하지 못하던 사람들에게는 코로나19 상황이 도리어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하객수가 적으면 체면 안 산다던 아버지를 설득해 하객수를 대폭 줄였다는 한 남성은 “코로나19 때문에 하객 초청 안한다고 했다고, 그래서 체면치레는 했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라고 말했다.

하객이 적어지면 나중에 갚아야 할 빚도 적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뻔한 결혼식에 큰 돈 쓰고 싶지 않아서 오붓하게 행사를 여는 경우도 있다.

장기간 이어지는 경제불황으로 새로운 방식으로 등장한 작은 결혼식이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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