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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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소도시에 거주하는 임산부 B(34세)씨는 출산을 불과 1달여 앞두고 근처의 광역시에 임시 거처를 마련했다.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는 분만시설을 갖춘 산부인과가 없어 1시간 여 떨어진 병원을 다녔는데, 출산시 위험을 고려해 결국 병원 근처에서 지내며 원정출산을 하기로 한 것이다.

지난 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각 지역의 중심점을 기준으로 가장 가까운 분만 가능 의료기관까지의 평균 직선거리는 서울이 1.1㎞였다. 인천·부산 등 광역시(세종시 포함)는 3.9㎞였고, 도에 속한 시 지역은 8.3㎞로 나타났다.

광역시 안의 군 지역은 10.4㎞, 도에 속한 군 지역은 24.2㎞로 조사됐다. 대도시에서 중소도시로, 그리고 농촌지역으로 갈수록 분만 취약성이 높아졌는데, 특히 군 지역의 경우 분만기관까지의 거리가 서울의 22배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군 지역의 임산부는 서울의 임산부보다 위험도가 훨씬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분만취약지일수록 임산부의 유산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료관리학교실의 이진용 교수팀이 2013년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출산(유산 포함) 여성의 임신 관련 지표를 분석한 결과, 가장 심각한 분만취약지인 강원도의 정성군은 임산부의 유산율이 10.3%로 가장 높았다. 일반 지역의 평균 유산율(3.6%)보다 약 3배 높은 수치다.

지난 해 강원도의 3분기 도내 출생아 수는 1천994명으로 사상 처음으로 2천 명 선이 붕괴됐다. 그 결과 2013년에는 31곳이던 분만시설은 올해 기준 21곳으로 줄어들었는데, 이마저도 지난 3월 속초 지역의 분만실이 폐쇄하면서 현재는 20곳으로 줄었다.

분만 가능 산부인과 중 국공립은 2곳에 불과한 데다 나머지 18곳 중 16곳은 의원급으로 어렵게 운영하고 있다. 게다가 주변 도시에 분만이 가능한 산부인과가 없어 강원도의 산모들은 위험한 상황에 놓여있다.

갈수록 악화되는 출산 인프라는 산부인과 말고도 또 있다.

2017년 전국에서 출산한 산모 2천 911명을 조사한 결과 75.1%가 산후조리원을 이용했다고 답했고, 산후 조리 선호 장소로 산후조리원을 가장 선호(75.9%)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강원도 삼척의료원에서 지난 2016년 공공산후조리원이 개원한 이후 출생아 수가 30% 이상 증가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런 현실과는 반대로 지방의 산후조리원 사정은 열악하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9년 상반기 산후조리원 현황에 따르면 강원도 내 산후조리원은 총 15곳이었다. 도내에서 분만과 산후조리원까지 다 갖춘 지역은 춘천, 원주, 강릉, 동해, 삼척, 5곳 뿐이다.

원정출산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지방의 사정은 강원도에 그치지 않는다.

충남의 경우 15개 시군 가운데 산후조리원이 있는 곳은 5개에 불과하며,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분만 산부인과가 없는 시군은 6곳이다. 지난 1월 27일 충남도에 따르면 출생아 1만4천380명 가운데 절반인 7천 376명(51%)만이 도내 산후조리원을 이용했다. 임산부 절반이 원정출산을 간 것이다.

가까운 곳에 산부인과가 없다는 것은 출산 감소의 원인이 될 수 있고, 이는 다시 출산여건 축소로 이어지고, 또 다시 출산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무작정 출산만 독려한다고 저출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아이를 낳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현실에서 정부는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여주시보건소 제공
©여주시보건소 제공

지난해 5월, 여주에서는 경기도에서 처음으로 공공산후조리원이 개원했다.

산모나 배우자가 경기도민이면 2주에 168만원에 이 산후조리원을 이용할 수 있으며, 셋째 이상 출산 산모, 국제결혼이주가족 등은 50% 감면해준다.

해당 산후조리원은 개원한 지 5개월 만에 전국 11개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가 벤치마킹하기 위해 방문하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초저출산시대에 출산・보육 인프라는 우리 사회가 일정 부분을 부담하는 공공(公共)의 개념으로 가야 한다. 저출산은 사회적 위기이고,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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