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양형위에 제출된 국민의견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감경 사유 없다”

‘n번방’ 사태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 여론이 거세지면서 대법원이 양형기준 마련에 본격 착수한 가운데 이와 관련한 국민 의견이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제출된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동소송 플랫폼 ‘화난사람들’과 김영미 법무법인 숭인 변호사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 국민의견 분석보고서’를 오늘 오후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제출한다.

국민의견은 지난 1월30일부터 3월31일까지 총 2만182명이 참여한 가운데 모아졌다. 이 중 디지털 성범죄 피해경험자는 242명이다.

의견에 참여한 국민 중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감경 사유가 ‘없다’ 또는 ‘반대한다’는 의견은 7902건이었다. 그 외 ‘피해자와 합의’가 5882건, ‘자수, 자백’ 등의 감경 사유도 3702건이 조사됐다.

한편 양형위원회는 오는 20일 회의를 열어 군형법상 성범죄 등 양형기준을 논의할 예정이다. 양형기준이란 판사가 법률에 정해진 형에 따라 선고형을 정하고, 결정하는 데 참고하는 기준을 말한다.

국민은 국회에 ‘텔레그램 디지털 성범죄 해결’요구해

앞서 올 1월부터 시행된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 ‘텔레그램에서 발생하는 디지털성범죄 해결에 관한 청원’이 공개됐고, 26일 만인 지난 2월 10일에 10만 동의를 얻어 ‘1호 국민동의청원’으로 채택됐다.

경찰의 국제공조 수사, 수사기관의 디지털 성범죄 전담부서 신설, 범죄 예방을 위해 엄격한 양형 기준을 설정 등이 이 청원의 골자다.

국민동의청원은 30일 이내에 국민 10만 명의 동의를 얻은 온라인 청원을 소관 상임위원회에 자동 회부하는 제도다.

‘텔레그램 디지털성범죄 해결’ 청원은 법제사법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행정안전위원회, 여성가족위원회 등 청원 내용과 관계된 위원회에 회부됐다.

이후 지난달 5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안’(이하 딥페이크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딥페이크(여성의 얼굴·신체를 합성한 편집물)를 제작하거나 반포·판매·임대 등의 행위를 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했으며 특히 영리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유포한 경우 7년 이하의 징역으로 가중처벌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법안은 이 청원의 취지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형사사법기관의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소극적 인식도 텔레그램 성착취 등이 만연하게 된 원인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디지털 성범죄는 날로 늘고 있는데, 기소율은 오히려 줄고 있다.

경찰청의 2018년 범죄통계를 보면 디지털 성범죄를 저질러도 실제로 기소돼 법정에 서게 되는 경우는 10명 중 3명 정도였고, 디지털 성범죄자 가운데 구속 수사를 받은 사람은 100명 가운데 2명 수준에 불과했다.

이제 국회, 법원, 검찰이 대답할 차례

또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도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기소된 이들 가운데 5.3%만이 징역형을 받았다. 71.9%는 벌금형에 처해졌는데, 300만원 이하로 처벌이 약했던 경우가 80%에 육박했다. 심지어 집행유예나 선고유예를 받는 비율은 22.2%나 됐다.

‘n번방’ 운영자 사건 재판을 맡은 오덕식 판사를 교체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동의가 40만명을 넘은 가운데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30일 해당 판사를 박현숙 판사로 교채했다.

오 판사는 지난 해 구하라(사망)를 불법촬영하고 협박한 혐의로 기소된 고인의 전 남자친구 최종범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당시 최 씨의 불법촬영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20대 국회는 디지털 성범죄에 무관심했다.

‘박사’ 조주빈이 체포되고, 국민적 공분이 치솟자 여야 할 것 없이 우후죽순으로 디지털 성범죄 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이미 국회에는 여러 개의 관련 법안이 발의됐다. 이 법안들은 길게는 3년 넘게(김삼화 바른미래당 의원이 2017년 1월 2일 발의한 불법촬영 활용 카메마 등 기계장치 몰수)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보여주기식으로 새 법안을 내놓지 말고, 쌓여가는 법안 처리가 먼저다.

청와대 국민청원 “텔레그램 n번방 용의자 신상공개 및 포토라인 세워주세요”와 “텔레그램 n번방 가입자 전원의 신상공개를 원합니다”는 8일 현재 270만명과 200만명이 넘게 동의했다.

디지털 성범죄 강력 처벌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는 이미 확인됐다. 이제 국회, 법원, 검찰이 이에 대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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