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더욱 궁지에 몰리는 미혼모들

옥스팜(Oxford Committee for Famine Relief)
옥스팜(Oxford Committee for Famine Relief)

이동금지령 속에 위험한 외출을 감행

지난해 12월 31일 중국 우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생한 후 두 달 만인 2월 말 세계 6개 대륙 모두에서 확진자가 나왔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으로 경제가 침체되면서 생활이 불안정한 저소득층은 생존을 위협받을 정도로 어려운 상황에 처하는 것은 세계적인 공통점이다.

코로나19 사망자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미국의 경우, 흑인의 사망률이 백인보다 훨씬 높은데, 이는 구조적 불균형 때문이라고 미국 뉴욕타임즈는 보도한 바 있다.

여성의 인권이 열악한 아프리카에서 특히 미혼모들은 사회적 편견과 차별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코로나19 확산은 이들을 더욱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체계적인 진단시스템이 없고 코로나19 환자수가 1527명(12일 기준)에 달하는 모로코는 지난 3월 20일 의료비상사태가 선포되고, 이동금지령이 내려져 국민들의 외부활동이 제한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모로코의 미혼모들은 코로나 감염 위험과 경찰의 순찰을 뚫고 돈을 벌기 위해 외출을 감행할 수밖에 없다고 프랑스 르몽드는 보도했다.

“코로나로 죽을 것인가, 굶어죽을 것인가”라는 2개의 선택지 중에 제이나(Zeyna, 가명)씨는 어쩔 수 없이 첫 번째를 선택했다.

12살 아들을 혼자서 키우고 있는 29살의 엄마에게 외출금지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제이나씨는 “아이를 구하기 위해서는 병으로 쓰러지는 것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내가 필요한 것들을 구해오지 못하면 아들이 죽는다”라고 토로했다.

“겨우 궁지에서 벗어났을 때, 코로나가 나를 다시 넘어뜨렸다!”

한 달간 이어지는 비상사태 하에서 모로코인들은 이제 공적인 허가 없이는 출근할 수 없다. 제이나씨처럼 신고되지 않거나 비공식적으로 일하는 수백만 명의 근로자들에게 갑자기 소득원이 사라진 것이다.

“비상시에 모로코 사람들은 가족에 의지한다. 이웃은 서로 도와주고 돈도 빌려준다. 그렇지만 우리들에게는 이중으로 고통스런 시기이다. 내 아들은 아빠도 없고, 출생신고도 안돼 있다. 누구도 우리를 가까이 하지 않는다”라고 나이에 비해 늙어보이는 제이나씨는 말했다.

아들 드리스(Driss, 가명)와 함께 좁은 방에서 갇혀 사는 제이나씨는 날마다 이웃들의 부담스런 시선을 마주해야 한다. 종교적 보수주의가 강하게 남아있는 사회에서 혼외관계는 법적으로도 유죄이지만, 종교적으로도 비난받는다.

“나는 징역은 면했지만, 사회적 낙인은 피하지 못했다. 지금 그 댓가를 치르고 있는 셈이다. 식료품상은 외상을 주지 않고, 가족은 내 말을 더 이상 들어주지 않는다. 이웃은 내 아이를 보호해주기는커녕 ‘사생아’라고 부른다.”

그녀의 임신 사실을 안 애인은 말없이 떠났고, 혼자 아이를 낳은 제이나씨는 몇 번이나 아이를 유기할 뻔한 상황에 처했다. 가까스로 한 단체의 도움으로 카사블랑카의 미용실에 ‘불법적인’ 일자리를 구했다.

하지만 모로코에서 코로나19 첫 환자가 나왔을 때, 미용실은 문을 닫았다.

“사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것이다.”

이후 제이나씨는 자신의 상황을 대처해 나가기로 결심했다. 두려움을 안은 채 그녀는 날마다 카사블랑카 시내로 가기 위해 외출금지령 위반을 감행한다. 허가증이 없으면 1달~3달의 징역과 최대 117유로(한화로 약 16만원)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그녀는 “공공교통을 이용하면 사람을 만나게 되고, 또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봐 겁이 난다. 아이를 집에 혼자 둘 수 밖에 없는데, 아이가 밖으로 나가지나 않을지 걱정된다”라고 제이나씨는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모로코에서 미혼모를 돕는 단체들은 외출금지령의 상황에서도 근근이 활동을 하고 있다.

전국궁핍여성연대(Insaf: Institution nationale de solidarité avec les femmes en détresse)의 메리엠 오트마니(Meriem Othmani) 대표는 “많은 여성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이들은 모로코의 전통적인 가족연대라는 도움도 받지 못한다”라면서 미혼모들을 도울 수 있는 자원이 부족하다고 안타까워했다.

제이나씨는 마지막 희망을 키우고 있다. 정부는 불안정한 근로자들과 빈곤에 빠진 가족을 도와주기로 약속했다. 그녀는 “아무리 해도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래도 결국 나는 여기서 벗어나게 될 것이다”

한편 국제구호기구 옥스팜(Oxford Committee for Famine Relief)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여파가 전 세계적으로 최대 6억명의 빈곤층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옥스팜은 “하루하루 벌어서 먹고 사는 극빈층은 일손을 놓을 수도, 식량을 비축할 수도 없다”면서 전 세계적으로 20억 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아파도 병가 급여를 받지 못하는 부문에서 일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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