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의사조산사 부족으로 안전한 낙태 거의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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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생식권 행사에 차별받는 성평등 국가의 모순

동아프리카의 르완다는 국제의회연맹(IPU, Inter Pariamentary Union)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192월 기준 여성 국회의원 비율이 61.3%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가이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17.1%120위에 그쳤다.

르완다는 2003년 국회의원과 장관, 각 부처·기관 등 공무원의 30%를 여성에게 의무 할당하는 헌법을 제정했다. 새 법에 따라 여성도 재산을 가질 수 있었고, 부모의 재산을 상속받을 수 있게 됐다. 이혼한 여성도 부부재산의 절반에 대한 권리를 가지게 됐다.

이렇게 성평등이 실현되고 있지만, 르완다 여성들은 자신의 생식권(reproductive rights, 임신출산피임 등 생식기능과 관련된 사항에 있어서 여성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권리)을 행사하는 데 차별을 받고 있다.

르완다는 2018년에 형법을 개정해 미성년 임신, 강간과 강제결혼, 동성혼의 경우, 그리고 임신이 건강에 위험을 주는 경우에만 낙태를 허용하고 있으며, 그 외의 낙태는 불법으로 처벌된다.

21일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르완다의 폴 카가메(Paul Kagame) 대통령은 낙태죄로 수감 중인여성 죄수 50명 사면을 발표했다.

이 여성들 중에는 사형을 선고받은 여성이 6, 25년형을 선고받은 여성이 2명이 포함돼 있고, 나머지는 12개월~20년을 선고받은 여성들이다.

인권단체들은 대통령의 사면조치를 환영했다. ‘인권발전을 위한 위대한 호수계획’(GLIHD, Great Lakes Initiative for Human Rights and Development)>의 톰 멀리사(Tom Mulisa) 대표는 매우 긍정적인 발전이다라고 평가했다.

인권감시’(Human Rights Watch) 케냐 지부의 아그네스 오드히암보(Agnes Odhiambo)박사는 이 여성들은 원래 감옥에 가서는 안되는 것이었다면서 르완다 정부는 낙태를 겪은 여성들을 처벌하는 조치를 없애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낙태가 허용된다고 해도 의사가 낙태시술을 시행해야 하는데, 이는 의사가 부족한 르완다에서는 또 다른 문제이다. 오드히암보 박사는 오직 인정된 의사만이 낙태시술을 해야 한다는 조건으로 인해 안전한 낙태가 많은 여성과 소녀들에게는 거의 불가능한 것이 됐다. 특히 가난하고, 학력이 없으며, 농촌 지역의 여성들에게는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오드히암보 박사는 한 연구를 인용해 숙련된 간호사와 조산사도 의사만큼이나 안전하게 낙태시술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낙태가 어려워질수록 불법적이고 위험한 시술에 의존

2016르완다 치의학 위원회’(Rwanda Medical and Dental Council) 자료에 의하면 르완다에서 의사수는 10,055명당 1명이고, 조산사는 15~49세 여성 4,064명당 1명이다.

보건통합발전’(Health Integrated Development)의 아프로디스 카가바(Afrodis Kagaba) 박사는 낙태가 어려워질수록 위험한 낙태술에 몰리게 된다면서 간호사나 조산사들이 보통 80%가 넘는 출산을 보조하기 때문에 이들도 안전하게 낙태시술을 할 수 있다. 병원의 40% 이상이 종교단체 소유라서 이 병원들은 낙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 또한 보건 종사자들도 법을 잘 이해하지 못해서 필요없는 (낙태)근거를 요구한다라고 지적했다.

낙태한 여성들을 체포하는 법으로 인해 여성들은 위험한 낙태를 한 후에도 의료지원을 찾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르완다 민주녹색당’(Democratic Green party of Rwanda) 소속 프랑크 하비네자(Frank Habineza) 의원은 여성들이 수갑이 채워지고 체포되기도 한다. 의사들에게는 충분한 증거가 없기 때문에 여성이나 소녀들이 강간을 당했다고 증명하기가 쉽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GLIHD의 멀리사 대표는 낙태를 허용하는 범위가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신이 임산부나 태아의 건강을 위험하게 할 때라는 법조항을 지적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정의에 의하면, 건강은 완전한 육체적 및 정신적 그리고 사회복지의 상태이지, 단순히 질병이나 병약함이 없는 상태가 아니다. 이런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회복지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이유들이 있다라고 멀리사 대표는 말했다.

GLIHD와 생식권 보장을 위한 단체인 ‘Ipas’2015년 연구에 따르면 르완다에서는 법적장벽과 문화적종교적 낙인으로 인해 여성들은 안전하고 합법적인 낙태를 받기가 거의 불가능하며, 그 결과 대다수의 여성들이 불법적이고 위험한 시술에 의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식권 연구기관인 구트마허 연구소’(Guttmacher Institute)2013년 보고서에 의하면 르완다에서는 매년 약 6만건의 낙태가 발생하며, 의도하지 않은 임신의 22%가 낙태로 끝난다고 한다.

가장 최근의 자료에 의하면 2014년에 227명의 여성들이 낙태로 징역형을 선고 받았는데, 그 중 아직 형을 살고 있는 사람이 몇 명인지는 불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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