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백혜련 의원 블로그
사진 출처-백혜련 의원 블로그

폭행, 협박이 아닌 피해자의 동의 없는 성관계 처벌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비동의 간음죄를 도입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8일 밝혔다.

개정안은 현행법상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행위'로 규정된 강간죄 구성 요건을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로 개정하고, '사람의 저항을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는 그 죄에 정한 형량의 2분의 1까지 가중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 폭행과 협박을 동원해 상대를 강제로 간음한 경우에 처벌하는 현행 강간죄 규정이 피해자 보호에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에 따라 강압에 의한 간음이 아니더라도 피해자의 동의 없이 이뤄진 성관계를 성범죄로 처벌한다는 것이다.

지난 2018년 미투 운동 이후 20대 국회에서 비동의 간음죄 관련 법안이 잇따라 발의됐다. 백혜련 의원을 비롯해 강창일(더불어민주당), 이정미(정의당) 전 의원, 미래통합당의 나경원·홍철호·송희경 전 의원, 천정배(무소속) 전 의원 등이 입법을 추진한 바 있다.

하지만 이 법안들은 제대로 심사조차 이뤄지지 못한 채 20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폐기됐다.

지난 2018년 비서 성폭행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사건을 다룬 1심 재판부는
내심에 반하는 상황이었더라도 처벌 대상이 되는 성폭력 범죄라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한 이후 법조계와 정치권에서 비동의 간음죄논의가 본격화됐다.

동의하지 않은 성관계를 강간죄로 처벌토록 하는 형법개정안을 발의했던 이정미 전 의원은그동안 법원은 폭행, 협박에 공포감을 느껴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못하거나 수치심에 구조를 요청하지 않은 경우 등에 대해 강간죄 성립을 부정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법안 발의 취지를 밝히기도 했다.

피해자의 자발적 동의를 기준으로 강간죄를 정의하는 세계적인 추세

20대 국회에 이어 21대 국회에서 재차 이 법안을 발의한 백혜련 의원은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강제적 간음은 유형력 유무와 상관없이 처벌돼야 하고, 폭행과 협박이 수반되면 가중처벌 해야 한다성범죄에 있어서 가해자의 방어권을 보호한다는 논리로 피해자에게 과도한 입증책임을 지우고 있다는 지적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의당도 지난달 2621대 국회 5대 우선 입법과제 중 하나로 '비동의 강간죄' 도입을 포함시킨 바 있다.

일각에서는 비동의 간음죄 도입이 남성들에게 불리한 법안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성범죄 피해자를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고한 남성을 성범죄자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성범죄 가해자 대부분이 남성인 현실에서 비동의 간음죄는 언뜻 남성에게 불리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폭행과 협박을 강간죄의 구성 요건으로 명시한 현행법으로는 상대적으로 힘의 우위에 있는 남성이 피해자인 성범죄는 성립되기 어렵지만, 비동의 간음죄는 피해자의 동의여부가 중요하기 때문에 남성이 피해자인 성범죄도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비동의 간음죄를 남녀의 유불리 차원으로 구분하는 것은 잘못된 발상이라는 지적이 많다. 비동의 간음죄 도입은 세계적인 추세이며, 성범죄 근절이라는 사회적 합의에 따른 원만한 도입이 바람직하다.

국제연합(UN) 국제사법재판소, 유럽연합(EU) 유럽인권재판소는 '피해자의 동의 없는 성적 행위를 처벌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지난 2018년 유엔(UN) 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서도 피해자의 자발적 동의를 기준으로 강간죄를 정의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영국, 독일, 스웨덴, 그리고 미국의 일부 주에서도 상대방의 동의가 없으면 강간죄로 처벌된다. 특히 스웨덴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한 간음은 물론, 동의 유무를 확인할 주의 의무를 위반시 '과실 강간죄'로 처벌하도록 해 성범죄 피해자를 가장 두텁게 보호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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