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자는 선호하는 정자를 더 유인하는 것으로 밝혀져
인간 수정의 새로운 스토리 발표돼
난자와 정자가 결합하는 수정(fertilization)은 흔히 난자를 찾아가는 정자의 험난한 여정으로 설명되곤 한다. 수천만개에 달하던 정자가 난자에 도달할 때는 수백개로 줄고, 그 중에 가장 힘이 센 정자만이 크고 두꺼운 난자의 벽을 뚫는다는 정자를 주인공으로 한 모험담인 것이다.
10일 미국 CNN은 스웨덴의 한 연구를 인용해 난자가 수정에 성공하는 행운의 정자를 선택하는 새로운 스토리를 소개했다.
여성은 배란기의 호르몬으로 인해 자신감 넘치는, 약간의 턱수염이 있으면서 근육질의 남성을 택하게 될 수 있다. 또 남성은 여성의 티셔츠 냄새를 통해 배란기 여성을 구별할 수 있다.
이런 화학적 선호는 여성의 난자와 남성의 정자가 융합하는 수정에서도 작용한다.
인간을 포함한 포유동물들은 자손에게 최상의 생존확률을 주도록 프로그램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 몸은 가능하면 가장 강력하고 가장 다양한 배우자를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개발했다.
여성의 생식기관도 약하고 받아들일 수 없는 구혼자들을 제거하도록 고안된 하나의 장애물이다. 예를 들어, 여성 생식기관의 분비물은 아래로 흐르는데, 이로 인해 마치 연어가 산란을 위해 물을 거꾸로 헤엄쳐 가듯 정자들은 헤엄쳐 올라와야 한다.
또한 여성의 면역체계는 정자를 외부로부터의 침입자로 여겨 공격하게 된다. 이런 자궁경부의 근육수축이라는 장애물을 통과하고 나면, 정자는 둘 중 하나의 나팔관을 선택해야 한다.
이런 여정이 고된 과정이기 때문에 수천만 개의 정자 중에서 오직 약 250개의 정자만이 난자가 있는 수정 장소에 도달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마지막으로 난자는 난자를 둘러싼 난포액(follicular fluid)에서 화학성분을 분비해 수정에 성공하는 정자에 영향을 미친다. 이것이 정자를 수정으로 유도 및 인도하는 화학적 빵부스러기이다.
난자는 선호하는 특정 정자를 더 유인해
스웨덴 스톡홀롬 대학(Stockholm University) 동물학과의 존 피츠패트릭(John Fitzpatrick) 교수는 “이 화학성분이 작용하는 범위는 난자와 정자 사이의 마지막 2cm 공간인데, 난자가 받아들이기 싫은 정자를 제거하는 마지막 단계”라고 설명했다.
왕립학술원의 전문지에 실린 이 연구는 영국 맨체스터의 성모병원(St. Mary's Hospital)에서 인공수정치료를 받고 있는 16쌍의 난포액과 정자 샘플 중 남은 것들을 사용했다.
실험은 한 번에 두 쌍의 난포액과 정자를 사용해 진행했는데, 한 남성의 정자가 자신의 배우자의 난포액과 배우자가 아닌 여성의 난포액에 노출되게 했다. 정자는 모세혈관 길이의 페트리 접시(petri dish)를 가로질러 헤엄쳐야 한다. 실험에서는 성공적으로 여정을 마친 정자의 수를 세었다.
연구 결과 난자들은 자신이 선호하는 정자들을 18~40% 더 유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떻게? 정자는 머리 부위에 난자 난포액의 화학 유인물질에 반응하는 냄새 수용체를 갖고 있다. 난자가 정자로 하여금 ‘급행선’으로 헤엄치도록 하려면 이를 촉진하는 화학물질을 분비하고, 그렇지 않으면 정자의 속도를 늦추는 화학물질을 분비한다.
피츠패트릭 교수는 “한 여성의 난포액이 특정 남성의 정자는 앞으로 헤엄치게 하고, 다른 남성의 정자는 거꾸로 헤엄치게 한다”라고 말했다.
이 연구의 공동 저자이며 영국 성모병원의 임신의학부장인 다니엘 브리슨(Daniel Brison)씨는 “인간수정에 있어서 난자가 정자를 선택한다는 생각은 매우 새로운 것이다”라고 하면서 “난자와 정자간의 상호작용에 관한 연구는 임신관련 치료를 발전시킬 것이고, 현재 ‘설명되지 않는’ 불임의 원인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피츠패트릭 교수도 임상적 불임의 1/3은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라고 하면서, “이제 난자가 정자를 일종의 통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원인불명의 불임을 보다 깊이있게 연구할 수 있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영국 쉐필드 대학(University of Sheffield)의 알란 패시(Allan Pacey) 교수는 “난포액이 정자로 하여금 난자를 찾는데 도움이 되는 성분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오래 전에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보다 잘 반응하는 난포액과 정자 간의 결합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처음 알려졌다”라고 이 연구의 의미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