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벡델테스트'가 언급된 앨리슨 벡델의 만화 일부(출처-구글)
'벡델테스트'가 언급된 앨리슨 벡델의 만화 일부(출처-구글)

나한테는 원칙이 있어..3가지 조건을 충족하는 영화만을 보거든. 첫째, 2명 이상의 여성이 등장해야 해. 둘째, 그들이 서로 대화를 하되, 셋째, 그 대화 주제는 남성 이외의 것이 있어야 해..”

꽤 까다로운 걸. 하지만 좋은 생각이네..”

맞아..그런 영화 중 내가 볼 수 있었던 마지막 영화는에일리언이야..”

1985년 미국의 여성 만화가 엘리슨 벡델의 작품 <Dykes for to Watch Out For>의 일부이다. 여기서 벡델이 제안한 벡델 테스트(Bechdel test)는 영화에서 차지하는 여성의 비중을 평가하는 기준이다.

2명 이상의 여성이 등장해 남성이 아닌 주제로 대화하는 장면이 나오면 벡델 테스트를 통과한다는 것인데, 한국 영화에서 이 기준을 통과한 영화는 의외로 많지 않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18 한국영화 산업 결산자료에 따르면 2019년 흥행 상위 30개 영화 중 벡델 테스트를 통과한 작품은 13편이며, 2018년의 경우는 10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면에서 최근 개봉한 야구소녀결백은 공통적으로 여성 캐릭터가 주도적으로 극을 이끌어가는 영화이다.

영화 '야구소녀'(사진-㈜키다리이엔티, 소니 픽쳐스 인터내셔널 프로덕션 제공)
영화 '야구소녀'(사진-싸이더스 제공)

야구소녀’(감독 최윤태)천재 야구소녀라는 별명을 가진 주수인(이주영 분)의 프로야구를 향한 도전을 그린 여성 성장 드라마다.

전 해보지도 않고 포기 안 해요”, “사람들이 내 미래에 대해서 어떻게 알아요? 나 자신조차 알지 못하는데라는 주수인의 외침은 패배감에 젖은 청춘들을 위한 응원처럼 들린다.

야구소녀는 여성에 대한 편견을 깨는 이야기면서도 자신의 신체적 조건을 극복하기 위해 직구 대신 너클볼을 배워 마운드에 서는 주수인을 통해 최선을 다하는 것의 의미와 가치를 전달한다.

영화 '결백'(사진-㈜키다리이엔티, 소니 픽쳐스 인터내셔널 프로덕션 제공)
영화 '결백'(사진-㈜키다리이엔티, 소니 픽쳐스 인터내셔널 프로덕션 제공)

'결백'(감독 박상현)은 아빠의 장례식장에서 벌어진 막걸리 농약 살인사건, 기억을 잃은 채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몰린 엄마 화자(배종옥)의 결백을 밝히려는 변호사 정인(신혜선)이 추시장(허준호)과 마을 사람들이 숨기려 한 추악한 진실을 파헤쳐가는 무죄 입증 추적극이다.

박상현 감독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15년부터 결백의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는데, 당시에는 남성 서사 영화들 밖에 없었다면서 그래서 여성이 주가 되는 캐릭터를 잡고 싶었다고 밝혔다.

여성 캐릭터가 주축이 되는 새로운 형태의 추적극을 만들려고 했던 감독의 의도대로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여성이 이끌어간다.

야구소녀결백의 또 하나 공통점은 엄마와 딸의 관계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야구소녀에서 주수인의 엄마는 무능력한 남편 탓에 현실적이고 세속적인 면모가 강해져 프로야구 입단이라는 허황된 꿈을 쫓는 큰 딸이 답답하고 못마땅해 강하게 반대한다. 그러다가 결국딸의 글러브를 불에 태우는 일까지 벌인다.

결백은 살인자로 몰린 엄마의 무죄 입증이 극의 주제이기에 엄마와 딸의 이야기가 주축을 이룬다.

남자 주인공의 애인, 친구, 가족, 동료가 아니라 주수인, 정인, 화자 등 이름을 가진 여성들이 자기 앞의 생을 개척하는 이야기는 남성 중심 영화와는 다른 재미와 감동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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