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웅진의 화려한 싱글은 없다

이웅진의 ‘화려한 싱글은 없다’

오랜 세월 중매를 하면서 얻은 교훈이 있다. 맞선 내지 소개팅으로 만난 최초의 10명 안에 당신의 상대가 있다는 것이다. 이후에 100명을 만나건, 1000명을 만나건 간에 최종적으로 결혼하는 상대는 최초의 10명 중 1명과 비슷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최근 인상적인 소개가 있었다.

학벌 좋고 직업 좋은 40대 후반의 남성이 있다. 조건이 좋고, 본인도 결혼 의지가 강해서 소개를 받기 시작한 20대 후반부터 20년 동안 정말 많은 만남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내게 만남을 의뢰하면서 그 남성이 하는 말이 “내 얼굴을 공개하지 않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여성의 얼굴도 볼 수 없다”고 했다.

서로 얼굴을 공개하지 않고 나이, 직업, 가정환경 등을 다 고려해 서로에게 어울리는 상대를 찾아내는 과정이 진행됐다. 이름도 김○○, 이○○으로 소개하고 만남이 확정되면 비로소 본명이 공개된다.

그렇게 만남이 이뤄졌는데,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남성이 만난 여성은 20여년 전 소개팅했던 여성이라는 것이다.

“그때도 마음에 없었던 건 아니었어요.”
“그런데 왜 인연이 안 됐을까요?”
“결혼이 급한 것도 아니었고, 만남 기회가 많다 보니 마음에 크게 담아두지 않았던 거죠. 다시 만나고 보니 돌아온 시간이 아깝네요.”

두 사람은 많은 세월이 지나는 동안 잊어버리고 있었지만, 돌고 돌아서 다시 만났다. 여전히 서로 잘 어울리는 조건을 가졌기 때문이다.

만남 기회가 많을수록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곤 한다. 그래서 괜찮은 상대를 만나도 또 다른 만남을 갖기도 한다. 하지만 자신의 조건이나 환경이 급변하지 않는 이상 만남 상대의 범위는 크게 변하지 않는다. 

생각에 따라서는 인생의 짝을 찾는 일이 험난한 여정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길을 떠나기 전에 자신이 만났던 처음 10명의 이성을 떠올려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 10명 중에 당신의 짝이 있을지도…. 


 

이웅진    결혼정보회사 선우 대표 ceo@coupl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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