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진전 없던 미숙아 연구에 코로나19가 계기가 될 듯

사진-인디펜던트
사진-인디펜던트

전세계적으로 봉쇄기간에 미숙아 출생 감소

세계 여러 나라가 신종 코로나바이라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줄이기 위해 봉쇄조치를 취한 올해 봄에 신생아 집중치료실 의사들은 특이한 현상에 주목했다. 미숙아 출생이 감소한 것이다. 어떤 나라에서는 극적으로 말이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28일 뉴욕 타임즈 기사를 인용해 코로나19 봉쇄기간의 미숙아 출생감소 현상에 대해 자세히 보도했다.

이런 현상은 아일랜드와 덴마크의 의사들이 먼저 관찰했다. 두 연구팀은 각각의 나라에서 봉쇄기간 미숙아 출산이 급감한 사실을 발견했다. 이후 이들은 연구결과를 공유했는데,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사례에 대한 보고가 있음을 알게 됐다.

미국에서는 신생아 10명 중 1명이 조산으로 태어난다. 임신기간은 보통 40주인데, 37주 미만에 태어나는 경우 조산이라고 한다. 조산의 경우, 아기와 가족이 부담하는 경제적 및 감정적 비용, 그리고 장기적으로 건강에 미치는 효과는 상당할 수 있다.

질병통제예방본부(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CDC)에 의하면, 조산아, 특히 임신 32주 이전에 태어난 조산아들은 시력 및 청력의 문제와 뇌성마비, 그리고 사망의 위험이 높다.

아일랜드의 리머릭 대학 모성병원(University Maternity Hospital Limerick)의 신생아 전문가 로이 필립(Roy Philip) 박사는 지난 312일 아일랜드에 봉쇄조치가 시작된 당시, 외국에서 휴가를 보내다가 3월 말에 돌아와서 이상한 현상을 발견했다. 자신의 휴가기간 동안 조산아들에게 주는 모유기반강장제(breast milk-based fortifier) 처방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병원 직원은 한 달 동안 조산아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후 필립 박사와 동료들은 3만건이 넘는 2001년 이후 매년 1~4월기간의 출생아들의 상태를, 주로 아기들의 출생시 몸무게로 살펴봤다.

그 결과 이 병원에서 지난 20년간 체중 3.3파운드(1.5kg) 미만 아기는 출생아 1000명당 약 8명이었는데(이는 아일랜드 전체로 보면 473,000명에 해당), 2020년에는 그 비율이 1/4로 줄었다. 또한 체중 2.2파운드(998g) 미만 아기는 출생아 1000명당 3명이었고, 보통 봄철에 몇 명 정도는 태어나는데, 2020년에는 한 명도 없었다.

자료 기간은 올해 4월까지인데, 6월말까지도 이 병원에서 태어난 미숙아 수는 20년 동안 본적이 없을 정도로 극히 적었다. 이에 대해 필립 박사는 처음에는 자료에 실수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아일랜드 연구팀이 이런 상황을 살펴보는 동안, 덴마크 연구팀도 같은 작업을 하고 있었다.

코펜하겐의 스테튼즈 세럼 연구소(Statens Serum Institut)의 미카엘 크리스티안센(Michael Christiansen) 박사팀은 강력한 봉쇄기간인 312~414일 기간에 전국의 출생아들에 대한 자료를 지난 5년간의 같은 기간과 비교했다. 여기에는 31,000명 이상의 신생아 자료가 포함됐다.

이 연구진도 봉쇄기간 동안 28주미만 조산아 출생이 90%나 감소했음을 발견했다.

휴식으로 스트레스 감소, 대기오염 감소 등이 잠재적 원인으로 추측

한편,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현상들이 발견됐다. 캐나다 알버타(Alberta)주의 캘거리 대학 신생아 전문의 베랄 알샤이크(Belal Alshaikh) 박사는 봉쇄 기간에 캘거리 지역 미숙아 출산이 거의 절반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로테르담(Rotterdam)시의 에라스무스 의료원(Erasmus Medical Center)의 신생아 전문의 어윈 레이스(Irwin Reiss) 박사도 미숙아 출생이 약간 줄었음을 확인했다.

호주 멜버른시 외곽의 자애여성병원(Mercy Hospital for Women)에서도 미숙아 수가 너무 적어 소아과 전문의 앤 카살라즈(Dan Casalaz) 박사가 이를 살펴보고 있다.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Nashville)시의 밴더빌트 아동병원(Vanderbilt Children’s Hospital)의 신생아전문의 스테판 패트릭(Stephen Patrick) 박사는 신생아 집중치료실 신생아 수가 예년 3월보다 20% 정도 감소했다고 추정했다.

패트릭 박사가 이런 결과를 트위터에 올렸을 때, 다른 미국 의사들도 비슷한 현상을 공유하고 있었다. 한편, 신생아 집중 치료실이 여전히 바쁘고, 환자 수에 별 변화가 없는 곳도 있었다.

봉쇄기간에 미숙아 수가 감소한 곳이 있고, 그렇지 않은 곳이 있다면, 양쪽의 비교 분석을 통해 미숙아 출생의 원인을 밝히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연구자들은 잠재적인 원인들을 유추하고 있다.

한 가지는 휴식이다. 집에 있으면서 일과 출퇴근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덜 받고, 잠을 더 자며, 가족으로부터 더 많은 도움을 받는다는 것이다. 또한 집에 있으면 코로나 바이러스 뿐 아니라 다른 감염도 피할 수 있다. 인플루엔자 같은 바이러스는 미숙아 출산의 가능성을 높여준다.

봉쇄기간에는 자동차 운행도 줄어 일부 미숙아 출산의 원인이 되는 대기오염도 감소했다.

미국 에모리 대학 의과대학의 드니스 재미슨(Denise Jamieson) 산부인과 의사는 팬데믹 스트레스로 미숙아 출산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그 반대 결과가 나와서 놀랍다면서 국가별로 사회보장 상황이 다르므로 봉쇄기간에 실업 및 재정적 불안의 스트레스가 지역별로 상이하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미숙아 감소 연구가 학계에서 확인된다면 팬데믹과 봉쇄가 일종의 자연실험의 역할을 해 미숙아 출산의 원인과 이를 방지하는 방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출산휴가를 출산예정일 전에 시작하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고 인디펜던트는 전했다.

앞서 언급한 아일랜드와 덴마크의 연구진은 공동으로 국제적 공동연구진을 구성해 코로나 봉쇄가 조산아 출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덴마크의 크리스티안센 박사는 오랫동안 이 분야에 진전이 없었는데, 연구가 제 궤도를 찾는데 바이러스의 공격이 필요했나 보다라고 언급했다.

연구진은 미숙아 감소의 원인을 아직 알지 못하며, 단지 몇 가지 이유를 추정할 뿐이다. 그러나 보다 깊이 있는 연구를 통해 의사와 과학자, 그리고 예비부모들은 지금까지 알 수 없었던 미숙아 출생의 원인과 예방법을 찾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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