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와 함께 출산·육아 인식개선 있어야

네이버 블로그 '파리댁의 프랑스 이야기' 캡처
네이버 블로그 '파리댁의 프랑스 이야기' 캡처

출산율이 높은 국가는 남성이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

프랑스에 거주하는 한 블로거는 만삭에 가까운 임산부 앵커가 TV 뉴스를 진행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면서 자신의 블로그에 사진을 올렸다.

프랑스는 유럽의 대표적인 출산 강국이다. 한국은행 인사경영국이 지난 해 9월 발표한 유럽 주요국의 출산율 안정화 정책 평가 및 시사점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프랑스의 합계 출산율은 1.92명으로 유럽연합 평균 1.59명을 훨씬 웃돌았다.

프랑스는 지난 1993년 합계출산율이 1.73명까지 떨어졌다가 점차 회복됐다. 물론 이 과정에서 출산 가정에 대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다.

프랑스의 아동수당은 자녀수가 늘수록 증가한다. 자녀수 1명과 2명의 차이가 크고, 2명과 3명의 차이가 크다. 자녀가 1명이면 아동수당은 3세까지 지원되지만, 2명이 되면 18세까지 지원 기간이 연장된다.

그러다가 자녀수가 3명이 되면 셋째아에게 들어가는 모든 비용이 무상일 뿐 아니라 가족 전체에 세금감면, 공공요금, 기차요금 할인 등의 다양한 혜택이 주어진다.

이런 재정적인 지원이 전부는 아니다. 독일 역시도 국가가 가족과 출산, 육아를 지원하지만, 출산율은 유럽 평균치를 넘어선 적이 없다. 2019년 독일의 합계출산율은 1.54명으로 20181.57명보다 낮아졌다. 또한 지난해 출생아수는 778100명으로 전년보다 9400명 감소했다.

프랑스와 독일의 출산율은 왜 차이가 날까? 무엇이 그 차이를 만드는 걸까?

지난 201811월에 발표된 아기를 둘러싼 협상’(Bargaining over Babies)이라는 논문이 있다. 매티아스 돕케(Matthias Doepke) 미국 노스웨스턴대 경제학과 교수와 파비안 킨더만(Fabian Kindermann) 독일 레겐스부르그대 경제학과 교수 공저인 이 논문은 유럽 각국의 출산율 데이터 비교를 통해 출산율에 영향을 주는 여러 요인들을 분석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유럽에서 출산율이 낮은 국가들의 공통점은 남성의 육아 분담 비율이 낮아 결과적으로 여성이 육아를 전담한다는 것이다. 반면 출산율이 높은 국가는 남성이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경향을 보였다.

프랑스는 모든 아이는 국가가 키운다는 기본적 인식 아래 파격적인 출산·육아 정책을 시행해왔다.

프랑스의 아빠의 육아휴직은 기본적으로 주말을 포함해서 한 명의 아기인 경우 11, 쌍둥이 이상인 경우 18일이다. 하지만 프랑스 아빠들은 스웨덴이나 노르웨이 등 다른 유럽국가 아빠들보다 육아휴직에 있어서는 보장받는 부분이 적다.

그럼에도 프랑스의 출산율이 높은 이유는 육아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고, 아빠 육아문화가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유치원 등교 풍경을 보면 아이 세 명 중 한 명은 아빠가 데려다준다. 프랑스의 엄마, 아빠는 아이가 아프면 언제든 퇴근도 가능하다.

직장 여성은 자녀를 소홀히 한다는 편견 강한 독일

독일은 1840년에 프뢰벨이 세계 최초의 유치원을 만들었을 정도로 보육 시스템에 있어서 세계적인 전통을 가지고 있는 나라다. 유치원, 유아원, 방과 후 보육시설 등이 오전, 오후, 종일반 형태로 운영되며, 부모는 비용의 20% 정도를 부담한다.

이렇게 어린 자녀를 공공 교육시설에 맡길 수 있는 제도가 갖춰져 있지만, 독일 여성들에게 자녀 출산은 쉽게 선택할 수 없는 부분이다.

독일은 사회생활은 남성, 가정과 육아는 여성이라는 전통적, 보수적인 인식이 강하다.

그래서 자녀를 둔 직장여성에 대한 편견이 커서 아이를 보육시설에 맡기고 일을 하러 가는 엄마를 까마귀 엄마(Rabenmutter)’라고 표현한다.

까마귀가 둥지 안 새끼를 돌보지 않고 떠난다는 속설에 근거해 직장 여성들이 자녀를 소홀히 돌본다고 빗대어 표현한 일종의 사회적 낙인이다. 이런 이유에서 고소득, 고학력 직장여성들의 출산율이 크게 줄고 있는 추세다.

메르켈 총리 자신도 이런 편견 때문에 자녀를 낳지 않았다고 하는데, 총리 취임 후 까마귀 엄마문제를 해결해 여성이 직업을 가지면서도 출산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마련에 힘써왔다.

프랑스와 독일의 차이를 보면 출산율은 제도적 뒷받침 뿐 아니라 출산·육아 인식과도 크게 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와 바로면접 알바앱 알바콜이 지난 521일 부부의 날을 맞아 성인 미혼남녀 568명을 대상으로 공동 조사한 결혼가치관 설문조사에 따르면 임신과 육아때문에 결혼을 안하겠다는 여성이 20.2%였다.

출산이 애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저출산이 최우선 해결과제인 우리나라에서 여성들은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했다고 직장에서 불이익을 받고, 가정에서는 돌봄과 가사노동의 부담을 떠안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저출산은 당연한 귀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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