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 이야기

결혼반지가 다이아몬드일 수밖에 없는 이유

이미지 출처-드 비어스
출처-드 비어스

3천년 전 인도에서 최초 발견

주옥같은 이야기, 보석같은 사람.. 우리는 흔히 보석에 빗대어 찬사를 하거나 가치를 표현한다. 보석이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는 이유는 귀하고, 아름답고, 견고하며, 돌 속에 묻혀있던 광물이 세공을 거쳐 빛나는 보석으로 탄생하는 드라마틱한 과정이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이런 보석의 의미가 극대화되는 것이 바로 결혼반지다.

결혼반지의 역사는 약 4,800년 전에 시작됐는데, 고대 이집트인들은 식물 넝쿨을 꼬아 만들거나 뼈나 가죽으로 만든 반지를 착용하기도 했다고 한다. 고대 로마에서는 결혼과 약혼의 징표로 귀족은 주로 금이나 은반지를, 노예는 철로 만든 반지를 착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후 로마에서는 신랑이 신부에게 반지를 선물함으로써 신부에게 대한 소유권을 나타내기도 했다.

중세 기독교에서는 부부간 신뢰의 증표로 신랑이 신부에게 반지를 끼워주었으며, 이로부터 결혼식에서 결혼반지는 영원한 사랑을 상징하는 의미가 됐다. 이후 결혼 예물반지는 유럽에서 대중화가 됐고, 마침내 보석이 세팅된 예물반지가 등장하게 된다.

인도에서 약 3,000여 년 전 다이아몬드가 최초로 발견됐으며, 이후 인도는 2,000년 이상 세계 유일의 다이아몬드 주산지였다. 그러다가 18세기에 브라질에서 다이아몬드가 발견되면서 브라질이 다이아몬드의 주산지가 됐다.

 

막시밀리언 대공과 마리공주(출처-WIKIDATA, wikipedia)

15세기 다이아몬드로 청혼한 막시밀리언 대공

이후 본격적인 다이아몬드의 시대를 열게 된 것은 1866년 남아프리카 발강 근처에서 유레카(Eureka)라는 약 21캐럿짜리 다이아몬드 원석이 발견되었을 때부터다. 그리고 1869년 남아프리카의 별(Star of Africa, 83.5캐럿 원석)이 오렌지 강 근처에서 다시 발견되면서 본격적인 다이아몬드의 시대가 시작됐다.

인도에서는 다이아몬드의 아름다움보다는 그것이 가진 상징적 마력이 더 중시됐다. 다이아몬드는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단단한 물질이기 때문에 정복할 수 없는 힘을 가진 것이라고 생각됐고, 왕은 다이아몬드를 착용함으로써 누구도 그를 정복할 수 없다는 것을 상징하고 또한 다이아몬드가 그를 보호한다고 믿었다.

이처럼 아름다움과 상징적인 힘을 가진 다이아몬드에 대한 믿음으로 15세기에 이르러 유럽대륙의 왕과 여왕의 결혼식에서 필연적으로 다이아몬드 반지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 시대에 다이아몬드는 상징적 가치와 물질적 가치를 다 가질 수 있었던 왕과 귀족과 같은 권력자만이 소유할 수 있는 것이었고, 다이아몬드가 갖고 있는 무한한 힘과 원형 반지가 의미하는 영원성의 상징이 함께 어울려 다이아몬드 반지는 결혼의 조화를 나타내는 완벽한 상징물이 됐다.

15세기 오스트리아 막시밀리안 대공(1459~1519)이 프랑스의 마리공주(1457~1482)에게 청혼을 하면서 다이아몬드 반지를 건넸는데, 이것이 최초의 다이아몬드 프러포즈였다고 한다. 그 후로 다이아몬드 반지는 귀족의 전유물이 되듯 유행하기 시작했으며, 오늘날까지 이어오고 있다.

1940년대 다이아몬드 결혼반지 시대 본격 개막

왕족이나 귀족의 전유물이었던 다이아몬드는 1940년대 다이아몬드 채굴이 급증하면서 대중화가 되기 시작했고, 마침내 일반인들도 다이아몬드를 구입할 수 있게 됐다. 산업사회 이후 대량소비시대에 들어서면서 결혼의 상징성을 담은 매개체로써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목적과 의미의 다이아몬드 반지와 장신구가 유행을 하게 되고, 특히 1947년 드 비어스(De Beers)에서 다이아몬드는 영원하다라는 슬로건으로 광고를 하면서, 영원한 사랑을 상징하는 다이아몬드가 결혼반지로 대중화에 큰 기여를 하게 된다.

'다이아몬드는 영원하다'는 광고로 유명한 드 비어스의 다이아몬드 반지(출처-드 비어스)
'다이아몬드는 영원하다'는 광고로 유명한 드 비어스의 다이아몬드 반지(출처-드 비어스)

과거 바빌론 문명과 이집트 문명에서 반지는 두 가지 상징적 의미를 갖고 있었다. 바빌론 문명에서는 왕권의 상징인 인장으로서의 기능을 갖춘 권력과 힘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도 하며, 이집트 문명에서 나타나는 태양신의 상징인 원형인 동그라미가 시작과 끝이 없는 영원불멸과 부활을 뜻하는 상징이기도 했다. 이처럼 원형 반지가 갖는 권력과 영원성이라는 의미가 대중에 이르러 사랑과 언약의 상징으로 표현된 것이 결혼반지인 것이다.

중국에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로 손은 인생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하는데, 엄지는 부모님을 검지는 형제자매를 가운데 손가락인 중지는 나 자신을 상징하며, 새끼손가락은 자녀를 약지는 배우자를 상징한다 하여 네 번째 손가락에 결혼반지를 끼운다고 한다.

반지가 동그란 모양인 이유도 동그란 원이 사랑의 연속성, 삶의 영원함을 상징하기 때문이라 여기는데, ‘영원하다라는 다이아몬드의 의미까지 더해지니 다이아몬드 결혼반지야말로 영원함 그 이상 일듯 싶다.

 

*필자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금속공예를 전공하고, 현재 조형디자인연구소 소장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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