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웅진의 화려한 싱글은 없다

골드미스 아버지는 사위가 마음에 안든다

한동안 언론매체에 기고활동을 활발히 한 이후 내 칼럼을 보고 연락을 해오는 부모님들이 많이 계시다.

1남 1녀를 둔 그분 역시도 한 일간지에 실린 칼럼을 보고 내게 자녀의 맞선을 의뢰했다. 아버지를 만나보니 사회적으로 성공한데다가 영화배우 같이 훤칠한 외모가 인상적인 분이었다. 뿐만 아니라 자녀의 결혼을 걱정하고, 뒷받침하려는 부모의 사랑이 느껴져서 선뜻 그분의 의뢰를 받아들였다.

큰 딸은 30대 중반으로 학교와 직장 모두 무난한 여성이었다. 결혼 후 사례금을 받기로 하고, 소개에 들어갔다. 개인 프로필도 좋고, 집안도 좋은 여성이라서 만남이 잘 될 줄 알았다. 하지만 10여명의 남성을 만났음에도 애프터가 이뤄지지 않았다.

그 딸을 직접 만났다. 아버지의 인상을 보고 추측한 것과는 달리 딸은 다소 호감도가 떨어지는 외모였다.

이렇게 거절이 많이 나오는 경우는 특별한 관리가 없으면 잘 안되는 편이다. 이미지 연출을 해서 동영상도 찍고,  지인을 통해 소개도 받고, 이런 저런 묘안을 짜내어 2년도 안되는 시간에 30명 정도를 만났다.

수치상으로는 간단하게 30명이지만, 그 과정에서는 200명 넘게 추천을 하고. 남성 한명 한명에게 여성을 설명하고, 설득하고, 보통 여성회원의 2-3배 노력을 기울였다. 이 정도면 VVIP급으로 수천만원의 비용을 내야 받을 수 있는 서비스이다.

이렇게 했는데도 여성의 만남은 결과가 좋지 않았다. 이쯤 되면 포기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아버지에 대한 기대를 갖고 계속 노력했다.

매니저들의 인맥까지 동원해서  드디어~~운명의 남성을 찾아냈다. 30대 후반으로 서울의 상위권 대학을 졸업하고 사업을 하는 남성이었다. 두 사람의 만남이 이어지자 아버지는 무척 좋아했고, 나에게 고마워했다.

하지만 결혼 후 연락이 없었다. 기다리다가 전화를 했더니 아버지는 전혀 다른 얘기를 했다.

“우리 아들도 의뢰했는데, 사례는 그걸로 된 거 아닌가요?”

“아버님. 아드님은 해외에 있어서 비용을 훨씬 많이 받아야 하는데, 따님 결혼 사례금을 믿고 오히려 할인해드린 겁니다. 처음 저랑 만나셨을 때 얼마나 간절하게 요청을 하셨습니까? 그런데 지금 와서 그렇게 다른 말씀을 하시면 안되죠...”

“아니~~ 숭고한 결혼을 그렇게 상업적으로 이용해도 되는 겁니까?”

스스로 결혼정보회사를 찾아와서 딸 결혼을 부탁한 사람이 상업적이라는 말을 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아버지의 억지 주장을 들으면서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 말할 필요도, 의미도 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이 아버지도 대다수 골드미스의 아버지들처럼 사위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 같다. 본인의 명성, 딸의 사회적 성취만 놓고 보면 사윗감이 기대치에 못미쳤을 수도 있다.

실제 만남에서 딸이 남성들의 호감을 얻지 못했다는 사실은 제쳐두고 자기 기준에서만 보기 때문에 급한 불을 껐을 때는 안도했는데, 못내 아쉬웠던 것이다.

우물 안에서 보는 하늘은 좁을 수밖에 없다. 결혼은 서로의 이상이 맞아야만 성사된다. 내가 욕심이 있으면 상대 역시도 그렇다는 걸 인정하고, 자신을 객관화할 필요가 있다.

그 아버지를 보면서 나는 ‘저렇게 살면 안되겠다..’는 타산지석의 교훈을 얻었다. 하지만 나도 인간이라 속상하고 허탈한 마음에 그분께 편지를 보냈다. 그 편지 일부분으로 오늘 얘기를 마무리한다.

「따님은 상위 1%에 해당하는 서비스를 받았고, 저희는 충분한 보상을 전제로 서비스를 해드린 것입니다. 그런데도 이런 상황이 되고 보니 섭섭함이 커서 마음에 많이 남습니다. 이것은 사례비를 떠나 정말 최선을 다해  자녀 결혼 성사에 역할을 해준 수고에 대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데서 오는 답답함입니다.」

 

이웅진    결혼정보회사 선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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