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서범준
사진-서범준

부모님의 손을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지금은 거칠고 주름진 손이지만, 한때는 곱고 매끈한 손이었을 것이다.

돌아가신 아버지 손은 정말 거칠고 갈라진 손이었다. 인생의 쓴맛을 겪으시며 가족을 지키기 위해 안해본 일이 없으셨던 아버지는 말년에 얻은 불치의 병으로 독한 약을 복용하시며 손과 발이 거북등처럼 갈라지고 허옇게 변했어도 돌아가시는 그 순간까지 가족을 돌보셨다.

얼마 전 오랜 지인이 업무차 사무실을 방문했다. 업무 이야기를 마친 후, 본인이 직접 쓴 책에 나를 위한 덕담을 한자 한자 정성을 다해 쓰는 모습에 감동해 바라보다가 그분 손에 내 눈길이 멈췄다. 그 손에서 문득 돌아가신 아버지의 손이 보여 서둘러 사진에 담았다.

사랑의 마음을 담은 손의 따뜻함 말이다. 그 지인 또한 평범한 삶을 살아온 분은 아니다. 그 연세 지긋한 노신사의 주름지고 갈라진 손이지만, 후배에 대한 사랑과 정성의 마음을 품은 손이기에 내 눈에는 그렇게나 아름답게 보였다.

주름진 손에 새겨진 삶의 애환, 헌신과 희생의 흔적 속에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것을 보니 나도 이제 철이 들어가나 보다. 이제 나는 사람의 얼굴이 아닌 손에 카메라를 가까이 하려고 한다. 얼굴은 꾸밀수 있지만 손은 꾸밈없는 삶이 담겨 있으니까.

오늘은 집에 가서 어머니 손을 꼭 잡아드려야겠다.

 

서범준 작가는 여행 사진작가 겸 크리에이터, 선우 여행팀 팀장으로 있다. 20여 년을 여행사에서 일하며 수많은 도시를 돌아다녔다. 사람, 자연, 도심의 빌딩숲, 미로 같은 골목길, 간판 덜그럭거리는 노포..혼자 눈에 담고, 마음에 두기 아까운 것들을 공유하며 바쁘게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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