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선정적’ 옷차림으로 등교하는 여학생들, 왜?
[프랑스]‘선정적’ 옷차림으로 등교하는 여학생들, 왜?
  • 서정환 기자
  • 승인 2020.09.18 00: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만연한 성폭력은 짧은 옷과 치마 때문이 아니다!

출처-France24
출처-France24

여학생에게만 요구되는 단정한 옷차림을 반대한다

성폭력 피해자가 자주 듣는 질문이 있다. “당신은 그날 무슨 옷을 입고 있었나요?”여기에는 피해자의 옷차림이 성범죄를 불러온다는 사회적 인식이 담겨있다.

지난 해 4월 미국 미시건주 새기노밸리대학교 학생상담센터는 성폭행 피해자들이 피해 당시 착용했던 의상과 증언을 공개하는 “What were you wearing?”전시를 열었다. 전시에는 야하거나 선정적인 의상은 없었고, 헐렁한 바지, 아동용 잠옷, 대학교 이름이 새겨진 티셔츠, 심지어 온몸을 감싸는 인도의상(사리) 등 평범한 옷들이 공개됐다.

성범죄 피해자의 옷차림을 지적하는 것이 얼마나 잘못된 편견인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프랑스에서는 #MeToo 운동과 #BalanceTonPorc 운동(“당신의 가해자를 고발하라라는 의미의 미투운동 해시태그)의 와중에 학교에서도 여학생들을 중심으로 성차별주의와 괴롭힘에 반대하는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14일 프랑스의 France24에 따르면 얼마 전부터 #BalanceTonBahut#lundi14septembre(914일 월요일)라는 해시태그 아래 선정적인 복장을 금지하는 학교의 규정, 짧은 옷과 치마가 성폭력의 원인이라는 성차별적 인식을 비판하는 발언들이 쏟아져 나왔다.

#lundi14septembreTikTok(15초짜리 짧은 동영상을 제작하고 공유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시작돼 인스타그램과 트위터로 번졌는데, 복장금지규정과 옷차림에 대한 언급들에 항의하기 위해 여고생들에게 선정적인 옷차림으로 등교하기를 권하고 있다.

실제로 많은 여고생들이 최근 학교 내에서 배꼽티나 반바지를 입어서 혼났다고 얘기했다. 그런 복장들을 선정적이라고 판단해 규정상 금지하는 학교들이 있으며, 심지어 그런 복장의 학생들이 학교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학교도 있다.

이 운동은 닥스(Dax) 지방의 한 여고생이 자신이 다니는 고등학교 교문에 부착된 포스터에 항의한 후 지난 911일 인터넷상에서 시작됐다. 그 포스터에는 요구되는 단정한 옷차림이라는 설명과 함께 빨간 X표시가 된 짧은 웃옷과 치마 사진이 함께 실렸다.

익명을 요구한 이 여학생은 곧바로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어 여학생들에게만 적용되는 복장규정을 고발했다. 그리고 4일 후에 이 계정에는 약 2000명의 구독자가 모였고, 수많은 여고생들이 자신들의 복장에 대해 학교가 말한 내용들을 공유했다.

문제는 옷차림이 아니라 괴롭힘과 폭력과 강간이다

914일 아침에 짧은 치마와 짧은 반바지, 복부를 드러내는 상의를 입은 많은 사진들이 SNS 상에 퍼져나갔다.

한편 여러 여성운동단체들이 #lundi14septembre 운동을 응원하고 있다. ‘오제 르 페미니즘(Osez le féminisme! 여성운동을 감행하자!)’의 셀린 피크(Céline Piques) 대변인은 문제는 소녀들의 옷차림이 아니라고 상기시켜 주는 어린 여학생들을 지지한다면서 교육자문위원회는 대상을 잘못 설정하지 말고, 과녁을 바꾸어 남학생들을 제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학과 고등학교에서 짧은 옷과 선정적 치마라는 핑계를 앞세워 성폭력이 퍼져있는데도 어떤 주의나 경고도 실행되지 않는다. 피크 대변인은 일부 남학생들의 받아들일 수 없는 행동을 중단시키기 위해 교육부서는 학생들의 성희롱과 성폭력에 대한 인지감수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피크 대변인에 의하면 계단에서 여학생들의 엉덩이를 만진다거나 하는 남학생들 간의 놀이나 게임에 어떤 폭력문화가 잠재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NousToutes(우리 모두 피해자다)라는 단체도 #lundi14septembre 운동을 지지하면서 우리의 옷차림이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괴롭힘과 폭력과 강간이다. 여성에게 죄의식을 느끼게 하는 것에 반대하는 모든 이들을 지지하자고 말했다.

지난 14일 마를렌느 쉬아파 전 양성평등부 장관은 트위터에 오늘 여학생들의 #lundi14septembre는 성차별적 판단과 행동에 맞서 자유를 주장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프랑스 전역에서 치마, 목이 파인 웃옷, 배꼽티를 입거나 또는 화장하기로 했다. 나는 엄마로서, 연대감과 경탄심을 가지고 이들을 지지한다는 글을 올렸다.

레일라(Leila)라는 학생은 트위터에 “6학년(우리의 고등학교 3학년) 때 짧은 치마와 타이즈를 신고 등교했는데, 학교자문위원회는 나에게 나쁜 남학생들의 눈길을 끄니 조심해라라고 말하면서 나를 집으로 돌려보냈다고 썼다.

피크 대변인은 이런 규정이 여학생들에게만 적용된다. 그 이유는 우리 사회에 성차별주의가 있고, 남학생들이 저지르는 성차별적 폭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울-웨딩TV】 서정환 글로벌 전문기자 jhseo1222@wedd.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