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떼쟁이 다섯 살 둘째다. 여느 집 둘째가 다 그렇듯 욕심 많고, 고집도 세서 올해 80이신 할머니도 이겨먹는 녀석이다. 이 녀석 때문에 연애시절 부드럽고, 따뜻한 목소리의 아내가 지금은 강력한 카리스마의 목소리를 지닌 여장부로 변해 가끔씩 나를 놀라게 한다.
그래도 둘째로 인해 웃을 때가 많아 집안의 활력소로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보물 같은 녀석이다.
지난 추석 연휴 때 일찍 사진에 눈을 뜬 형 때문에 “나도 카메라 사줘!!” 하며 한 달을 떼를 쓰고 매달린 둘째에게 작은 카메라를 사 줬다. 그 카메라를 들고 눈에도 대 보고, 호기심에 이것저것 찍어대는 모습이 제법 유명 사진작가 느낌이 났다. 내 눈에는!?
그런 둘째의 호기심 가득한 행동에서 지난 추석 명절을 뜨겁게 달궜던 나훈아씨의 한마디가 생각났다. “세월에 끌려 다니지 말고 세월을 낚아채라고. 그러려면 늘 가던 길 말고, 늘 하던 짓 말고, 안해 보던 짓도 해야 한다..”고 했던 말..
‘가는 세월 그 누가 막을 수가 있나요?’ 하는 유행가 가사처럼 세월의 흐름은 어쩔 수 없지만, 그 흘러가는 세월을 호기심을 품고 이것저것 해 보며 바쁘게 살다보면 우리들의 삶은 의미있는 시간들로 채워지지 않을까.
실제로 내 주위에 은퇴 전 베이커리와 커피 로스팅 기술을 틈틈이 배워 멋진 베이커리 카페를 창업한 분도 있다.
이참에 나도 호기심을 하나 품어 볼까 한다. 아들 둘 데리고 주말마다 사진 출사를 나가 두 녀석이 사진 찍는 모습을 내 사진기에 담아보려고 한다. 문득 재미있는 상상이 이어진다. 훗날 그 사진들을 모아 3부자 사진전을 개최할 때 입구에 전시해 놓으면~~
“10년 후 있을 3부자 사진 전시회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서범준 작가는 여행 사진작가 겸 크리에이터, ㈜선우 여행팀 팀장으로 있다. 20여 년을 여행사에서 일하며 수많은 도시를 돌아다녔다. 사람, 자연, 도심의 빌딩숲, 미로 같은 골목길, 간판 덜그럭거리는 노포..혼자 눈에 담고, 마음에 두기 아까운 것들을 공유하며 바쁘게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