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웅진의 ‘화려한 싱글은 없다’

일러스트 jincat0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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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남녀가 만나면 최고의 커플이 될까?

조건이 좋고 성공한 사람들은 그 만한 성취를 이룬 상대를 만난다. 본인들이 원하고, 주변에서도 그런 남녀가 서로 어울린다고 여긴다.

그렇게 보면 두 사람은 누가 봐도 최고의 커플이었다.

남성 A는 IQ가 165나 되는 수재로 엘리트 코스를 밟아 이학계열 박사학위를 받은 후 대기업 연구소에 다니고 있다. 집안에 박사가 수두룩한 것을 보면 그의 명석한 두뇌는 집안 내력인 것 같았다.

여성 B는 대학에서 의류디자인을 전공한 후 사업가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30대 초반에 시작한 의류사업은 연매출 100억원대를 기록 중이고, 그녀의 역량과 열정을 믿고 투자하겠다는 이들도 많다. 앞으로 더 쭉쭉 뻗어나갈 수 있는 여성이다.

B를 만났을 때 그녀의 활동을 지원해줄 수 있는 남성을 만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맞벌이를 하면 맞살림, 맞돌봄으로 가정생활을 분담하는 커플도 많다지만, 결혼하면 출산, 육아, 살림 등에서 여성이 감당해야 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B가 결혼을 안 했으면 안 했지, 아이 낳아 기르면서 살림할 여성은 아니라고 봤고 실제로 본인의 가치관도 그러했다.

그렇다면 사회적, 경제적으로 성공한 아내를 지원하는 트로피 남편 같은 스타일이 어떨까 싶었다. 하지만 B는 똑똑한 사람이 좋다고 했다. 지적인 남성을 향한 그녀의 열망이 워낙 강해서 A를 소개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결혼생활은 행복하지 못했다. 그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혼자 잘났어요. 자기 의견이 다 옳아요. 남편을 경쟁상대로 생각하니 무슨 결혼생활이 되겠어요. 여성다움이라고는 전혀 없고요.”
“자기 전공 외에는 다른 데 관심이 없어요. 사업적인 고민이 있어 의논을 하고 싶어도 잘 이해를 못해요. 왜 그 사람더러 천재라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내 예상과 우려는 현실이 됐다. 똑똑하고 잘 났다고 결혼생활도 잘해내는 건 아니다. 학교에서 1등 했다고 사회에서 1등 한다는 법 없듯 결혼도 마찬가지다. 결혼은 두 사람이 달리기를 해서 승부를 가리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한 발을 묶고 걸어가는 2인3각 경주 같은 것이다. 서로 마음이 맞지 않으면 한 걸음도 제대로 걸을 수 없다.

서로 빈틈을 보완해 주는 사람들이 만나야 서로에게 중요하고, 필요한 존재가 된다. A와 B를 보면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인 남녀가 만났지만, 서로의 빈틈을 살피고 채워주는 관계는 되지 못했다. 두 사람은 결국, 헤어졌다. 

 

이웅진    결혼정보회사 선우 대표 ceo@coupl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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