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 <고양이를 버리다>, 정인근홍승희 <엄마는 인도에서 아난다라고 불렸다>

*출처-알라딘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

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항상

보이지 않는 눈물이 절반이다.

아버지는 가장 외로운 사람이다.김현승 <아버지> .

육아 대디, 딸 바보...이 시대 아버지들은 아빠라는 말이 더 친숙할 정도로 가족들과 가깝다. 하지만 남성들이 아빠가 아닌 아버지로 불렸던 시절이 있었다. 아니, 아직도 아버지인 채로 가정의 언저리에서 존재하는 사람들도 있다.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71)가 회상하는 아버지는 어떤 사람일까? 하루키의 <고양이를 버리다>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할 때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아버지 무라카미 지아키(1917~2008) 개인의 역사를 되짚는 논픽션 에세이다.

이야기는 유년 시절 아버지를 따라 고양이 한 마리를 버리러 해변에 간 기억에서 시작된다. 집에 눌러 살던 고양이가 새끼를 배자 아버지는 무슨 이유에선지 고양이를 버리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고양이를 담은 상자를 해변에 내려놓고 2km 남짓 떨어진 집으로 돌아왔는데, 대문을 열자 먼저 집에 돌아와 부자를 반기는 고양이를 보고 아버지는 안도했다’.

이 장면을 외면하고 싶어도 외면할 수 없는 역사와 과거에 대한 은유로 해석하기도 하지만, 고양이를 버렸음에도 돌아온 고양이를 보고 안도했던 아버지의 복잡한 심리는 유년시절 입양과 파양 과정에서 겪은 상처와 상실감, 그리고 세번이나 전쟁에 나갔다가 살아 돌아온 젊은 날의 아픈 기억과 맞닿아 있음을 아들은 알게 됐다.

하루키는 열여덟 살에 독립한 후 작가의 삶을 선택하면서 아버지와 의절한 채 20년 이상 만나지 않다가 투병 중인 아버지와 재회해서 짧은 시간을 보낸 후 영원한 이별을 했다.

아버지와 겨우 얼굴을 마주하고 얘기를 나눈 것은, 그가 죽기 얼마 전의 일이다. 그때 나는 예순 가까운 나이였고, 아버지는 아흔 살을 맞았다...

아버지의 상처와 결핍을 이해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일흔이 된 아들은 결국 아버지와 마주하고, 아버지를 이해하고, 아버지를 통해 자신의 존재 의미를 찾게 된다.

사고방식과 세계를 보는 시각은 달라도, 우리 사이를 잇는 연() 같은 것이 내 안에서 하나의 힘으로 작용했던 것은 분명하다. 아버지의 깡마른 모습을 보면서, 그 작용을 여실히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건조하고 간결한 하루키의 문체와 향수를 느끼게 하는 타이완의 아티스트 가오 옌의 삽화가 묘한 조화를 이룬다.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가오 옌 그림. 김난주 옮김. 비채.

*출처-알라딘

서른 살의 딸과 쉰살 엄마가 함께 해외여행을 떠났다. 홍승희 작가와 엄마 정인근이 함께 쓴 <엄마는 인도에서 아난다라고 불렸다>는 상처투성이 모녀의 자기 회복 여행기며, 서로에 대한 응원을 담은 에세이다.

엄마는 이혼과 재혼 그리고 아픈 이별을 겪고 딸에게 다시 돌아왔다. 딸은 돌아온 엄마가 더 이상 상처받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인도여행을 제안했다. 엄마와 딸은 정인근홍승희라는 이름 대신 아난다칼리로 인도를 여행했다.

승희와 함께 인도에 가기로 했다. 승희와 인도에서 지내면서 승희의 마음을 알고, 나누고 싶다. 승희가 이곳 한국에서는 마음이 힘들고 지쳐 있는데, 인도 이야기만 나오면 행복해 보인다. 그곳이 어떤 곳인지 참 많이도 궁금하다...(아난다)

엄마는 여행을 앞둔 기대와 설렘보다는 현실에 지친 딸에게 휴식과 회복의 시간이 되기를 더 바랐다. 하지만 인도에서 엄마는 딸보다 더 신났다.

원숭이를 보고 감탄하는 얼굴. 삶과 죽음, 다르마에 대한 책 속으로 파고 들어가 잠수하고 무엇을 발견하고 온 사람처럼 눈을 번뜩이는 모습. 사람들을 보면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밥은 먹었는지 묻고, 처음 보는 사람의 안부를 궁금해 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점점 더 엄마를 모르겠다. 이것은 다행인 일이다. 엄마와 나는 사람과 사람으로 다시 만나는 연습을 하고 있다...(칼리)

인도에서의 첫 날 엄마는아난다라는 새로운 이름을 지어 불렀다. 딸은 인도 택시 기사에게 알 유 해피?”라고 묻는다거나 자신을 뮤지션이라고 말하는 등 끊임없이 자신을 발견해내는 엄마를 보게 된다.

인도에서 물었다. “엄마는 왜 해외여행을 안 갔었어?” “엄두가 안 났지.” 생각해 보니 내 질문은 조금 뻔뻔했다. 아난다는 내 나이일 때 나와 언니를 키우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내게 여행은 간편한 선택지여도 엄마에게는 엄두가 나지 않았을지 모른다...(칼리)

그리고 엄마가 엄마이기 전에 상처받고 사랑하고 성장하려 고군분투하는 사람임을 알아간다. 사랑하고, 그래서 애틋한데, 그 마음을 표현하기 힘든 건 엄마도 마찬가지다.

승희와의 다툼. 미안했다. 내가 어디로 갈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든 것이 답답해졌다. 그래서 승희도 걱정됐다. 말다툼을 하다가 또 서로 화를 냈다.”(아난다)

서툰 엄마와 딸은 매일 다투고, 화해하며 서로의 속마음을 알아간다. 이 세상 엄마와 딸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두 사람의 이야기다. 정인근, 홍승희 지음. 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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