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문화, 차별과 불평등 근절 주장

시위 중인 방글라데시 여성들(출처-더 가디언)
시위 중인 방글라데시 여성들(출처-더 가디언)

방글라데시에서 성폭력 근절을 요구하는 시위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이번 시위는 지난 9월 발생한 집단 강간 사건으로 촉발됐다. 노아칼리 지역에 사는 한 주부가 자신의 집에서 집단 성폭행을 당했는데, 관련 장면이 영상으로 촬영돼 온라인으로 공유됐다.

이런 상황에서 전국적으로 또 다른 성폭행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강력한 법 집행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방글라데시의 여성운동가 쉬린 허크(Shireen Huq)와 시에다 사마라 모르타다(Syeda Samara Mortada)의 기고를 통해 성범죄의 위험에 처한 방글라데시 여성들의 상황과 그들의 주장을 들어봤다.

쉬린 허크는 방글라데시 여성운동단체인 <나리포코(Naripokkho)> 의 설립자이고, 시에다 사마라 모르타다는 성과 재생산 건강과 권리 보장을 위한 글로벌 캠페인 쉬디사이즈(SheDecides)’ 운동을 하는 여성운동가다.

방글라데시에서 윤간과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전통적으로 그 여성과 가족들이 명예를 잃어버린다는 생각을 하는 경향이 있다.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법적 지원을 제공하는 방글라데시의 한 단체인 에인 오 살리쉬 켄드라(Ain O Salish Kendra)’에 의하면 올해 1~9월 기간에 975명의 여성이 강간을 당했고, 43명이 강간 후 살해당했으며, 강간시도가 204회 있었다. 그리고 이 통계는 공개적으로 보고된 수치일 뿐, 실제 건수는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10월 초에 여성들이 모여 세대를 초월한 여성운동가들(Feminists Across Generations)’이라는 연대를 결성했다. 이 연대는 계급과 직장 그리고 여타 신분과 관계없이 여성과 소녀들이 겪고 있는 폭력에 저항한다.

여성들은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가해자들을 잡는 대신 피해자들이 변해야 한다고 강요하는 가족과 학교와 정부에 분노하고 있다. 피해자들이 몇 시에, 어디에서, 어떤 옷을 입고, 누구와 함께 있었는지 캐묻는 사람들, 그리고 피해자가 당한 성폭력을 자업자득이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세대를 초월한 여성운동가들은 여성 폭력의 개별적인 사안에 저항하는 것도 아니고, 가해자에 대한 심판과 처벌에 초점을 두지도 않는다. 그보다는 이런 폭력을 육성시킨 문화적사회적 관습, 법적현실적으로 만연해 있는 여성에 대한 체계적인 차별과 국가의 근간이 되는 불평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면서 형사적 정의 뿐 아니라 독소적인 남성성(masculinity)과 강간 및 성폭력에 대한 문화를 끝낼 수 있는 전략에 대한 논의를 원하고 있다.

방글라데시에서 성에 기반한 폭력이 국가적 위기 수준이다. 어떤 형태의 폭력도 정상으로 간주될 수 없고, 문화의 일부로 간주될 수도 없다. 성폭력은 처벌받지 않는다는 사회와 사고방식과 문화를 바꿔야 한다.

여성연대는 사형에 반대하고 있다. 사형은 해결책이 아니며, 사형죄 논의는 이미 사망한 피해자들에게 정의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여성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강간문화의 종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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