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후에야 자궁경부암 검진 받는 여성들 많아
자궁경부암은 전 세계적으로 유방암에 이어 여성암 사망률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주로 성교를 통해 인유두종바이러스(HPV)에 감염돼 증상이 나타난다.
대부분의 암이 그렇듯 자궁경부암도 조기에 발견하면 치료가 가능한데, 일본 NHK가 인용한 2015년 OECD의 자료를 보면 일본의 자궁경부암 검진 수진율은 42%로 미국 84%, 영국 78%, 뉴질랜드 77%, 네덜란드 65% 등 다른 선진국에 비해 훨씬 낮다.
일본국립암연구센터의 통계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연간 약 11,000명이 자궁경부암에 걸리며, 약 2,800명이 사망한다. 20대~30대의 젊은 여성에게 많다는 것이 특징인데, 2000년 이후 암 확진자와 사망자가 함께 증가하고 있다.
NHK는 임산부건강검진에서 자궁경부암이 발견된 여성 수가 2017년 한해 동안 전국에서 적어도 234명을 상회한다는 사실이 ‘일본암협회’ 등의 조사에서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암 검진을 권장하는 공익재단법인인 ‘일본암협회’ 등은 작년 가을부터 전국 1,741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앙케이트 조사를 시행해 39%에 해당하는 664개 지자체로부터 검진결과에 관한 응답을 받았다. 이에 따르면 2017년 한해 동안 42만 7천명이 임산부검진에서 자궁경부암 검진을 받았는데, 1기 이후가 69명, 치료대상이 되는 극초기가 165명이 발견됐다고 한다. 치료대상이 되는 극초기의 암을 포함해 자궁경부암이 발견된 여성은 234명이었다.
앙케이트에 응답하지 않은 지자체도 동일한 발견율이라고 가정하면 매우 많은 임산부에서 자궁경부암이 발견된다고 추측할 수 있다고 일본암협회는 밝혔다.
임산부 건강검진에서 자궁경부암 발견이 계속되는 현상에 대해 일본산부인과협회 암분과의 카미우라쇼오지(上浦祥司) 회장은 “출산연령이 고령화되면서 많은 임산부들이 자궁경부암에 감염되기 쉬운 연령층과 겹친다”고 설명했다. 또 “자궁경부암에 걸리는 비율도, 사망자수도 증가하는 나라는 선진국 중 일본뿐”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암협회는 임신 중에 자궁경부암이 발견되면 생명을 지키기 위해 임신중절과 자궁적출을 선택해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면서 “임신 전에 반드시 자궁경부암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오사카 지역의 한 산부인과에서는 하루에 15명 정도의 임산부들이 건강검진을 받는데, 이들 중 임신을 알기 전에 자궁경부암 검진을 받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그래서 병원에서는 임신을 희망하는지에 관계없이 진료를 받는 여성들에게 자궁경부암 검진을 받도록 안내하고 있다.
임산부 건강검진을 위해 내원한 30대 여성은 “임신할 때까지 자궁경부암 검진을 받은 적이 없다. 어떤 증상도 없어서 생각하지도 않았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30대 여성은 “임신을 고려하기 전에 산부인과에 다닌 적이 없다. 증상이 없는데도 검진을 받는 게 좋을까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 병원의 와키모토츠요시(脇本剛) 부원장은 “임산부 건강검진이 자궁경부암 검진을 받는 계기가 된 여성들이 많다. 산부인과에서 검진받기 어렵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일상에서 작은 것도 부담 없이 상담받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임산부 건강검진에서 자궁경부암이 발견돼 출산 1개월 후 자궁을 적출한 한 여성 역시 임신전에는 자궁경부암에 대해 알지 못했다면서 “남의 일이 아니라 자신의 몸에 관한 일이기에 창피하다고 할 경우가 아니다. 나 자신의 반성을 담아 검진을 확실히 받으면 좋겠고, 그것이 당연한 사회가 되기를 강하게 바란다”라고 호소했다.
한편 후생노동성은 자궁경부암 예방법으로 20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 2년 주기 1회의 검진 외에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을 제시하고 있다.
자궁경부암 백신 효과에 대해 후생노동성은 일본 국내에서 연간 약 2,800명이 자궁경부암으로 사망하는데, 원인의 50%~70%를 차지하는 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한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달 스웨덴의 연구팀이 167만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수행해 발표한 대규모 조사 결과, 자궁경부암 진행상태라고 진단 받은 경우가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여성들은 10만명 당 94명, 백신을 접종한 여성들은 10만명 당 47명으로 백신이 자궁경부암의 위험을 대폭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